[코로나이후②] 보건·의료와 커뮤니티 케어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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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②] 보건·의료와 커뮤니티 케어의 방향
임종한(인하대 의대교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 인터뷰
  • 2020.03.19 15:53
  • by 정화령 기자
08:11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둔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계속 진행되어 사회가 잠시 멈춰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새로운 감염병과 최전선에서 싸우는 의료·보건분야 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전염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위기 시에 저소득 노약자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가장 피해를 입는 점이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대응과 더불어 지역사회의 보건이 가지는 중요성은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새로운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해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의 커뮤니티 케어의 방향'에 대해 임종한 교수(인하대학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전례없는 전염병의 위기가 닥쳤는데, 코로나19가 이전의 메르스·신종플루 등과 다른 점이 있다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중국 본토에서는 5,3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336명이 숨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사스의 치명률을 14-15%로 평가한다. 사망자도 노약자나 기존의 폐질환이나 심장질환, 또는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스 감염자가 3명이 나왔지만 사망자는 아무도 없고 모두 완치되었다.
2015년 대한민국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은 총 186명의 환자가 보고되어 치사율은 대략 18%대를 보였다. 세계보건기구는 메르스의 치명률을 35%까지 평가하기도 한다. 신종풀루는 국내에서 75만이 감염되었지만, 사망자는 270명으로, 치사률은 0.036%에 불과했다.
‘감염병 재생산지수’를 보면 1보다 큰 경우 감염병 유행이 확산되고, 1보다 작은 경우 소멸됨을 의미하는데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을 중등 정도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바이러스 재생산지수는 사스는 2∼5 수준이며, 메르스는 0.66수준이다. 신종플루도 1~3 정도인데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4 정도로 높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경우는 잠복기 중이나 무증상 전파도 가능해서 사스보다 재생산지수가 더 높을 수도 있어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 강하고 사스보다는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치사율은 1-5%로 훨씬 약하지만 전파력은 사스에 견줄 정도로 강하다. 따라서 지역사회 확산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용이하다. 또한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선언되어 경제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우려가 되는 대목이다.

▲ 코로나19 확인보고 국가 (20.03.17 기준). ⓒWHO
▲ 코로나19 확인보고 국가 (20.03.17 기준). ⓒWHO


■ 앞으로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감염을 거치면서 음압병상을 가진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유럽과 일본 등은 감염병 전문병원을 공공으로 설립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아 적자가 나도 전문인력을 훈련·교육하며 운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이를 약속했지만 사실상 진척되지는 않았는데,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이 시급하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병원을 대폭 확충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병상은 10.4%에 불과해 OECD 최하위로 민간의료의 의존도가 매우 심하다. 의료의 시장지향성이 가장 두드러진 미국조차도 공공병원 병상이 25.8% 수준이다. 특히 응급의료, 감염의료의 경우 그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워 민간에서 해당 시설과 인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OECD 국가의 공공병원 비율이 평균 73%인데, 이 수준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20∼30%까지는 확충해야 한다.

 

■ 빈곤 노인가구의 보건의료 상 취약함이 여실히 드러났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의료시스템이나 제도개선에 대해

사회적위기 상황에서는 노인,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았던 것이 그 예이다.
고령층, 영양 부족계층, 당뇨,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면역질환등 건강위험 계층이 이번과 비상 공중보건사태에 직접 피해 표적이 될 수 있는 그룹이다. 현재는 지역사회에서 질환이 있는 경우에 만성질환 관리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수준이지만, 질환이 나타나기 전에도 쇠약한 고령층은 사전에 건강한 고령층으로 사전 예방관리를 해야 불확실한 여러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앞으로 30년 안에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지금까지 관리 수준으로는 의료비와 만성질환의 증가를 이겨내기 어렵다. 시민들에게 건강에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제공하며 건강관리 수준을 높여야 하며,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주치의제도이다. 지금의 공중보건을 훨씬 강화하고 일차의료를 정비해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사회가 선제적으로 질병예방관리에 나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건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대사회에서 주치의제 시행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필수 요건이다.   

 

■ 이번 상황으로 드러난 커뮤니티케어의 중요성

이번 사태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장애인 시설과 요양병원의 집단감염처럼 건강 취약계층의 건강관리가 거의 방치돼 왔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신과병원에 장기입원한 정신장애인들의 건강관리 실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에 정신장애인들에게서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고령층에게서 만성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고령층,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고 생활을 하려면, 주거-돌봄-의료서비스가 함께 통합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므로 커뮤니티케어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고령자와 장애인들이 지금까지 살던 곳에서 돌봄·의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탈시설화는 장애인들의 숙원이며 이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정신병원의 반인권적인 실상이다. 청도 대남병원 103명의 입원자 중 확진자가 101명으로 발병률이 무려 98%이고 이중 사망자가 7명이다. 정신장애인들은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오랫동안의 감금을 통해 황폐화되고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점차 신체 기능을 잃고 활력이 사라진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신장애 대응의 방향을 탈(脫)수용으로 분명히 정하고, 지역에서 정신보건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신의학계에 큰 성찰과 개혁의 흐름이 나타나야 한다. 시민들도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반인권적 정신병원을 용납하지 말고, 지역에서 정신보건과 일차 의료, 지역통합 돌봄의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 그 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염병의 관리에 주요한 수단으로 부각되지만 하청으로 운영되는 콜센터 등은 자택근무도 쉽지가 않다. 이런 고위험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유급 휴가를 주도록 하자. 일종의 재난 기본소득인데. 저소득 가계 붕괴를 막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건강보험에 상병수당을 도입하여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평균임금의 70% 선에서 급여를 제공하도록 제안한다. 의료보장이 잘 되어있는 선진국에서는 상병급여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급여이다. 종합병원급에서는 직업환경의학과가 있는데. 업무적합성평가서를 발급해준다. 의사로부터 쉬도록 귄고가 나온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생계유지에 필요한 상병수당이 제공되면 좋겠다. 의사가 쉬도록 귄고하는데도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쉬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이번 기회에 건강 위기 시 쉴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

 

▲ 임종한교수
▲ 임종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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