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후⑤] 코로나19로 보는 대한민국 재난대응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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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⑤] 코로나19로 보는 대한민국 재난대응 현재와 미래
  • 2020.04.09 11:15
  • by 김정란 기자
12:05

코로나19의 공포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제안에 따라 모두 '잠시멈춤'하고 있지만,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비까지 '잠시멈춤'이어서는 곤란하다. 감염병은 공포스러운 존재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필요한 변화,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바로미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스, 메르스처럼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 그 기억을 점차 잃어갈 것이다.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자신의 책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위협에 금세 무관심해진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면 그것이 처음 인지됐을 때만큼이나 인간에게 엄청난 위협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결국 이번 감염병을 극복하겠지만, 언제라도 이 위협은 다시 닥쳐올 수 있고, 그때는 이번에 드러났던 문제들을 개선한 상태에서 새로운 위협과 맞서야 한다. 이는 방역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라이프인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변화가 필요한 곳을 들여다보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 국가재난대응체계도
▲ 국가재난대응체계도

우리는 그동안 다양한 재난과 맞닥뜨려왔다. 지난 2014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메르스사태, 고성 산불, 포항 지진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우리에게 큰 아픔을 줬지만, 한편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

2020년, 재난은 또다시 우리 앞에 닥쳐왔다. 코로나19에 대한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은 어떨까? 그간의 재난에서 아쉬웠던 점들은 변화했을까? 재난 대응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은 빨라졌다. 그러나 재난 상황이 아닐 때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인력, 시스템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재난 대응의 현재를 보고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들여다봤다.

■ 2020년, 톱다운 안정, 바텀업과 인력은 과제

지금으로부터 꼭 6년 전이었던 지난 2014년, '세월호' 선박 침몰사고에서 우리는 '컨트롤타워' 부재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국민들은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청와대를 보면서 그럼 도대체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의문에 빠졌다. 컨트롤타워가 정확하지 않다보니 현장은 어수선해졌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보고가 먼저였다는 점이 국민의 공분을 샀다. 현재 지휘 체계는 이전과 달라졌을까?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맡았다. 재난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직접 본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재난안전법에 재난 시 중대본부장은 행정안전부 장관(해외 재난의 경우 외교부 장관)이 맡게 돼 있다.

단 국무총리가 중앙대책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국무총리가 범정부적 차원의 통합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에게 건의하거나 제15조의2제2항에 따른 수습본부장의 요청을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에게 건의하는 경우(「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14조제4항) 국무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컨트롤타워 위상을 격상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감해 개정한 부분이다.

지휘체계가 명확해진다는 점은 현장의 일사불란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2019년 12월 '국가 재난 대응 지휘체계의 한계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대본부장이 될 때 '실질적으로 장관이 다른 부처의 장관을 명령체계에 의해 지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지면서 톱다운 방식(하향식)의 위기 대응은 한층 빨리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한국협회(에이팟코리아) 이장우 대표와 재난 대응 전문가인 재난구호소셜벤처 라이프라인코리아의 김동훈 대표는 "현 정부 들어 초기 대응 움직임이 상당히 빠르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특히 드라이브스루, 국민안심병원 등 없었지만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부분은 정말 빨라졌다"고 말했다.

▲ 재난 대응 전문가들은 평상시에도 재난 대응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라이프라인코리아에서 실시한 재난 대응교육이 체험가족캠프. ⓒ라이프라인코리아
▲ 재난 대응 전문가들은 평상시에도 재난 대응을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라이프라인코리아에서 실시한 재난 대응교육이 체험가족캠프. ⓒ라이프라인코리아

■ "평상시엔 인건비 낭비?" 재난 대응 인력 유지할 시스템 필요

하지만 위기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도 대비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특히 재난 대응 시스템이나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평상시에는 대중이 느끼기에 쓸모없는 비용으로 취급되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로 인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광역지자체의 경우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두도록 하고 있지만, 대구, 인천, 울산 등이 기준에 못 미치는 조사관을 두고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13일 브리핑에서 보건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역학조사와 사례관리를 하고 노출된 병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중앙뿐만 아니라 시도, 보건소 등 지자체 역학조사, 대응능력, 전문가 양성 등이 중요한데 계속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평상시에도 시·군·구 보건소마다 한 명씩 있어서 감염원을 파악하고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해야 이런 감염병 유행이 생겼을 때 조사를 하는데, 현재는 시·군·구에 그런 역량이 없어 과하게 중앙에 집중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재난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민간단체의 평상시 운영도 비슷한 과제가 있다. 이장우 대표는 상시적으로 재난 대응을 준비할 수 있는 민간단체가 운영되기 힘든 현 상황을 지적했다. "민간단체에서는 재난 상황이 아닐 때에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전문가 인력을 상시 보유, 유지하기 어렵다. 물론 긴급상황 직후에 결합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으나 상근하지 않는 전문가는 비상시에도 갑자기 생계를 비워두고 재난 현장에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경험이 많이 축적된 재난 전문가 양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재난 상황에서 현장 상황을 빠르게 인식하고 필요한 사업을 진행하는 능력은 한두가지 재난을 경험해서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매번 다른 재난에서 필요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가 태반이지만, 상근하며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일하지 않으면 재난 시에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김동훈 대표는 지난해 라이프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아직 재난 대응 교육에 비용을 치르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 톱다운 정립만큼 바텀업도 중요, 개별화로 가야하는 고도화된 재난 대응

재난 대응 인력 유지 시스템은 아래로부터의 재난 대응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피해자들의 현황 파악의 경우 지역커뮤니티 등 현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나서야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해진다. 제대로 된 재난 대응을 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줄 지역 커뮤니티의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 

톱다운방식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컨트롤타워는 아직 중앙정부와는 속도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많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시의 경우 최근 의료진의 수당 지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고, 긴급지원금 지급도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이장우 대표는 "재난콘트롤타워가 잘 기능을 해야 긴급한 대형 재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것뿐만 아니라 콘트롤 타워에서 아무리 좋은 결정과 지시사항이 있어도 현장에서 그것을 수행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대응하고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여러 재난 대응을 보았을 때, 재난 직후에 지자체의 행정이 순식간에 마비가 되어, 외부의 지원과 재난 지역의 피해자들 사이를 이어주고 연결해야 할 해당 지자체의 행정능력이 마비됨으로 해서 관을 통한 모든 지원과 구호활동이 정체되는 현상을 수없이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대구를 중심으로 과중한 업무가 발생하여 행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행정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 지역에 해당하지 않는 지자체와 정부 부서 인력을 파견으로 협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평상시에 재난 대비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동훈 대표는 앞으로의 재난 대응에 대해 "개별화된 요구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스템을 갖추고, 컨트롤타워가 위에서 지시하고, 그를 따르는 부분은 어느 정도 갖춰졌으니 개별적인 도움이 맞춤형으로 이뤄진다면 더 좋은 재난 대응 체계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국면의 한 사례로 혼자 사는 중증장애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생채소 등이 구호물품으로 지급돼 집안에서 부패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준 바 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재난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점차 세심해진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내놓은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배재현) 보고서에서 포항지진의 경우 특별법에서 법안 용어가 '보상'이 아닌 '지원'으로 규정된 것과 신체적・정신적 피해와 위자료 부분, 영업손실 등에 대한 보상에 대한 부분도 법률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고 언급했다. 재난 대응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의 재난 대응이 발전하려면 개별화되고 고도화된 피해 대응이 가능하도록 대비할 수 있는 인력, 시스템 유지와 개발이 필요하다.

■ 재난 전, 재난 중, 재난 후...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긴급히 대응하는 것만큼 재난 상황 이후도 중요하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피해 복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을 위한 자원 분배 등은 어쩌면 더 중요하지만 한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발전이 더딘 측면이 있다. 포항 지진의 경우 당시 이재민에게 국민적인 온정의 손길이 쏟아졌지만 지진 이후 보상과 지원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떨어졌다.

코로나19는 전 국민이 대상인 재난이어서 각 지자체와 정부 등이 빠른 경제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 재난 등에는 속도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 최근에는 재난을 겪은 지 1년이 된 고성 산불 이재민들에 대한 피해 복구 및 보상이 아직도 다 끝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장우 대표는 대중의 관심뿐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도 지적했다. "각 단체가 평상시에 가지고 있는 구호 능력을 넘어서는 모금대응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기부금의 현장 사용에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특정 대형 모금플랫폼에서 모금된 금액들은 긴급구호를 위해서 모금한 것인데, 모금플랫폼에 룰에 따라 지급을 하다보면 1달 이상 걸려 현장에 보내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긴급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집행"이라는 설명이다.

김동훈 대표는 섬세한 피해 복구를 위해서는 지역 커뮤니티 등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피해 복구자원이 내려가더라도 현장의 상황은 그곳을 가장 잘 아는 지역커뮤니티와의 협업을 통해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지역복지시설은 평상시 장애인 등 그 시설을 이용하는 당사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일을 하지만 재난 시에도 대상자들의 불편함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조직이다. 김 대표는 "아직은 재난 시에 이들의 책임이 그 시설에 대한 보호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지역커뮤니티 속에서 그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안전에 대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재난심리연구소가 한국재가복지협회와 함께 제작한 노인돌봄가이드 일부.
▲ 한국재난심리연구소가 한국재가복지협회와 함께 제작한 노인돌봄가이드 일부.

■ 피해자 뿐 아니라 종사자도 필요해진 '심리적 방역'

이전에는 재난이 발생하면 물적 피해를 복구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심리적 회복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져 있다. '심리적 방역'이라는 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낯선 단어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한국재난심리연구원 이윤호 소장은 재난 상황에서의 심리적 대응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전에는 재난 발생 시 심리지원의 대상은 거의 피해자 중심이었다. 화재라면 화재 피해자들, 주민에게 집중됐다면,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는 누가 대상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전국민에게 동일한 위험이기 때문에 심리 방역이라는 단어가 국민적으로 소개됐다. 불안을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하는 용어들이 국민적으로 통용된 것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상담을 진행하면 '내 주변 분들을 어떻게 심리적으로 도울 수 있나'를 묻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국민적으로 심리적 대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재난 상황의 피해자가 아닌 종사자에 대한 심리적 방역에 대한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소장은 "사실 종사자들에 대한 심리적 방역은 재난 상황에서 환자의 죽음 등을 직접 겪는 지금이 가장 절실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 감염 위기 상황이다보니 심리지원활동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노인돌봄가이드'를 발간하기도 한 것도 현재 할 수 있는 심리적 방역 노력의 일환이다.

이 소장은 "상황이 안정되면 의료진, 공무원, 소방관 등을 위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혀, 피해자뿐 아니라 종사자 등을 위한 '심리적 방역 지원'도 재난 대응의 중요한 한 축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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