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반 튈덴의 “정의와 단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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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 반 튈덴의 “정의와 단결” 이야기
[미술로 보는 세상(2)] 조양익 (미술평론가, 대륙으로 가는 길 문화예술위원장)
  • 2018.02.01 14:27
  • by 라이프인

오늘 소개하는 그림은 네덜란드 바로크 시기의 화가인 테오도르 반 튈덴(Theodoor van Thulden, 1606-1669)의 작품입니다. “정의와 단결(Justice and Unity)”이란 제목이 평범하진 않은데 그림속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그림의 주인공인 두 여신 중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여신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 : 로마 신화, 디케 Dike/Dicé: 그리스 신화)입니다. 그러면 단결(Unity)을 상징하는 다른 여신은 누구일까요?

테오도르 반 튈덴, 정의와 단결 1646, 캔버스에 유채 147.0 x 192.0 cm, 네덜란드. 노르트브라반트 미술관 (그림출처 : wikimedia)

이 그림에서 단결을 나타내는 여신은 로마신화의 조화와 평화의 여신인 "콩코르디아(Concordia)"입니다. 서양 미술에서 "콩코르디아"는 사자 가죽을 두르고 화살을 묶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화살을 묶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교훈적인 내용으로 나타납니다. 화살 하나는 힘이 없지만 여러 개를 묶으면 부러트리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형제들 간에 다툼을 해결하거나 조직의 단결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인용됩니다. 고대 신화에서 사자 가죽은 헤라클래스의 옷으로 힘을 상징합니다. 곧 화살을 묶는 여신의 행위와 사자 복장으로 보아 단결된 힘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로마로 건너온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역할은 사회변화와 인간의 요구에 의하여 중복되고 다양해집니다. 보통 그리스 신화에서 평화의 여신은 ‘에이레네(Eirene)’이고 조화의 여신은 ‘하르모니아(Harmonia)’입니다. 로마 신화에서 평화의 여신은 '팍스(Pax)'이지만 콩코르디아(Concordia)는 조화와 더불어 평화의 임무도 담당하는 여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치적 상황이나 황제의 정치이념 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콩코르디아’신전은 제2의 로마 건국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마르쿠스 푸리우스 카밀루스(Marcus Furius Camillus 기원전?~ 기원전 365) 시기에 건립되었습니다. 갈리아인의 로마 약탈 이후 정치적 지위가 향상된 평민들의 요구로 평민회와 호민관 제도가 설치되었지만 평민과 귀족의 대립은 계속되었습니다. 외부의 적이 쳐들어오면 귀족과 평민이 단결하여 싸워야 하는 로마에서는 이런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전쟁 영웅이기도 한 카밀루스는 기원전 367년에 호민관인 리키니우스와 세크티우스가 제안한 새로운 법을 귀족들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였습니다. 이 리키니우스-세크티우스 법은 두 사람의 집정관 중 한 사람은 평민 중에서 뽑도록 하여 평민에게 모든 공직을 개방하고,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유지(전쟁 등으로 로마가 확장한 땅)을 제한하자는 내용입니다. 이 법이 성립함으로써 평민들도 공직에 진출하게 되었고 귀족들의 재산을 제한하면서 평민들의 재산이 늘어 평민의 경제적 기회도 강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로마는 사회적 개방과 통합으로 천년 왕국을 이룬 것입니다. 이를 기념하여 지은 신전이 바로 ‘콩코르디아’신전입니다.

참고로 팍스(Pax)는 통치 기간 중 정치적 평정을 이룬 아우구스투스 황제시기부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BC 9년에  팍스 아우구스타의 제단(Ara Pacis:평화의 제단')이 헌당되었고, 75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 때  팍스 대신전이 완공되었습니다.

라틴어 콩코르디안(Concordia)는 공감, 조화를 의미하고 이태리어의 여성명사 Concordia는 '일치', '합치', '조화', '동화' 그리고 '상호이해' 또는 '융화' 등의 뜻을 지닙니다. 파생된 불어의 concorde는 비행기 이름이기 전에 (마음의) '일치' 또는 '화합' 등의 뜻입니다.

자주 소개드리는 프랑스의 상징주의 화가 피에르 퓌비 드 샤반(Puvis de Chavannes, 1824-1894)의 그림에도 "콩코르디아"가 등장합니다.

피에르 퓌비 드 샤반, 콩코르디아, 1867,캔버스에 유채, 108.9 x 148.6 cm,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그림출처 : wikimedia)

샤반의 그림을 보면 마치 야유회라도 와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화면의 중앙을 보면 한 여인은 무릎을 꿇고 염소의 젖을 짜고 있고 그 옆의 여인은 과일을 공정하게 배분해주고 있습니다. 샤반은 “수확물을 공정하게 배분하여 다툼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뭘 말하고 싶었을까요?
당시 프랑스는 산업혁명으로 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부의 편중과 빈민층의 확대 등 계급 계층 간의 대립이 심화되었습니다. 외부적으로는 국가 간 대립의 격화로 전쟁의 위험이 있었습니다. 실제 1870년 프로이센과 유럽대륙의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였지만 참패했고, 파리 코뮌으로 계급 대립도 폭발했습니다.
샤반은 이 두 사건이 터지기 10년 전에 프랑스의 사회를 보면서 예술가의 직감으로 "콩코르디아"를 찾았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갈등의 요소가 많습니다. 통합과 조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로마 사람들이 ‘콩코르디아’를 조화와 평화의 여신으로 신격화하고 신전을 세워 기념하고 숭배한 것은 조화와 평화가 사회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로마가 제2건국을 하고 천년왕국을 선언하고 실제 수백 년 동안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귀족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버리거나 제한하면서 이룩한 것입니다. 부와 권력의 기득권을 버리지도 않고 책임만 나누는 통합은 전제정치(專制政治)의 구호와 다를 수 없습니다.  유스티티아(Justitia)와 콩코르디아(Concordia) 그리고 팍스(Pax)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루벤스, 아레스로부터 에이레네를 보호하는 아테나(전쟁과 평화, 전신으로부터 평화를 보호하는 미네르바) 1629-30, 캔버스에 유채 203.5 ×298 cm, 런던, 영국국립미술관  (그림출처 :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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