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사경] 친환경과 고령자 노동, 함께 해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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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사경] 친환경과 고령자 노동, 함께 해결할 수 있어요!
고령노동자 노동 통해 업사이클 실천하는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
  • 2020.06.08 13:01
  • by 김정란 기자

그간의 기술은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삶이 가져온 만족스러움에, 우리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것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이 생각들을 뒤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쓰레기 산, 플라스틱에 괴로운 해양생물들…지구가 더는 터전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항목 13~15번(▲기후변화와 대응 ▲해양환경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전)은 그간 우리가 미뤄두었던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조치, 해양, 육지 자원의 보존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할, 인간과 지구, 우리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기술은 없을까? 더는 미룰 수 없는 생각들을, 앞서 실천하며 전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있다. 라이프인이 지구를 위해 뛰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편집자 주]

 

▲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 ⓒ라이프인
▲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 ⓒ라이프인

지하철 선반 위의 폐지들을 경쟁적으로 가져가는 노인들. 가끔은 1kg에 20~30원 정도인 이 폐지라도 줍기 위해 애를 쓰다 다툼이 일어났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아립앤위립 심현보 대표는 고령자들이 제대로 된 돈벌이가 없어 일어나는 이런 일들을 보는 것이 가슴 아팠다. 그래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아립앤위립이다. 환경과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미션으로 하는 기업이다.

심 대표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면서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친할머니댁에 가서 조금씩 모아놓으신 폐지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사업의 시작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아주 빈곤한 노인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를 보면서 못하시게 말렸지만 잘 안 들으셨다. 또 심 대표와도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할머니 친구분들 중에는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친할머니와 같은 분들인데 괜찮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돈을 조금씩 모아 물, 장갑 등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활동이 너무 임시적이라고 생각해서 알아보다가 결국 본격 사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현재 5명의 어르신이 아립앤위립에서 일하고 있다. 시즌 단위로 프로젝트성 운영을 통해 노인들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참여할 어르신들은 독거노인 등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복지관 등과 연계해 모신다. 폐지를 수집하고 있거나 차상위계층 등의 우선순위 조건을 가지고 함께할 어르신을 찾는다.

일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본인이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아립앤위립에서 제작하는 상품에 이 그림과 글이 담기고, 그 저작권료가 이들의 1차 수입이 된다. 포장하는 노동을 통해 2차 수입을 얻게 된다. 심 대표는 "어르신들이 그리는 그림의 실제 주제는 '인생꿀팁이다. 삶은 경험의 책이 아닌가. 어르신들이 청년들에게 좋은 이야기, 위로해주시는 것이 핵심이다. 노인과 청년을 잇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요즘은 어른들을 떠올리면, 꼰대, 잔소리 등의 단어를 떠올리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의 추억을 되돌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심 대표는 "내가 외할머니 집이 있던 시골에 가면 아궁이에 불도 때보고 공부하란 소리도 잘 하지 않으셨다. 그때 따뜻한 감정들을 생각해보니 그게 지금 와서는 더 위로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들 중에 '다 할 수 있어', '밥 잘 먹는 게 최고야' 등등이 아립앤위립 스티커에 쓰여 있는 것들이다. 우리 일 하는 어르신들이 직접 하신 말씀이다. 작업이라고 하기보다 말을 많이 하면서 예전을 회상하고 그것을 콘텐츠화하는 활동을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 맡기지 않고 원화 그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서만 일을 하다 아립앤위립의 일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첫 번째는 안전한 곳에서 일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는다는 부분이 좋은 점이다. kg당 2, 30원하는 리어카 하나를 채우면 보통 150kg 정도 되는데 그럼 2, 3일 정도 걸린다. 넉넉하게 50원 준대도 7,500원이고, 3일에 한 리어커 차니까 열 번 하면 75,000원이다. 월급이 75,000원이라는 말이다. 심 대표는 "우리는 최저시급에 맞추고 3시간씩 3일 정도 나와서 작업을 하시는데 수입은 더 나으니 좋아하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마음의 위로다. 아립앤위립은 가능하면 모여서 작업하는 것을 아예 규정으로 정해놓았다. 심 대표는 "얘기하다 보면 집에서 할 수 없던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런 것들 얘기하시면 활력이 생긴다고 표현하시더라. 처음과 달리 화장을 하고 오시기도 한다. 사람 만나러 가는 게 좋으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더 자주 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아립앤위립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 모습. 심 대표는 어르신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을 아주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아립앤위립
▲ 아립앤위립에서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 모습. 심 대표는 어르신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을 아주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아립앤위립

아립앤위립 사업의 또 한 갈래는 친환경 교육이다. 심 대표는 "학교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노인빈곤에 대해서보다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다. 주로 중학생 아이들에게 친환경 교육을 하면서, 폐지 관련 설명, 보드게임 등을 통해 노인빈곤에 대한 관심을 깨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의 친환경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심 대표는 "아이들이 처음에 박스, 환경 이런 얘기 하면 우리 어릴 때와 똑같이 지루해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업사이클링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개념만 알고 있던 업사이클링을 직접 실천해보면 아주 즐거워한다. 특히 잡지를 이용한 팔찌만들기 등을 통해 어렵지 않은 업사이클링을 직접 해볼 때 효과는 더 좋아진다"고 했다. 이전에 해왔던 지루한 교육보다는 체험에 초점을 맞춘다. 

또 그 속에서 폐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인 빈곤에 관한 이야기도 소개한다. 아립앤위립에서 직접 개발해 판매도 하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 대해 아이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을 통해 고령 노동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심 대표는 "우리나라 폐지회수율이 세계 1등이다. 92.7%라는데 그중 10% 정도가 어르신들 몫이라고 한다. 우리는 자원재활용에 어르신들이 이바지하신다는 가설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이런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세상에 전하자는 것이 우리 컨셉"이라고 말했다.

▲아립앤위립이 제작한 중고 핸드폰 패키징 박스. 핸드폰을 꺼내고 난 후 펜트레이로 이용할 수 있다.ⓒ아립앤위립
▲ 아립앤위립이 제작한 중고 핸드폰 패키징 박스. 핸드폰을 꺼내고 난 후 펜트레이로 이용할 수 있다. ⓒ아립앤위립

더 많은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아립앤위립은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패키징 박스가 없었던 중고폰 업체와 서로 원하는 바가 맞아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박스를 제작해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접착제 없이 만들어진 이 박스는 핸드폰 상자였다가 핸드폰을 꺼내고 나면 간단히 접어 펜트레이로 사용할 수 있다. 심 대표가 직접 디자인을 고안했고, 어르신들의 그림이 실린다.

심 대표는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스마트스토어에서 박스공책, 마스킹테이프 등은 판매하면서, 요즘 젊은이들에게 큰 관심사인 '레트로'(복고풍)에 대한 결을 좀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사업이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어르신들이 만드는 식당, 반찬가게, 도시락 등의 사업을 하거나 작업장을 만드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거기에 전시 판매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머릿속 사업 계획들을 공개했다.

노인빈곤과 환경 문제를 엮어 나가는 아립앤위립의 미션 안에서 일을 해나가는 고령노동자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환경에 대한 구호가 넘치는 젊은 세대보다는 이에 대한 관심이 낮지 않을까?

심 대표 역시 "매번 말씀은 드리는데 그렇게 크게 관심이 많지는 않으신 것 같다"면서도 말이 아닌 행동에는 친환경이 몸에 밴 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쓰레기봉투 하나도 허투루 쓰시지 않은 분들이다. 전단지, 무가지, 캔 등도 쉽게 버리지 않고, 일회용 플라스틱 통들도 한 번 쓰고 버리시는 법이 없다"는 얘기다.

우리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들의 절약 정신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너무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환경을 망치는 것이라면, 환경에 대한 구호의 목소리는 낮아도 어르신들은 이미 환경실천가들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이 아립앤위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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