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의 상상 ①] 도시재생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애틀랜타와 'EIB(Environmental Impact B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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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금융의 상상 ①] 도시재생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애틀랜타와 'EIB(Environmental Impact Bond)'
  • 2020.06.05 11:15
  • by 정종덕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매니저)
6:57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집중하고 있는 6대(▲도시재생 ▲에너지·환경 ▲인구 ▲양극화 ▲문화·예술 ▲기술) 중점 분야의 최신 해외 사례를 정리해 올 연말 ‘SVS 인사이트’ 시리즈의 하나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상상력을 지닌 많은 조직과 만나기를 희망하며 최신 사례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사회적금융 모델을 라이프인에 소개한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금융 도매기금인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은 사회적경제의 발전과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필요한 금융기반과 생태계를 조성을 하고 있다. 안산의료사협과 함께하는 소셜자산화, 목포의 건맥 1879 협동조합의 지역자산화 프로젝트, SIB 금융기법을 활용한 서울시 청년 실업 해소 프로젝트 기금 모집 등 한국의 환경에 맞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융자하고 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환적 뉴딜 프로젝트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편집자 주]

 

도시는 산업구조, 인구 증·감 등의 변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성장하고 또 쇠락하기도 한다. 쇠락한 도시를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인프라를 건설하고 재개발하는 하드웨어적인 측면과 도시의 역사, 문화를 보존하고 되살리는 소프트웨어적인 재생으로 구분될 수 있다. 한국은 급격한 고도성장 당시 이 두 가지의 축 중 하드웨어에 치중했고 이는 획일적인 도시개발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되려 소외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에 대한 반성에서 최근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은 기존 재개발 위주의 정비에서 탈피해 지역의 역사성, 원주민의 지역공동체, 문화를 유지하고 복원하며 단순 건축물이 아닌 좀 더 포괄적으로 '공간'을 재생하고 있다. 협동조합주의 가치에 기반한 시민자산화, 사회주택 등 사회적경제 방식의 도시재생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자금 또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도시재생은 하드웨어 일변도(재건축)의 정비방식에 소프트웨어(커뮤니티와 역사)가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재생의 새로운 과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는 그 실마리를 생태, 환경에 대한 고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선진국과 저개발국, 대도시와 지방 가릴 것 없이 우리는 도시의 기능과 사회 관계망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것을 경험했다. 문제는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라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진, 홍수, 전염병 등의 자연재해는 좀 더 빈번하게 찾아올 것이고, 이는 도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물리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제일 먼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다가올 도전에 얼마나 탄력적인(resilient) 도시로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인프라의 정비, 커뮤니티 즉 사람의 관계성과 지역성의 회복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도울지, 무엇보다 사회적금융은 이 새로운 전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 애틀랜타 시내 빌딩의 관개시설 ⓒ American Flood Coalition
▲ 애틀랜타 시내 빌딩의 관개시설 ⓒ American Flood Coalition

2019년 미국 애틀랜타시에서는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애틀랜타시가 록펠러 재단의 후원을 받는 Quantified Ventures와 함께 거래가 가능한 지방 정부 채권형태로 한화 약 170억 원(1,400만 달러) 규모의 환경성과연계채권 
(EIB, Environmental Impact Bond)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것이다.

애틀랜타시는 급격한 도시화를 따라가지 못한 낙후된 관개시설로 여러 지역이 상습적으로 범람이 되는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는 특히 Proctor Creek과 같은 낙후 지역에 집중되고 있어 애틀랜타는 시의 고질적인 홍수, 하수의 범람 등을 해결하기 위한 총 6개의 그린 인프라 확충 (배수시설이 취약해 범람이 되는 낙후 지역의 하천, 습지대 복원 등) 프로젝트를 시민들과 함께 계획했다.

애틀랜타의 6개 프로젝트가 10년 동안 약 6.5백만 갤런의 물을 범람시키지 않고 막는다면, 프로젝트에 투자한 시민과 민간 투자자들은 약 3.55%의 수익률을 거두게 된다. 애틀랜타시는 EIB를 통한 재원 조달로 비용을 절감하고 성과중심 평가에 따른 효율성 강화를 모색할 수 있는 한편 시민들은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에 투자하게 되는 구조이다. 시민의 참여를 높인다면 프로젝트 성공에 따른 인센티브가 소모성 지출이 아닌 시민에게 돌아가 지역경제가 선순환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공이 성과에 비례한 투자수익률을 제공해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민간의 자금을 유인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프로젝트 투자로 용도를 지정한 지역화폐 지급 등 코로나19의 경제침체로 인한 초저금리시대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요즘 EIB를 통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다. 

애틀랜타시는 범람지역 주민들이 사회, 경제적으로도 취약계층인 점에 착안, 그린 인프라를 통한 시민자산 확충, 일자리 창출 등을 연계하여 계획하고 있다. EIB 는 2016년 미국의 볼티모어, 워싱턴 D.C에서 오수와 폭우의 범람을 막기 위한 정화시설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약 2,500만 달러 규모로(세재 혜택 적용) 첫선을 보였고, 시민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된 EIB는 애틀랜타시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흐름은 최근 올해 3월 버펄로시에서 역대 최대규모(약 370억 원)의 EIB 프로젝트로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EIB는 2010년 영국 피터버러 교도소 재소자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처음 시도된 사회성과보상사업(SIB, Social Impact Bond)이 환경 분야에 적용된 파생형태로, 기존의 전통적인 지방 정부 채권에 성과에 따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성과연계를 적용한 방식이다. EIB는 채권 발행기관(중앙 혹은 지방정부)이 특정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의 투자금을 유치하여 재원을 조달하고, 도달해야 할 목표치를 민간사업 수행기관에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사업의 결과물은 외부평가기관의 중립적인 평가를 거쳐 지정한 목표치를 충족했을 시 이에 비례하여 투자원금과 성과급(인센티브)을 정부에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이다. 

 

▲ 애틀랜타 EIB 의 구조도 ⓒ Quantified Ventures
▲ 애틀랜타 EIB 의 구조도 ⓒ Quantified Ventures

S(E)IB는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정부는 성과에 따른 수익률을 지급해 민간으로부터 선행자금을 유치하고, 정부는 큰 재원이 필요한 사업에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결과를 얻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 SIB가 기존의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사업과 가장 큰 다른 점은 SOC가 공공의 편익과 투자자의 편익이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반면, SIB는 사회문제를 해결할수록 투자자의 수익도 비례하여 증가하는 구조로 설계된 임팩트 투자라는 점이다. 

물론 S(E)IB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수치화 및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슈, 좀 더 근본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장의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모델 자체에 대한 비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애틀랜타시 EIB의 새로운 시도에 주목할 점은 대규모의 재원이 필요한 ‘환경’ 사업을 위해 일반 시민들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의 통로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즉 도시 관개시설 개선을 위한 인프라(하드웨어) 확보를 위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이를 녹색 인프라 일자리 창출 등과 연계하고(소프트웨어), 대규모 재원조달을 위해 EIB 라는 금융도구를 적용한 점(재원의 조달)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초점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회복 탄력성 증대(환경)에 둔다는 것이다.

10년 뒤 결과물로 투자자들의 예상 수익률 3.55%가 얼마나 달성될 수 있을지, 실제로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관점, 패러다임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 더욱 참여적인 금융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버넌스(Governance)의 사전적 의미는 “An act or process of governing”이다. 즉 의사결정과 통치의 결과가 아닌 통치 되는 ‘과정’과 ‘방법’을 의미한다. 시민들이 사는 도시를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갈지를 고민하는 도시재생 거버넌스의 확립은 의사결정 ‘과정’에 얼마나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지를 의미할 것이다. 

도시의 물리적인 인프라의 개발, 커뮤니티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 위기에 탄력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시스템 이 3가지가 조화롭게 이뤄질 때 도시는 좀 더 균형 잡히고 역동적인 곳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다양한 실험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금융의 역할에도 주목해보자.

사회적 거리 두기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요즘, 기존의 일상과 당연하기만 했던 질서 (status quo)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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