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원산을 바라보다(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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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향한 원산을 바라보다(종결)
  • 2020.06.16 09:00
  • by 이찬우 (테이쿄대학 교수)
12:05

<원산과 강원도의 힘> : 한반도 균형발전을 내다본 [6.15공동선언]의 꿈

▲ 2000.6.15남북공동선언문 ⓒ 대통령기록관
▲ 2000.6.15남북공동선언문 ⓒ 대통령기록관

남한과 북한의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처음으로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20년이 지났다. 2000년 6월의 [6·15공동선언]이다. 이 선언에서 남과 북이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으나, 20년 지난 지금 북한은 남한을 적으로 선언하였다. 그 원인을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지만 남한에서도 북한 주적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도 20년 과정속에서 남북 간에는 교역, 투자, 인도지원, 직항로 개설, 도로와 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 사업 등 많은 경제협력사업과 이산가족 상봉, 고위급회담, 사회문화 스포츠 교류가 있었다.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시작해서 평양선언으로 이어지는 남북관계 해빙의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이 모든 교류가 끊어졌고 남북 간 직통전화 핫라인마저 차단된 상태다. 

돌이켜 보면 남한은 북한과 합의한 사항을 실행하는 데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 협력을 완전하게 이끌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보수 정부 9년간 남한 정부 스스로가 남북경제협력을 퍼주기요 핵 개발 자금원이요 하면서 남북 간의 빗장을 걸어버린 탓도 크다. 문재인 정부 등장으로 2018년 9월 [평양 선언]까지 하면서 남북 간의 빗장을 풀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엇박자만 낸 채로 정부 간 상호 신뢰가 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지금 상황은 과거의 어떤 남북관계에 대한 결과가 아니라 아직 과정이다."

아직 서로의 차이점이 너무나 많기에 지금의 상황이 결과적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고 20년밖에 안 된 그 과정에 많은 굴곡이 있을 뿐이다. 북한이 바라는 결과를 남한이 호응하지 않는다고, 또 남한이 바라는 결과를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다고 결과는 없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북한은 "두 마리 토끼" 즉 핵과 경제를 다 잡는 정책을 펴는데 남한은 이에 호응할 수 없고, 남한도 "두 마리 토끼"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다 잡는 정책을 펴는데 북한은 이에 호응할 수 없다는 거다. 역지사지로 서로를 이해하되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뒤로 미루는 지혜도 필요하다. 

남북관계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위기를 겪어왔기에 쉽게 다시 분열상태로 가기보다는 좀 더 나은 상호의존 관계로 가는 것이 유익하다는 생각을 남북 당국자들이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6·15 공동선언] 제4항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하였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 바로 더 나은 남북 간의 상호의존관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표현은 남북 경제관계의 핵심을 잘 짚은 것이다. 1991년에 있었던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민족경제의 통일적인 발전"이란 표현이 있었는데, 2000년 [6·15공동선언]에는 남북의 경제체제가 각각 별개로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민족경제로서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이에 따라 남북은 궁극적으로는 민족경제의 공동체적 통일을 지향하되, 현재로는 서로의 경제체제를 인정한 기반 위에서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것으로 되었다. 그리고서 20년이 지났고, 그동안의 여러 남북교역과 경제협력을 경험하고 다시 원점에 돌아가 있다. 남북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보다는 원점에 서서 다시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남북이 서로 있고 없는 것을 나누는 "유무 상통"을 하고, 농공상업을 발전시키는 데서 부문과 지역적 측면의 균형을 보장하며, 궁극적으로 민족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원산을 핵심으로 한 북한의 강원도와 남한의 강원도를 지역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데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

북한의 강원도와 남한의 강원도는 둘 다 해안지대와 산악지대 및 분지라는 지리적 공통성이 있다. 북측 강원도는 원산, 고성, 금강산, 고산, 세포, 평강 등이고, 남측 강원도는 속초, 강릉, 동해, 철원, 춘천, 원주, 평창, 영월, 태백, 삼척 등이다. 남북을 합해서 보면 원산에서부터 동해선 축으로 원산 고성 속초 강릉 동해로 이어져 부산에 닿고, 경원선 축으로 원산 고산 세포 평강 철원으로 이어져 서울에 닿는다.

▲  남북 강원도 일반현황 ⓒ 강원도청
▲ 남북 강원도 일반현황 ⓒ 강원도청

동북아 지역을 놓고 지도를 그려보면 원산의 위상이 더 드러난다. 원산은 국내적으로는 지방경제 균형 발전의 중심이고, 남북한 사이에서는 원산-서울의 경원선 축과 원산-강릉-부산으로 이어질 동해선 축에 있어, 평양-서울의 경의선 축과 더불어 한반도 균형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동북아 국제적 차원에서는 러시아의 시베리아철도와 가스 파이프 라인이 원산을 통과하여 평양 그리고 남한의 서울과 강원도를 거쳐 부산으로 이어지고 일본으로 연결되는 환동해 에너지 협력을 그릴 수 있다. 또는 동해에서 국제적인 수산협력도 가능하다.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는 동아시아 관광교류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 중국동북지방의 심양/대련/단동/연변- 북한의 나선/백두산/신의주/평양/원산/개성- 남한의 서울/강릉/대전/광주/대구/부산 등 각지역- 일본의 큐슈/교토/도쿄/니가타/홋카이도로 이어진다. 이 관광 네트워크가 마련되어 누구나 전부 다녀볼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꿈꾼다.

▲ 남북한을 중심으로 본 동북아시아 연결망 [이미지=필자 작성]
▲ 남북한을 중심으로 본 동북아시아 연결망 [이미지=필자 작성]

그러한 의미에서 남북간의 금강산 관광 사업은 다시 한번 의미를 되집짚어보아야 한다. 현대그룹이 진행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방간 협력사업이라기 보다는 기업이 주체가 되고 중앙정부가 함께 추진하였고 지방정부는 협력자였다. 남북한 사이에서만 이루어진 독점적인 사업이었다. 1998년 11월부터 2008년 7월에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중단될 때까지 약 10년 간 계속되었는데, 3,550회 관광에 누계 193만 명(1일 평균 3-4천 명)의 남한사람들이 금강산 구경을 했다.

▲ 금강산관광객 추이 (단위:명) ⓒ 통일부
▲ 금강산관광객 추이 (단위:명) ⓒ 통일부

현대그룹을 중심으로 한 남한기업들과 한국 정부가 관광선이 접안하는 고성항 부두시설, 관광 도로, 스키장, 골프장, 휴게소, 식당, 온천, 이산가족면회소, 호텔 등을 건설하는데 약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외에 현대그룹은 관광사업에 대한 포괄적 독점권에 대한 대가로 4억 5천만 달러를 제공했고 관광실시 10년간 관광요금으로 4억 8,669만 달러, 금강산에서 북한예술단관람비용과 시설이용료 등으로 6,908만 달러 등 모두 합쳐 현금 약 10억 달러를 북한에 지불했다.

2008년 이후 남북 간에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위한 논의가 있었으나 교섭이 결렬되자 북한은 더 이상 남한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관광 개발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5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하고, 2014년 6월에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발표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사업은 이렇다 할 진전이 없이 지나다 2018년 9월의 남북정상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더 나아가 2019년 신년사를 통해 "무조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국제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다리다 못한 북한은 2019년 10월에 금강산에 있는 남한 측의 시설철거를 통고했다. 관광 중단 후 10년이 지나도록 남한 측이 지은 건물들을 손보지 못해 노후화가 심각했던 사정도 있었다. 이때 금강산을 시찰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조선중앙통신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 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라고 소개했다(조선중앙통신 2019년 10월 23일).

남북협력으로만 이루어졌던 금강산 관광사업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동북아 국제 관광 협력이라는 구상을 가지고 다국간 협력으로 추진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중앙정부보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북한의 지방정부들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앙정부의 판단은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리얼리즘이다. 관광사업 안돼도 그만이다. 기업은 사활을 걸지만 중앙정부가 막으면 도리가 없다. 이런 현실에서 금강산관광사업은 막혀있고 앞은 안 보인다. 금강산관광사업 재개를 위해서는 남한 측이 새로운 구상의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원산을 중심으로 한 북한 강원도와 남한 강원도가 협력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지방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안전보장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안전보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활동들이 지방엔 필요하다.

▲ "세계를 향한 원산의 세가지 고리"에 대응하는 강원도 남북협력 [이미지=필자 작성]
▲ "세계를 향한 원산의 세가지 고리"에 대응하는 강원도 남북협력 [이미지=필자 작성]
▲ 문재인 정부와 강원도 남북현안 ⓒ 라이프인
▲ 문재인 정부와 강원도 남북현안 ⓒ 라이프인

구체적으로는 먼저 국제교류 부문에서 남북 강원도가 협력하여 (가칭) 원산-금강산-평창 세계 청소년 이동 야영대회를 개최하거나, (가칭) 원산-동해 간 해안도로 세계 자전거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갈마 해안 관광지구에 들어서는 전람관, 컨벤션 센터를 국제회의용으로 적극 활용한다. 그래서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와 강원도에 세계에서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문제로 관광 부문이 세계적인 규모에서 타격을 받고 있어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2021년 이후 남북 간에라도 먼저 제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오래가서 국제간 인적 이동이 계속 제한된다면 국제교류 부문은 장기적 과제로 남긴다. 

둘째로 균형 발전 부문에서 경원선의 남북 철도연결과 강원도 동해선의 남북연결 및 미건설 구간 건설을 하는 것이다. 원산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균형 발전을 위해 이 두 노선은 매우 중요하다. 경원선(약 224km)은 서울-철원-원산 구간에 직통열차를 달리게 해서 2시간대로, 향후 고속철도를 구상한다면 1시간대에 연결되어 원산은 바로 코앞에 있는 곳이 된다. 2015년 8월에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역에서 경원선 복원공사 1단계 구간 기공식이 있었지만 앞으로 남북간에 반드시 연결해야 한다. 강원도로 보면 동해선을 해안 관광선으로 개발하고 해안도로를 정비하여 남북 강원도 사이의 인적 물적 간선망으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북 강원도 간에 수산협력도 본격화할 수 있다. 동해에서 공동어로는 물론이고 수산양식의 기술협력과 공동가공, 어구 제조 등에서 강원도가 경제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강원도의 하천들에서 연어 새끼를 방류하여 연어가 회유하면 연어를 이용한 식품개발과 통조림 가공 수출 등을 남북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산악지대를 활용한 농업협력도 할 수 있다. 고산지대 농업과 축산업의 공동생산 공동가공 공동판매를 협동조합을 통해서 추진하고 직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남북유통체계 협력도 추진할 수 있다. 강원도는 6차산업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북한에도 알려주어야 한다.

보건위생 의료 부문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는 지방간 협력사업이다. 남북 강원도의 병원간 유무상통, 의과대학간의 학술지식교류, 보건위생분야 물품 협력 등이 필요하다. 인도적 지원의 틀 보다는 상호의존, 유무상통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북한당국이 남한당국에 대해 어떤 말을 하건 자력갱생의 "강원도 정신"을 가진 북측 강원도와 "강원도의 힘"이 있는 남측 강원도가 스스로 민족문명의 길을 만들고 개척해야 할 때가 왔다. 끊임없이 제안하고 협력의 끈을 찾아 모색하는 진정성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반도 민족경제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도록 협력하자는 20년전의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자. 문명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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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테이쿄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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