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⑤] 사회적경제는 행복과 자부심의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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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⑤] 사회적경제는 행복과 자부심의 공간입니다
  • 2020.07.01 09: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05:39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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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는 사회적경제의 젊은이들이 많다. 그중에는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여러 장소에서 만난 젊은이들도 있다. 그 대부분은 사회적경제 관련자(사회적기업가, 협동조합 활동가, 중간지원 상근자, 국제개발협력 활동가, 관련 공공기관·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이며,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세계, 즉 자본보다는 사람이 중시되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생하는, 그러한 세상을 꿈꾸며 살고 있다.

이들은 젊은이 특유의 결기로 미래의 희망에 들뜨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의 어려움에 좌절하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드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추락하며 미래 생활의 불안감에 떨기도 한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지역청년센터·복지관·쪽방지원센터 등 각자 일하는 곳은 달라도, 활동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무늬만 ‘사회적’인 일부 사회적기업의 행태에 대해 분노한다.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자원봉사’와 ‘기부’라는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자원이 고갈되어 있음에 절망하며, 자원을 쥐고 흔드는 관료들의 과도한 서류 요구에 치를 떨기도 한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 지원이 오히려 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우려하며, 정부 지원에 이끌려 몰려든 수많은 자칭 사회적기업가·도시재생 활동가·마을 활동가 중에서 ‘천사’와 ‘악마’를 구분하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나는 내 젊은 친구들에게 과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여러분은 새로운 시대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말이다. 코로나 19 이후의 새로운 시대는 공동체와 자연환경을 중시하며, 약자를 배려하고, 공익에 헌신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의 리더들을 필요로 한다. 그들이 바로 여러분임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땅에서도 그동안 수많은 선배 활동가들에 의해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탄생되고 유지되어왔다. 지학순 주교님과 장일순 선생님의 노력으로 현재 원주의 사회적경제 기반이 만들어졌다. 그분들이 만든 원주신협 운동, 원주소비자협동조합(현 한살림) 운동의 전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승되어 지금 원주의 사회적경제 운동을 이끌고 있다.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들은 1997년 설립된 이후로 2019년 현재 99개 회원조합 및 조합원 29만 3,812명이 참여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아이쿱생협을 중심으로, 파머스쿱(농업생산 협동조합), 협력업체협의회(구례·괴산 자연드림파크 입주기업), 기타 사회적경제기업, 비영리조직 등의 조직이 연대한 사회적경제 생태계인 ‘세이프넷’으로 진화해갔다.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쪽방촌에는 사랑방공제조합이라는 훈훈한 현장도 있다. 쪽방 주민들이 출자하고, 대출이자 2%로 생활자금을 변통하는 공제협동조합이다. 2019년 현재 총 출자액은 1억 9,446만 원이며, 월평균 165명이 출자한다. 100만 원 이상 출자한 사람도 82명이나 된다. 이곳에서의 대출상환금은 90%에 육박하며, 만약에 못 갚더라도 크게 질책하지 않는다. 서로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초생계보장 대상자이며 월수입이 방값 포함 70~80만 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들이 만들어놓은 기적이다. 

이들의 성과를 보면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외국의 사례를 보고 벤치마킹해서 얻은 것도 아니며,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에 사회적경제비서관실을 만들고, 기획재정부에 사회적경제과를 만들었기 때문에 창출된 것도 아니다. 그것들이 사회적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나 중심 동력일 수는 없다.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긴 세월 한국사회의 문제를 풀기 위해 묵묵히 땀 흘려온 수많은 선배 활동가들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어왔다. 

나는 선생으로서 나의 젊은 친구들에게 99%의 확신으로 말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우리들의 ‘행복과 자부심’을 증진시키며,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공리주의론』에서 인간의 행복은 공동체와 함께함으로 느껴지는 개인의 지적·도덕적 능력의 고양에 있다고 말한다. 아마르티아 센도 그의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도덕까지 포함한 인간 역량(capability)의 총체적 상승을 ‘발전’이라고 규정한다. 협동조합이든 사회적기업이든 그 활동의 주요 목적은 사람을 중시하며,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그 과정으로의 참여가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간다. 

이러한 생각은 2,500년 전의 공자님도 마찬가지였다. 『논어』의 첫 구절에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즐거움이 기록되어 있다. 옳은 일을 위해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즐거움, 같은 뜻을 품은 동지가 멀리서 찾아와 서로 격려해주는 즐거움,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꿋꿋이 그 신념을 지켜나가는 자부심, 이것은 우리의 사회적경제 선배들이 걸어왔던 길과 큰 차이가 없다. 

조그마한 실천이 언젠가는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설령 그 사회가 변하지 않을지라도 화내지 않고 꿋꿋이 이어가는 활동가의 씩씩함,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어려움을 참아내는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갖는 즐거움의 근원일 것이다. 밀과 센, 그리고 공자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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