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원주] 일터가 바뀌면 보이는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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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원주] 일터가 바뀌면 보이는 풍경들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정주형 이사장 인터뷰
  • 2020.07.09 16:00
  • by 전윤서 기자
▲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정주형 이사장 ⓒ라이프인
▲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정주형 이사장 ⓒ라이프인

■ 꿈을 펼치고 싶은 청년,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하다.

한림대 언어병리학과를 졸업한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 정주형 이사장은 2009년 원주지역에 있는 3차 병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정 이사장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3년 동안 재활 치료 분야에서 고질병처럼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는 치료사들을 위한 일자리가 적다는 문제이다. 재활 치료에는 넓게 보면 언어치료, 미술치료, 놀이치료, 인지치료 등 다양한 치료 분야가 있다. 치료의 부담금을 덜어주는 '발달 재활 바우처 사업' 도입으로 인해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은 늘어나면서 제공인력이 늘어났다. 하지만 수용기관이 담보된 것은 아니었다. 1,000병상이 넘는 큰 병원도 재활 치료 분야는 단 2명만 고용하고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적은 치료사들은 일부 특수학교, 복지관 취업을 제외하면 사설기관에 대부분 취업을 하게 된다. 

여기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고용 형태이다. 사설센터에서는 치료사를 호출형 근로 유형으로 고용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센터에서 치료사의 방을 하나 제공하고 그 방을 사용하는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상담을 하고 치료를 하면 치료사는 일한 만큼 급여를 받게 되는데, 이것도 센터 원장과 일정 비율로 나누어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적으로 고용형태가 안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치료사들은 고용 불안감 느끼고, 결혼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문제가 발생하며, 이에 따른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거나 치료사가 바뀌어 혼란을 느끼는 등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 이사장은 "처음 병원에 근무하면서 고용 형태에 놀랐고,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인해 내가 공부한 것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했을 때가 88만 원 세대 책이 나온 직후였다. 그 책을 보고 경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막 경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정 이사장은 2012년도에 우연히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 경제학 강의에서 이탈리아 카디아이(KADIAI)사회적협동조합 사례를 듣게 된다. 전문가 협동조합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니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발판이 제공되는 좋은 모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정태인 소장에게 자신의 사업 모델을 얘기한 뒤 "너무나 적합한 모델인 것 같으니, 꼭 실행해서 성공해라"라는 조언을 들은 정 이사장은 2013년 원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컨설팅을 받고 2014년에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을 창립하게 된다. 

▲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두루바른언어심리임상센터 치료실 모습. ⓒ라이프인
▲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두루바른언어심리임상센터 치료실 모습. ⓒ라이프인

■ 그렇다면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재활 치료기관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두루바른의 '바른'의 의미는 양질의 서비스를 의미하고 '두루'는 보편적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두루바른의 소셜미션은 양질의 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미션에 합의하는 치료사들이 모여 생산자조합을 만든 것이 두루바른사회적협동조합이다. 두루바른은 우선 직원들이 9 to 6로 근무를 한다. 일반 재활 치료기관은 호출형 근로가 보편적이지만 두루바른은 정해진 시간 출퇴근을 하며 월급을 받는다. 쉬면 연차가 되는 다른 일반 재활 치료기관과는 다르게 육아휴직은 물론이고 30분 단위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다. 고용안정이 확보되자 할 수 있는 센터의 역할은 더 늘어났다. 정 이사장은 "임상의 질적 관리에 대해서 항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기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는 만큼 치료사들의 자기 계발에 힘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두루바른은 공용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고 덕분에 치료사들 간의 교류 또한 남다르다. 치료 이외의 시간에 학회 참여는 물론 내부적으로 실행하는 교육, 워크숍, 스터디 등 자체 학습으로 치료사들은 언제나 분주하다. 또한 사례공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필요한 부가적인 학습을 통해 자기발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일반 치료센터가 휴업에 돌입한 코로나 시기, 두루바른의 치료사들은 사업계획을 회의하는 등 내실을 갖추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위기 때 더 돋보이는 힘을 보여주었다.

두루바른은 한림대의 언어병리학과와 협력해 생산한 교재와 교구를 치료에 사용하고 있었다. 정 이사장은 "2016년도 동그라미재단에서 진행했던 로컬챌린지 프로그램 컨설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때 멘토분이 '전문가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만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전까지 두루바른은 치료만 한 것이다. 멘토는 이용자가 필요한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고 사업다운 사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이다음부터이다"라고 말하며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발견되고 이 부분을 보강할 교재 출판도 진행하면서 두루바른의 확장성을 실험해 볼 수 있었고 수익구조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치료가 더 필요하지만 금전적인 부담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를 위해 후원을 받고 있다. 이 후원제도로 한 달에 한 아동이 비용의 부담을 덜어내고 치료를 받고 있다.

▲ 부모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된 '두루바른 옆집'에서 정 이사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라이프인
▲ 부모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된 '두루바른 옆집'에서 정 이사장이 미소를 짓고 있다. ⓒ라이프인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서 모두가 필요한 일로 나아가기

두루바른은 지역사회, 기업, 대학교와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만들어진 지역 아파트 내 그룹홈과 협약을 맺어 이들이 시설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혹은 집에서 기능적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조기 중재를 할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짜여있다. 강원도육아지원센터와 한림대의 언어병리학과 교수, 두루바른이 관·산·학 협력으로 만들어진 '언어발달 내비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두루바른 치료사들이 직접 어린이집에 찾아가 언어발달 선별검사를 하고 있다. 일부 심화검사가 필요한 아이들은 심화검사도 진행하며, 부모교육, 보육교사 교육도 진행한다. 그뿐만 아니라 강원도 내 초등학생의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해 초등학교 1~2학년 대상으로 언어발달 검사 및  읽기 어려움을 느끼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원주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상지대 언어치료학과와 두루바른협동조합이 협약을 맺고 보완대체 의사소통(AAC,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했다. 보완대체 의사소통이란 speech-generating device(SGD. 음성발현기계), Text to Speech(음성합성 시스템)처럼 구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때 그림 기호와 소리, 앱으로 의사소통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말한다. 두루바른은 부모님들을 모집해 AAC가 무엇인지 교육을 하고 교육을 받은 부모들이 직접 AAC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두루바른은 앞으로 소셜 프랜차이즈 모델을 꿈꾼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두루바른이 그리는 소셜 프랜차이즈란 두루바른이 전국에 분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사회서비스기관들이 사회적협동조합 모델로 나오는 것을 바란다"라고 설명하며, "그다음에는 건전한 연합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보편적인' 공간]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두루바른 언어심리임상센터. 이에 정 이사장은 "그 공간이라는 것이 두루바른센터일수도 있고 원주라는 지역사회일 수도 있다. 우리는 보편적 이어야 하는 가치를 가장 가까이서 만나고 있다. 그분들이 존중받았으면 한다는 의미이다. 그게 도시로 확장되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살아가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 그 일터를 바로 잡으니 배운 것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었고, 해볼 수 있는 것들도 다양해졌다. 그늘진 곳 하나 없이 두루두루 바르게, 두루바른의 손길이 닿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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