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먹거리, 탄소하나의 흥남을 바라보다(下) : 탄소하나가 "그린 뉴딜"이 되는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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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먹거리, 탄소하나의 흥남을 바라보다(下) : 탄소하나가 "그린 뉴딜"이 되는 로망
  • 2020.07.08 09:00
  • by 이찬우 (테이쿄대학 교수)

흥남을 쓰면서 함흥냉면을 외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서울의 오장동에서 먹었던 함흥냉면을 떠올린다. 1953년에 오장동에 "함흥냉면" 이름으로 비빔냉면을 판 식당이 개업해서, 남한에서는 비빔냉면=함흥냉면으로 통하게 되었다. 1950년 12월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에서 철수하는 미군함을 타고 남한으로 온 함흥 출신 피난민들이 서울, 부산, 속초 등에 정착하여 식당을 열면서 고향 요리인 "회국수"가 함흥냉면, 비빔냉면이란 이름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함흥냉면, 비빔냉면은 남한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원래 함경남도에서는 일제시대 총독부 정책으로 개마고원에서 생산된 감자를 받아 전분을 생산하는 식품공업이 생겨났고 그 감자녹말을 가지고 물국수인 "감자농마국수"와 비빔국수인 회국수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녹말을 함경도에서는 농마라고 했기 때문에 감자농마국수는 감자녹말국수이다. 함경남도의 감자농마국수 중에서도 소고기장국물에 말아먹는 함흥감자농마국수가 유명했다고 한다. 평양냉면은 메밀면과 육수가 어울리는 요리이고 함흥냉면(회국수)은 녹말전분면과 고추장 양념이 어울리는 요리라고 생각된다. 회국수는 시원한 냉면국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냉면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함흥엔 물국수인 감자농마국수까지 있으니 원래의 이름인 국수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왼쪽) 함흥감자농마국수 ⓒ 조선료리 (http://www.cooks.org.kp/) (오른쪽) 서울의 오장동 함흥냉면 (회와 고기)[사진=필자 제공]
▲(왼쪽) 함흥감자농마국수 ⓒ 조선료리 (http://www.cooks.org.kp/) (오른쪽) 서울의 오장동 함흥냉면 (회와 고기)[사진=필자 제공]

김정은 시대 북한의 흥남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화두는 [자력갱생]이다. 이는 북한 정부가 첫 시기부터 지금까지 지녀온 통치의 기본정신이며 아이덴티티다. 한편으로 고통스럽고 한편으로 무서운 신념인 이 자력갱생의 정신은 그대로 흥남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고 있다. 석유가 안 나기에 무진장한 무연탄과 석회석에 전기를 결합하여 카바이드(carbide)를 만들고 여기서 비료와 비날론을 생산하고 화약을 비롯한 화학제품을 만들어내던 석탄화학의 메카 흥남. 석탄과 전력 – 화학공업 – 군수(화약)와 민수(질소비료와 비날론 섬유, 제약, 합성수지 등)로 이어지는 산업구조의 축이 흥남에 다 있었다. 그래서 흥남은 북한 공업의 빛이었다. 

▲ 마스크 쓰고 일하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 확장공사 건설자들 ⓒ 노동신문(2020년 6월 28일)
▲ 마스크 쓰고 일하는 흥남비료연합기업소 확장공사 건설자들 ⓒ 노동신문(2020년 6월 28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림자도 드리웠다. 석탄과 전력의 상호 생산감소 영향, 전력의 부족 심화, 그리고 화학 장치 설비를 위한 내열강, 내식강(스테인리스), 내마모강 등 합금특수강과 기타 금속재료의 생산 부족, 새 기술 공업화에 걸리는 시행착오의 기간과 비용 발생,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 등 많은 문제점들이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러한 빛과 그림자를 평생에 걸쳐 몸과 마음으로 겪어오는 이들이 있다. 기술자요 과학자들이다.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은 그러한 과학자들이 인생을 걸고 실험하고 결과를 만드는 곳이다. 1961년에 흥남과 함흥 사이 본궁에 2.8비날론 공장이 준공되어 비날론 공업이 창설된 것과 시기를 같이하여 국가과학원의 함흥분원도 설립되었다. 이후 비날론 같은 석탄화학과 관련된 모든 과학적 연구사업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서 이루어졌다. 비날론 발명가 리승기 박사는 1961년 2월부터 1996년 2월 생애의 마지막까지 국가과학원 함흥분원 원장으로 재직하였다. 

함흥분원의 석탄화학연구소는 북한에서 석탄화학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메카이다. 여기의 허영송 연구사에 대해 북한 정부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2019년에 석탄에서 연유(석유)를 합성해내는 기술의 공업화 개선을 위한 수백 차례의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여 합성 연유 촉매의 공업적 제조 조건과 방법을 연구개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 기술의 원천은 1930년대 노구찌의 조선질소 흥남공장에서 공업화한 합성연유 제조기술이지만 합성연유생산 실수률을 75%로부터 95% 이상으로 높이고 청정기술을 개발하는 등 과학연구성과를 이룩하였다고 한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의 한 부분인 합성석유 생산이 과학원 함흥분원에서 연구되고 있다.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에 비날론연구소도 있지만, 이제 연구의 트랜드는 바뀌었다. 탄소하나화학이 연구의 중심에 있다.

▲ 국가과학원 함흥분원 석탄화학연구소의 연구사들 ⓒ 민주조선(2019년 9월 13일)
▲ 국가과학원 함흥분원 석탄화학연구소의 연구사들 ⓒ 민주조선(2019년 9월 13일)

흥남의 미래는 탄소하나 산업혁명 : 석탄을 태우지 않고 크린 원료로 쓰는 탄소하나 기술

오래된 기술을 개선해가며 현재에 이른 북한의 흥남공업지대의 석탄화학은 이제 좀 다른 질적 변화를 하려 하고 있다. 석탄은 태워서 연료 에너지로 쓰거나 분해하여 화학적 원료로 써왔다. 석탄을 태우는 것은 기후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제 세계적으로 기후협약을 통해 통제되고 있다. 석탄을 원료로 쓰는 것은 부산물과 폐기물이 공해를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의 북한 석탄화학은 비료와 비날론, 그리고 각종 합성 화학제품을 만들어 내왔는데 이 부분이 질적 변화를 하고 있다.

비날론이 먼저 그 대상이 되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비날론은 북한이 주체섬유로 떠받들고 옷감을 위해 꼭 만들어야만 하는 섬유는 더이상 아니다. 기술적으로는 카바이드 제조법으로는 전기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비하는 에너지과소비형 산업이라는 비효율성이 큰 문제였다. 그리고 시장(장마당) 경제가 기능하면서 비날론이 퇴조하는 결과를 빚었다. 2003년에 장마당이 공식시장으로 양성화된 이래 북한 주민들에게 비날론에 대해 옷감으로서의 "유효수요"는 사실상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이 후 중국과 의류위탁가공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으로부터 석유화학계인 폴리에스텔 섬유 원료가 조달되어 국내에서 옷감을 더욱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된 것도 배경에 있다. 공급 위주의 사회주의 계획 경제시스템에 시장기능이 접합되면서 소비재 경공업 생산은 시장의 수요에 맞추는 방향으로, 즉 팔리는 제품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 갔다. 의류 분야는 그러한 전환이 가장 민감하고 급격하게 이루어진 분야이다. 시장에서 비날론 옷감을 사려는 수요가 없는데 비날론 섬유로 만든 옷감을 만들어 공급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계획경제 시대에 주민들에게 의복을 "공급"하던 시스템은 이제 시장이 대체한 상황이기 때문에, 군복과 작업복 같은 특수의복과 어망 같은 기능섬유 분야를 제외하고는 일반 옷을 만들기 위해 비날론이 필요한 시대는 끝났다고 보인다. 더욱이 비날론 이외의 화학섬유 옷감 원료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게 된다.

▲ 탄소하나화학공업은 석유에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액체 연료 및 화학제품을 얻을 수 있다.[이미지 =북한 중앙TV캡쳐]
▲ 탄소하나화학공업은 석유에서 얻을 수 있는 대부분의 액체 연료 및 화학제품을 얻을 수 있다.[이미지 =북한 중앙TV캡쳐]

탄소하나 화학기술이 그런 것이다. 석탄 중에서도 수분이 많아 무르고 발열량이 낮아 연료로 푸대접받던 갈탄에서 화학적으로는 전기를 덜 쓰고 가스화를 해서 일산화탄소(CO)와 수소(H)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갈탄은 함경도에 무진장하게 매장되어있다. 에너지 절약형 갈탄 가스화로 메탄올(CO + 2H2 = CH3OH; 탄소하나)을 얻은 후 에틸렌(C2H4)과 프로필렌(C3H6) 등 유기화합물을 생산하여 그 후속 단계에서 기술적으로는 비날론은 물론 폴리프로필렌 섬유, 염화비닐과 폴리에틸렌을 비롯한 화학섬유와 합성수지, 부타놀과 옥타놀, 비료, 대체 천연가스, 휘발유 등 여러가지 화학 산품들을 합성해내는 것이 탄소하나화학이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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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의 큰 문제점이 태울 때 이산화탄소를 발생 시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점인데, 석탄 가스화 공정에서는 석탄을 태우지 않고 화학 반응시키는 것이기에 이산화탄소,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같은 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고효율 친환경 기술이다. 가스화로 얻어지는 일산화탄소와 수소는 태우면 큰 발열량을 내어 가스터빈에 사용되어 발전 연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 전력업계에서는 이를 크린콜(Clean Coal) 기술이라고 부른다. 석탄 내의 유황(S)은 가스화 반응으로 수소와 결합하여 황화수소(H2S)가 되는데 이로부터 황산을 생산할 수 있어 유상판매가 가능하다. 오염물질이 될뻔 했던 유황 성분이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준다. 그리고 고온(1300도 이상) 화학반응에 의해 석탄내의 무기물질 들은 용융 슬랙 상태로 되어 환경문제가 없는 건자재로 활용될 수 있어 석탄 내 불순물 처리 문제가 해결된다. 기술적인 과제는 갈탄을 가스화한 후 촉매 등을 사용하여 황 화합물 등을 분리하여 청정한 합성가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과제가 기술적으로 해결되고 있는데 완성되면 석탄 가스화는 석탄을 고효율에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로 변신하게 된다. 기후변화문제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북한판 "그린 뉴딜" 정책이 탄소하나화학산업 창설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이제 비료도 카바이드가 아니라, 석탄가스에 포함된 수소와 질소를 반응 시켜 암모니아를 얻어 여기서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옮겨가고 있다. 값싼 갈탄에서 가스화를 통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고 화학섬유, 비료, 화학제품을 합성해 낸다는 것은 북한에게 21세기의 먹거리다. 흥남의 미래는 분명히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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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남 지도 [필자 작성]

현재 흥남비료연합기업소에서는 카바이드에서 비료를 생산하고 있지만 석탄 가스화로 60만 톤 비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안남도 안주의 남흥청년화학공장에서 같은 방법으로 60만 톤 질소비료 생산하여 합계 120만 톤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것이 2020년까지의 목표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단계 공사에서 가스발생로, 메탄올 생산공정, 염화비닐 생산공정 등을 건설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경제 위기 속에서 16년을 가동 중지했다가 2010년에 비날론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한 2.8비날론연합기업소에서는 카바이드에서 비날론을 생산하면서도 또한 가성소다와 염화비닐 생산에 집중하면서 전기절약형, 환경보호형으로 전환시키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민주조선 2020년 6월 30일). 이제 대세는 석탄 가스화이다.

신규 탄소하나화학공장을 흥남이 아니라 순천에 짓는 김정은 위원장

그런데 북한 정부는 탄소하나화학공업의 신규공장을 흥남이 아닌 평안남도 순천에 짓고 있다. 2016년 노동당 7차 당 대회에서 결정한 국가경제발전전략(2016-2020)에서는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메탄올 생산공정과 연산 15만톤 규모의 합성석유 생산공정을 꾸린다고 되어있었는데, 실제로 착공된 곳은 순천화학연합기업소였다. 어쨌든 흥남은 아니었다. 순천화학연합기업소는 1983년에 생긴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의 후신이다. 1990년대의 경제 위기 속에서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설비들을 고철로 중국에 내다팔고 쌀을 사오는 정도로 악화된 경제 위기였다. 화학공업상을 하다 경제개혁의 적임자로 2003년 9월에 내각 총리로 발탁된 박봉주 총리가 2007년 4월에 좌천되어 간 자리가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이었다. 그가 있던 시기에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이름도 순천화학연합기업소로 개명되었다. 박봉주가 2013년에 다시 내각총리로 재임용되고 2017년 4월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격한 직후 순천화학연합기업소에 메탄올 생산공정을 착공하면서 비날론 공장에서 메탄올 공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탄소하나화학의 공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순천에 있던 순천석회질소비료공장이 해체되고 인비료공장으로 재건설되면서 2020년 5월1일에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하여 준공식을 하여 순천인비료공장으로 재탄생했다. 순천이 김정은 시대 화학공업의 새로운 메카로 등장하고 있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여 흥남비료와 2.8 비날론을 방문한 이후 흥남의 화학공업지구를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현지 지도를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박봉주 전 총리, 김재룡 현 총리가 방문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현지 지도하여 도시를 탈바꿈시키고 있는 곳은 강원도 원산과 평안남도 순천이 중심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날론 섬유는 선대의 주체섬유여서 지켜야 하지만 미래의 주체섬유는 아닌 것 같다. 

왜 흥남이 아니고 순천인가. 원산과 순천에 공통된 특징이 있다. 그것은 기반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흥남도 많이 파괴당했지만, 원산은 도시기반이 모두 미국에 의해 송두리째 파괴당했고 순천은 비날론, 석회질소 공장 등 생산시설이 경제 위기 속에서 부정당했다.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새로 시작하는 것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곳을 김정은 위원장은 미래의 도시로 선택했다. 

그렇다고 흥남이 배제된 것은 물론 아니다. 흥남은 해방 전부터 형성된 석탄화학의 메카로서 선두에 서 있지만 탄소하나화학의 원류도 흥남에 있었고 실험도 흥남에서 해왔다. 연구의 중심인 국가과학원 함흥분원도 있다. 메탄올 생산공정에서 메탄올을 생산(2013년 8월 준공)하고 있으며 석탄 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의 중심이기도 하다. 팔방미인이고 맏이인 흥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하나화학의 신규 메탄올 공장을 흥남에 짓지 않은 뜻은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구축하기에는 기존의 기술 하이어라키(지배질서)가 강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20년 6월 7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에서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여 자립적인 화학공업의 근간을 새롭게 세우고 그 전망을 열어놓아야 한다(밑줄은 필자 작성)"고 하면서 순천에 환경보호대책을 포함하여 메탄올 생산공정 건설을 빠른 기간에 끝내기 위한 준비를 토의하였다고 한다(민주조선 2020년 6월 27일).

온고지신의 혁신이 필요한 흥남 : ①유기 및 무기 비료, ②탄소하나-수소 산업, ③환경보호운동, ④주민의 협동조합

지금까지 북한 공업의 선두에 서서 공업발전을 이끌어왔던 맏형 흥남이 다가올 새 시대에 적응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흥남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비료이다. 무기질 비료의 3대 요소는 질소, 인, 칼륨(칼리)인데 질소(N)는 작물의 생육에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줄기와 잎을 키우는 데에, 인(P)은 열매의 생장에, 칼륨(K)은 생장 및 뿌리 발달에 도움을 준다. 북한은 2000년대에 최근까지 60만 톤 내외의 무기질 비료를 생산하였는데 그 대부분이 질소비료였다. 질소비료는 질소를 품는 형태에 따라 유안비료(황산암모늄), 염안비료(염화암모늄), 요소비료, 석회질소비료, 질안비료(질산암모늄) 등이 있다. 유안비료와 질안비료는 토질을 산성, 요소비료는 중성, 석회질소비료는 알칼리성화한다. 석회질소는 가장 먼저 공업화되었지만, 질소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낮고 생물체에 직접 닿으면 독성이 있어 생물을 상하게 하고 밀폐보관을 해야 하는 관계로 생산을 점점 안 하게 되었다. 대신에 흥남에서는 질소함유량이 높은 유안과 질안비료를 주로 생산 공급하였기 때문에 북한의 농토들이 산성화되었다. 요소비료도 과다하게 쓰면 토질이 산성화한다. 북한은 흥남비료공장에서 1990년대 초까지 무연탄 가스화를 통한 요소비료도 생산을 해왔는데 현재는 갈탄 가스화로 방향을 선회하였고 2020년까지 남흥청년화학의 60만 톤 생산을 합쳐 질소비료 120만 톤을 생산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북한은 질소비료와 함께 인비료공장으로서 순천인비료공장을 준공하였으며 칼리비료공업을 창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노동신문 2020년 6월 8일). 북한은 김일성 시대인 1980년대에 사리원에 "사리원카리비료공장"을 건설하다 중단한 바 있다. 이제 다시 무기질 비료에 대한 종합적인 생산공급체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 흥남비료연합기업소가 생산하는 요소비료 조선의 오늘)
▲ 흥남비료연합기업소가 생산하는 요소비료 ⓒ 조선의 오늘

그렇다면 흥남은 앞으로 질소비료만이 아니라 인비료, 칼리비료를 포함하는 복합비료공장으로 발전해야 한다. 토질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서는 석회석을 활용하는 과거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남한은 칼리비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남북한이 같은 상황이라면 남북이 협력해서 흥남에 칼리비료를 포함하는 복합비료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남북한의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돈 주고 산다고 해서 "금비"로 불린 화학비료의 사용을 점차적으로 억제하고 "퇴비" 사용을 균형 있게 함으로써 유기농업을 발전시켜가는 것이다. 당장은 북한의 곡물생산 증대에 필요한 화학비료이지만 유기질 비료와 균형 있는 시비를 통해 환경 순환적인 농업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흥남은 질소비료에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시대의 농업생산을 지원하는 공업지구로 혁신해가야 한다. 흥남의 용성기계연합기업소가 농기계생산기업으로 발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북한 사이에 흥남에서 무기비료와 유기비료, 그리고 농기계생산을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비료와 농기계를 지원하는 방향보다는 북한에 생산체계를 세우도록 기술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흥남이 탄소하나화학 연관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탄올 신규공장이 순천에 세워지고 있다 하더라도 흥남은 이미 그 체계를 갖고 있다. 메탄올(CH3OH)에서 출발하는 탄소하나화학산업은 다른 말로 수소 산업이다. 수소연료전지가 가장 대표적인 분야이다. 일본은 “수소사회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바와 가와사키중공업(川崎重工業)이 앞장서서 갈탄 가스화를 통해 수소를 얻어 수소차, 수소 가스터빈 등에 활용하는 수소기술을 2020년대에 실용화할 것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 가와사키중공업의 홈페이지(http://www.khi.co.jp, 2020년 7월 5일 검색)
▲ 가와사키중공업의 홈페이지(http://www.khi.co.jp, 2020년 7월 5일 검색)

남한도 "수소경제"를 혁신성장 분야로 설정하고 2019년 10월에 2040년까지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 산업 생태계를 2040년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수소생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갈탄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갈탄 가스화는 수소를 생산하는 현존 기술 중에서 가장 생산 단가가 낮다. 수소 산업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울산시와 부산시다.

울산시는 "수소 그린모빌리티 규제 특구"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친환경 수소전기 트램(도시철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와 시내버스, 선박, 트램을 모두 수소동력을 이용하는 도시를 만들어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수소도시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해외 수소 수입을 위해 "남·북·러 수소생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부산대학교, 고등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남부발전 등과 체결하였다. 북한과 러시아에서 갈탄으로부터 수소를 뽑아 액화하여 부산으로 갖고 와서 수소발전과, 연료전지, 수소차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수소 벨류체인 흐름도 ⓒ 월간수소경제 홈페이지
▲부산시가 추진하는 수소 벨류체인 흐름도 ⓒ 월간수소경제 홈페이지

이렇게 보면 북한의 탄소하나화학공업은 남한의 "수소경제", 일본의 "수소사회혁명"과 갈탄을 활용하는 데서 같은 방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과 한국은 수소를 활용한 산업화에, 북한은 수소와 탄소가 결합한 화학제품 (섬유, 연료유, 제약 등)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북한은 갈탄의 공급지이자 수소생산지로서 남한과 일본에 기여할 수 있으며, 남한과 일본의 기술과 협력하여 산업화를 전개할 수 있다. 흥남은 탄소하나-수소 산업의 메카로서 거듭날 필요가 있다. 흥남에 설치된 흥남공업개발구에 수소연료전지와 발전용 수소가스터어빈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중국 일본 남한 등과 기술협력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흥남에는 발전터빈과 공작기계 등을 생산하는 용성기계연합기업소가 있다. 용성기계가 수소가스발전터빈을 생산할 수 있다면 흥남은 화학공업과 전력공업 금속기계공업을 아우르는 중화학공업 분야의 지속적인 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셋째로 흥남은 환경친화도시 지속가능한도시이길 바란다. 조선질소흥남공장을 세운 노구찌의 일본질소 미나마타공장은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곳이다. 흥남도 그러한 병이 돌았을 것으로 추측되나 노동신문에는 흥남에서 공해병인 수은중독병이 발생했다는 일체의 언급이 없다. 물론 북한이 환경보호 대책에 힘을 넣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체계가 완비되어있지 못하다면 화학공업지구에서 공해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남한의 울산에도 환경운동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환경보호를 추구하는 민간비영리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환경문제는 피해를 입는 당사자인 주민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긴장 관계가 있어야 환경보호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게 된다. 흥남에는 환경 선진지역의 환경기술만이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한 시민들의 활동이 전수되어야 한다. 그래야 흥남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다. 또한,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로 석탄 가스화 기술이 확립된다면 환경친화도시로서 "그린 뉴딜" 정책이 꽃필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흥남-함흥이 공업지구-소비지 대도시인데 이 안에서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지방공업이 주민의 힘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전편에서 본 바와 같이 흥남-함흥에서도 1950년대 이후 생산협동조합이 활발히 활동해왔다. 지역의 원료와 부산물을 가지고 다양한 소비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소비해온 역사가 있다. 주민들과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적 경제에 맞는 기업가 정신과 협동 정신 그리고 윤리적인 생산-소비를 경험하는 자율성을 형성해가는 것이 지금 시대에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기층사회가 민주적이고 자율적일 때 북한에서 시장도 건설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흥남이 지속적으로 북한의 식량 생산을 위한 비료공급을 책임지고, 미래 먹거리 "그린 뉴딜" 산업이며 신재생에너지인 탄소하나-수소 산업을 일으키고, 주민들의 생활과 건강보호를 책임지는 주민들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환경보호운동이 이루어지면서 주민의 협동적 생산-소비가가 이루어질 때 흥남은 북한의 산업을 이끌어온 전통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상상하면서 남북한 간의 협력을 생각할 때 울산과 부산은 흥남이 협력을 고려할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상으로 흥남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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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테이쿄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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