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원주] 강원도 '못난이' 감자, 남미식 크로켓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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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원주] 강원도 '못난이' 감자, 남미식 크로켓이 되다
온세까세로 박성언 대표·김준우 이사 인터뷰
  • 2020.07.15 11:04
  • by 노윤정 기자
▲ 박성언 온세까세로 대표. ⓒ라이프인
▲ 박성언 온세까세로 대표. ⓒ라이프인

몇 달 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언급하여 비규격 감자, 이른바 '못난이 감자'가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비규격 농산물은 크기와 모양이 고르지 않은 농산물을 말하는데, 상품성이 떨어져서 수요처가 적다. 백 대표는 이렇게 비규격 농산물의 판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현실을 방송에서 대변한 것이다.

원주 상지대학교의 소셜캠퍼스 온 강원(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에 입주한 예비 사회적기업 온세까세로(ONCE CASERO) 역시 이런 지역 농산물 소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온세까세로는 32년간 남미 8개국에서 살았던 박성언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미 음식 케이터링 및 도시락 서비스를 전문으로 제공하고 있다. 식자재로는 강원도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다. 그래서 온세까세로에서 제공하는 케이터링 서비스의 이름도 '강남스타일'이다. 강남, '강원도 청정 농산물로 남미 음식을 만들다'라는 뜻이다.

■ 버려질 뻔한 강원도 비규격 농산물품, 남미 음식을 만나다

▲ 엠파나다(Empanada)와 빠빠레예나(Papa Rellena). ⓒ라이프인
▲ 엠파나다(Empanada)와 빠빠레예나(Papa Rellena). ⓒ라이프인

박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건강 문제로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다. 바로 그 시기에 남미 음식을 아이템 삼아 사업을 해보자는 구상을 떠올렸다. 남미에 살 때 먹던 음식이 그리워서 집에서 조금씩 요리하던 것들, 이 음식들을 제품으로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사업화를 제안한 이는 당시 한 대학교의 창업지원센터에 있던 김준우 이사였다.

처음에는 남미 음식점으로 시작했다. 박 대표는 원주에서 2년여간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선보이는 탱고 공연과 남미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극장식 식당 '까사 꼬미다'(Casa Comida)를 운영했다. 스페인어로 '집밥'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중남미 가정식 요리를 선보였다. 가족끼리 오손도손 둘러앉아 따뜻한 한 끼를 먹듯이 식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미의 식생활 문화는 가족 중심적이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퇴근 후 가족 또는 소모임에서 유대관계를 쌓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주말은 가정에서 보내거나 친척들을 만나는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처음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았을 때 남미와 달리 추운 겨울이었다는 점도 낯설었지만,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친구들과 밖에서 즐기는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식당을 운영하던 중에 몇 가지 음식들은 냉동식품으로 생산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현재의 '온세까세로'를 시작했다. 온세까세로는 스페인어로 수제 간식이라는 뜻이다.

재미있는 점은 강원도가 주산지인 감자와 옥수수의 원산지가 박 대표가 살았던 남미 지역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산지인 원주에서는 남미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질 좋은 식자재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다. 온세까세로는 그중에서도 시중에서 잘 팔리지 않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비규격 농산물을 이용하여 밀키트(meal kit)나 냉동식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비규격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식자재를 구하기 위해 새벽 시장에 갔을 때였다. 한 상인이 박 대표에게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상품이라면서 비규격 감자를 보여줬다. 단지 표준규격이 아닐 뿐이지 맛이나 영양소에는 하자가 없는데도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품이었다. 이처럼 시장 상인들을 통해 비규격 농산물의 폐기 문제를 알게 됐다. 박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버려지는 비규격 농산물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농산물을 캐려고 하면 인건비까지 들다 보니까 아예 땅에 버려지는 것들도 많다. 농가 분들의 고충을 직접 보고 난 뒤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했다. 비규격 농산물로도 충분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원주생명농업 쪽을 비롯해 여러 곳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비규격 농산물 제품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주생명농업은 온세까세로, 두레생협연합 등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이처럼 온세까세로는 비규격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여 농산물 산지 폐기 비용을 절감하고 농가 소득을 올리는 것을 소셜 미션으로 삼는다. 이렇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친환경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도 얻을 수 있다.

온세까세로가 추구하는 또 다른 사회적 가치는 바로 취약계층 고용이다. 또한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연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김 이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 적응을 지원하는 정책을 보면 대개 그들에게 한국식을 가르치는 방식이 많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던 나라에서 먹던 음식을 만들어보게 하자고 생각했다. 한국 농산물을 활용해서 다른 나라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때도 비규격 농산물을 사용한다. 그리고 전통식당 내에 공유주방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음식을 판매하면, 전통시장도 살릴 수 있고 그 사람들도 자신에게 익숙한 음식을 하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농가에도 이득이 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온세까세로가 추구하는 가치는 다름 아닌 '상생'이다.

■ 남미에서 경험한 사회적경제는?

ⓒ라이프인
ⓒ라이프인

'상생'이라는 가치 아래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온세까세로가 사회적기업이 된 건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온세까세로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을 거쳐 지난해 12월 강원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터. 한국에 오기 전 해외에서 일했던 박 대표는 그 지역의 사회적경제 분위기 역시 경험한 바 있다. 한국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에 몸담으면서 경험한 것들은 남미에서 느낀 것과는 또 달랐다.

"남미의 사회적경제조직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시작해서 사회문제나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활동한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정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점이 낯설었다. 또한,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이 있다는 점은 일부 공통된 부분도 있지만,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등의 일자리 창출에 집중되어 인건비나 사회보험료 지원 등에 의존하는 면이 크다는 점에서 남미에서 경험한 사회적기업 지원 정책과 다르다."

더불어, 관 주도로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지원 정책이 적극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나 그만큼 형식과 틀에 얽매이게 된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지금도 한국과 남미의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다른지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는 설명. 또한 박 대표는 "남미의 사회적경제조직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업이 주변에 투자를 받거나 경제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상호협력을 통해 운영된다. 그로 인해 생긴 이윤은 주주와 소유자에게 돌아가기보다는 운영사업체나 그에 속해 있는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위해 재투자하고 운영한다"고 부연했다.

■ 제품 경쟁력 갖추며 가치도 알려야죠

▲ 김준우 온세까세로 이사. ⓒ라이프인
▲ 김준우 온세까세로 이사. ⓒ라이프인

온세까세로의 지향점은 '친환경'이다. 이런 지향 아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한살림 등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에 납품하는 것이다. 김 이사는 "친환경 농산물 제품을 생협에 납품하고, 나아가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전국 단위 판매망을 가지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 때문에 진행이 멈추긴 했지만, 해썹(HACCP) 인증 공장도 구축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생협마다 유통인증시스템 등 납품 기준이 달라서 쉽지 않겠지만, 이렇게 목표를 두고 가다 보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서 벗어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한 온세까세로는 비규격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하여 질 좋은 제품을 계속 만들어내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성과를 내면서, 지향하는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는 유명 셰프인 정호영 셰프가 온세까세로의 지향점에 공감하여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레시피를 제공하며 공동으로 강원도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해당 제품을 홈쇼핑 등을 통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판매한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제품 경쟁력도 증명하고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공감도 보다 폭넓게 끌어낼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다.

현재 온세까세로는 소셜캠퍼스 온 강원에 입주한 다른 사회적경제조직들과 함께 결혼이주여성들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도 원주보건소에 도시락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온세까세로는 지역 친환경 농산물 제품을 매개로 끊임없이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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