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과 사경] KOICA 송진호 상임이사 "ODA와 사연경은 만나야한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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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과 사경] KOICA 송진호 상임이사 "ODA와 사연경은 만나야한다"... 어떻게?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송진호 상임이사 인터뷰
  • 2020.08.17 11:32
  • by 김정란 기자

코로나19는 단순한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약한 고리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지금, 연대의 필요성은 세계적으로 더 커지고 있지만 연대의 장벽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위기 상황에서 연대의 정신을 더 키울 수 있을까? 국제개발은 어떻게 사회적경제조직과 협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 송진호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를 만나, 국제개발협력에 있어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물었다. 코이카는 사회적경제와 국제개발의 만남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사회적기업월드포럼 사전행사에서 "코이카의 방향은 현지 주도적인 사회연대경제의 모델들을 통해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을 가지고 생명력, 생계력, 시민력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마을이 살고 시민사회가 살아나는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라이프인은 송 이사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국제개발과 사회적경제가 만나고 있는 사례들을 계속해서 찾아 선보일 예정이다. [편집자 주]

▲ 송진호 코이카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 ⓒ라이프인
▲ 송진호 코이카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 ⓒ라이프인

송진호 이사는 지난 1986년부터 YMCA 울산, 부산 사무총장,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8년 비정부기구 출신 최초로 KOICA 상임이사에 임명됐다. 오랜 기간 국제개발에 몸담아온 송 이사는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코이카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송 이사는 "국제개발협력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인 지금, 대안개발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이 사회적경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송 이사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최근 사회적기업월드포럼 사전행사에서 "코로나19로 코이카가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이 2, 3년 정도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코이카가 가려고 했던 방향이라는 것은 어떤 뜻일까?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로컬,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그간 코이카가 일하는 방식은 정부와 정부 간의 일이었다면, 이제 로컬에 대한 지방 정부의 중요성, 마을 등 그 하위 단위로 내려갔을 때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학습한 것이다. 실증적으로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작동되는 것은 여기(로컬 커뮤니티)뿐이라는 점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또 그간 우리는 개발협력에 대해 '휴먼 페이스트 디벨롭먼트(human faced development)'가 돼야 한다고 말해왔다. 사람의 얼굴을 가진 개발이라는 뜻이다. 그런 이야기는 계속하면서도 우리가 늘 로컬, 커뮤니티 등은 놓쳐왔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코로나 때문에 ODA(국제개발원조,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와 사회연대경제가 꼭 만나야 한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됐다는 이야기다. 전부터 있었던 문제의식들이지만, 이제는 이 방향으로 가야 할 때가 왔다는 이야기다.

코이카가 사회적경제와 여러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코이카는 팬데믹 이전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사회적경제조직의 해외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 10건에 160억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협력이 실행되려면 어떤 일들이 선행돼야 하나?

ODA와 사회적경제는 만나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정리 안 된 숙제가 있다. 내가 2010년 청와대에서 사회적경제 모델과 ODA 융합모델 TF팀장을 맡았다. 당시에도 사회적경제와 ODA관계자가 만난 적이 있다. ODA를 해왔던 내 입장에서는 "사회적경제는 왜 국제개발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있었고, 사회적경제조직 쪽에서는 "ODA하던 사람들이 왜 우리와 만나려 하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함께 가기 힘들다. 홍대에서 사회적기업하면 사회적경제고, 르완다에서 사회적기업하면 ODA인가? 이런 부분에 대한 정리도 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와 ODA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잘못 함께 나가면, 또 다른 제국주의가 될 수 있다.

내 구루이신 오재식(전 아시아교육연구원장) 선생께서 "지 밥상머리도 변화시키지 못하면서 무슨 ODA로 빈곤을 구하나? 가진 자의 오만을 가진 사고로 하던 ODA를 하려고 하냐"는 질문을 던지신 적이 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ODA를 해선 안 된다는, 근본을 다시 얘기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나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ODA를 많이 해봤다. 디벨롭먼트(Development)가 한편으로 해석하면 '개발'이고, 한편으론 '발전'으로 해석하지 않나. 개발과 발전의 차이는 누가 주어고 목적어냐다. 발전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개발은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가 해준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의 마지막 종착점은 임파워먼트(Empowerment, 권력 이양)다. 자력화해야 하고 스스로 경영할 만큼 해줘야 한다. 아니면 조선총독부처럼 되는 것이다. 10년을 ODA 해놓고도 전형적 '먹튀'가 될 수 있다. 코이카 원조자금이 들어가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뭔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대안개발'이다. 현재까지 나온 것 중에서는 사회적경제 모델이 비교적 대안개발에 맞을 수 있는 모델이다.

KOICA는 사회연대경제와 만나기 위해, 만나서는 또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우리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코이카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호텔업계와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편의용품(Amenity), 가운 등 호텔에서 쓰는 물건들을 공정무역 제품 등으로 바꿔나가자는 얘기 등을 할 것이다. 호텔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공정무역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 큰 손실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공정무역업계 사회적기업을 몇 개나 살릴 수 있고, 생산하는 사람들은 더 많이 살릴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아직 디자인 단계인데 네팔 사연경 프로그램으로 가치사슬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우리나라로 일하러 왔던 이주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아이들 좋은 학교 보내고 집 사고, 그래도 돈이 남으면 부동산을 샀다. 네팔 경제에 도움이 된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사회적기업이 시작되는 현상이 있었다. 김제 평야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들이 본국에서 도시 농업을 시작하면서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네팔인들끼리의 한국 식당, 공정여행사 등을 만들었다. 

그럼 코이카사무소는 뭘 할 것인가? 이들 전체를 가치사슬로 엮는 일을 하는 것이다. 유기농작물 생산자의 상품이 한식당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일처럼 교통정리를 잘하고 연결망을 만들어, 귀환 이주노동자들이 같이 살아가는 가치사슬이 되면 좋겠다는 그림이다.

코로나19로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던 이철용 목사의 필리핀 캠프 봉제공장이 문을 닫은 일이 있다. 완전히 셧다운 돼 여성들이 집에서 나오지 못해 일을 못했다. 그때 우리가 "가만있지 말고 집으로 재봉틀 실어 나르자"고 했다. 코이카의 제안으로 집으로 실어나른 재봉틀로 마스크를 만들었고, 그 마스크는 필리핀 빈민가에 제공됐다. 요즘은 방호복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실제로 성공한 증거다. 여기에 예를 들어 인도의 인증된 순면 원단을 연결하면 호텔 가운, 타월 등을 만들어 한국으로 수출하는 등 국가 경계를 넘는 가치사슬을 만들 수 있다. 사회연대경제에서도 가치사슬을 이야기하지 않나? ODA와 만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시선이 이전보다 더 엄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해외 원조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게 될 것 같다.

시티즌십(Citizenship)이라는 것이 '시민권'으로서도 해석되고 하나는 '시민의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나는 '권리', 하나는 '윤리'의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시민으로서의 해석이 사회연대경제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이라는 영역은 민간, 시민사회의 영역이다. 그간 비영리단체가 해왔지만, 이제는 자기 내면화 과정이 필요하다이전에 '신토불이'라는 개념을 썼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개념들은 모두 만들어낸 것들이다. '우리'라는 것이 작은 우리에서부터 '비욘드 내셔널 바운더리(beyond national boundary)', 국경을 넘어선다는 개념까지 가야 한다. 대한민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 '작은' 우리를 깨야, 글로벌 연대와 소통할 수 있다.

국민들의 시각이 엄격한 것은 맞다. 코로나19 초반 난민, 이주민이 공적마스크조차 못사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나. 그런데 우리가 한 사회의 회복성(resilience)을 얘기하려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곳보다는 가장 취약한 곳을 봐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잘하고 있지만, 그것이 소위 '국뽕'으로만 흘러가서는 안된다. 회복성이라는 것을 보려면 그 사회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부분을 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취약한 곳을 찾아가서 회복시키지 못하면 회복했다고 할 수 없다. 이 상황을 보고 나서 ODA를 보니, 가장 취약한 곳이 커뮤니티더라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 송 이사는 지금이 사회연대경제와 국제개발이 협력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라이프인
▲ 송 이사는 지금이 사회연대경제와 국제개발이 협력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라이프인

최근에는 한국판 뉴딜이 국가적 사업으로 제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코이카도 이런 흐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을 것 같다.

준공공기관으로서 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 정부에서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국제 연대와 공조다. 코이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다만 옛날처럼 '국익'이라는 개념으로만 해석되면 안 된다고 본다.

코이카는 이전부터 'GDP 뉴딜'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수단으로써 필요한 디지털 뉴딜, 하나는 그린뉴딜,  또하나는 피스뉴딜인데 이 부분은 한국판 뉴딜의 휴먼뉴딜과 맥락이 같다.

지금 현재 한국판 뉴딜은 정책적으로 다 따로다. 하나의 융합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모두 다른 정책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가 현재 기후 위기, 감염병 위기, 불평등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나? 이런 위기들이 다 따로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근본 원인이 지구의 문제라는 것이 연동되지 않으면 진단도 처방도 잘 할 수 없다.

이런 고민 주제들이 정부 정책에 담겨야 한다. 또 시민사회가 주도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들어줘야 한다. "왜 기후보고 변화하라 그러나,  사람이 변화해야지. 문제는 사람이야" 이게 코로나19로 배운 것이다. 코이카는 이에 대한 내부학습을 마쳤다.

한국판 뉴딜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생태와 문명의 전환을 얘기해야 한다. 생태 전환이라는 개념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이걸 받쳐줄 수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시민사회에서 담론을 만들어내는 저수지가 깊지 않으면 담론이 정말 얄팍해진다. 우리나라는 정책, 예산을 두고 집행하는 건 잘한다고 본다. 다만 인문학적 저수지, 사회 자본으로서의 담론은 더 깊어져야 한다.

사회 자본으로서의 담론이 깊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도 중요한 것 같다. 양적 지표 외에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한 질적 지표에 대한 고민이 각계에서 깊다.

내가 동티모르에서 10년 정도 활동하던 때 출구 전략을 고민하면서 어떤 것을 해주고 나가야 하나 고민했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민들레영토' 같은 카페였다. 부자들이나 올 수 있는 비싼 카페가 아니라 커피 한 잔에 0.5달러를 내면 학습할 공간을 내줄 수 있는 카페였다.

시장바닥 모퉁이에 카페를 냈는데 6개월 동안 아무도 안 오다가 나중에 현지 청년들이 오기 시작했다. 집에서 커피를 볶아 직접 내려 먹는 그들에게는 혁명적인 일이다. 그게 값을 하기 시작하면서 카페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영국의 옥스팜(1942년 시작된 국제구호개발기구로 '가난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에서 나에게 이에 대해 주제발표를 해달라고한 적이 있는데 그들이 "석세스 인덱스(success index)를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우리는 원래 자원봉사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가 학교를 지어준다고 하니 그들이 '그럼 우리가 책걸상을 사겠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보다 더 큰 변화가 있느냐"고 했다. 성과를 평가하는 수치적 툴 말고도 인문학 방식의 평가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안지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평가가 들어가면서 공공기관들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 것 아닌가? 지표가 바뀌면서 그런 것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지 않나? 이런 변화들이 학자와 만나고 계량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대안지표 운동이 나와야 한다. ODA와 사회연대경제 모두가 가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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