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발협력을 위해 '사회연대경제'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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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발협력을 위해 '사회연대경제'를 선택한 이유
  • 2020.08.13 15:00
  • by 조성찬 박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북한은 최근 장마철 폭우로 인한 피해가 대북 제재 및 신종 코로나 사태와 겹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북한이 당면한 인도주의 위기상황에서 한국과 국제사회가 해야 할 역할과 관련해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은 '동북아 리포트 제6호' "북한 개발 협력을 위해 '사회연대경제'를 선택한 이유(클릭하면 원문 다운이 가능합니다)"를 발표했습니다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은 9월 8일에 통일부 주최로 열리는 '2020 한반도국제평화포럼'(www.kgfp.org)에서 관련 주제로 세션을 진행합니다. 라이프인은 포럼에 앞서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북한 개발협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의 리포트를 간추려 공유합니다.

 

ⓒ significa
ⓒ significa

프랑스에서 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경제(프랑스어: économie sociale)는 한국에서도 2007년에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으로, 2012년에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구체화되었다. 2010년에는 지방선거를 계기로 사회적 경제가 지역발전전략으로 본격 대두되기도 했다(장종익, 2018). 이제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는 유럽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표현법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용어나 개념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스럽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선택 결과가 무상 원조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북한과 새로운 협력관계 모색에 열쇠가 된다면 용어 선택에 신중해질 이유가 분명하다. 용어는 단순히 표현방식을 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역시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법 제정 

1981년 말에 '사회적 경제'라는 표현이 프랑스 법에 명시된 이후, 2014년 7월 31일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연대'(solidarity)라는 용어를 추가한 '사회연대경제법'을 제정했다. 프랑스가 사회연대경제법을 제정한 배경에는 사회적 경제 플랫폼의 한계가 자리했다. 가장 핵심적인 한계는 협동조합, 공제조합, 결사체, 재단이라는 네 개의 법적 형태만을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회적 경제는 실로 다양하고 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 영토 등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했다(장테, 2019). 

사회연대경제법에 포함되는 조직은 기존의 4가지 유형 외에 사회적 기업이 포함된다. 여기서 사회적 기업은 이익공유 외의 목적을 추구하며, 민주적 거버넌스를 가지고 이익의 대부분을 조직의 유지·발전에 사용하고, 의무적 사업준비금 조건을 충족, 사회적 효용 추구, 이익의 일정액 이상을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올랑드 대통령은 사회적 성격의 스타트업도 포함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우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한다. 따라서 자본을 우선시하지 않는다. 다만 필요한 경우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과 출자금을 연계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자연인은 '이중 지위'를 지닌다. 회원이면서 동시에 임금노동자, 소비자,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다. 셋째, 소유권은 분할 불가 원칙이며, 구성원 전체에게 속한다. 넷째, 창출된 이익은 '공평하게' 나눈다(장테, 2019). 이러한 원칙은 협동조합의 기본원칙과도 공통되며, 여타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개념들과도 공통된다. 

유엔(UN) 산하 국제기구들,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을 위해 사회연대경제 강조

사회연대경제법 제정을 주도한 프랑스의 전문가들이 유엔(UN) 산하기관들로 구성된 팀(UNTFSSE : UN inter-agency Task Force for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에 합류하여 사회연대경제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기존에 사회적 경제가 갖던 문제의식에 더해 환경문제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협동조합연맹(ICA),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난민기구(UNHCR), UN 산하, 포용적 사회개발 분과(DISD) 등이 사회연대경제 플랫폼의 가능성 탐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UNTFSSE
ⓒ UNTFSSE

사회연대경제 플랫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유엔은 또 다른 과제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프로젝트(2016-2030)를 주도하고 있다. SDGs는 2015년 제70차 UN총회 및 UN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에서 193개국 만장일치로 제정되었을 정도로 국제적인 합의 수준이 매우 높은 공동의 목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사회연대경제의 국제화를 지지하는 기구들이 유엔 제70차 총회를 맞아 2015년 9월 29일 뉴욕에 모여 '사회연대경제 글로벌 시범 그룹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사회연대경제는 SDGs의 실현을 위한 전략적인 실행 방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SDGs와 사회연대경제는 동전의 양면이었던 것이다. 

쿠바, 사회연대경제 발전전략으로 전환 

2019년 7월 16일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 주최한 <2019 서울 사회적경제 국제컨퍼런스, "한반도 단번도약과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에서 쿠바의 라파엘 베탕쿠르(Rafael Betancourt) 하바나대학교 교수가 '사회연대경제와 쿠바 경제모델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사회연대경제 쿠바네트워크(Red ESORSE)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그가 내세우는 사회연대경제의 강점은 다양한 의미와 개념을 아우른다는 점이었다. 중남미국가의 일원이자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가 '사회연대경제' 플랫폼을 중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사회연대경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베탕쿠르, 2019). 

• 사회적, 환경적 목표를 우선시하고 집단적으로 연대하여 일하는 생산자, 노동자, 소비자, 그리고 시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활동 
• 자본의 재생산이 아닌 노동이 삶의 중심인 사회적 경제를 구성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의 창출이 목표
• 모든 집단 —가족, 커뮤니티, 지역, 국가, 그리고 전 세계— 차원에서 구성원 간 연대의 가치 함양

 

▲ '한반도 단번도약과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된 '2019 서울 사회적경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라파엘 베탕쿠르 쿠바 하바나대 도시경제학과 교수 ⓒ 서울혁신파크
▲ '한반도 단번도약과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주제로 진행된 '2019 서울 사회적경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라파엘 베탕쿠르 쿠바 하바나대 도시경제학과 교수 ⓒ 서울혁신파크

베탕쿠르 교수가 제시한 쿠바의 사회연대경제 비전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색다른 느낌이었다.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 쿠바의 사회연대경제 비전을 제시하면, 첫째, 사회연대의 핵심인 거시경제 분야는 대부분의 경제적 주체가 포함된다. 여기에 공기업과 예산조직은 물론 심지어 자영업자도 포함된다. 경제 전체가 사회연대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포용적 지역발전을 통한 번영, 민주적 지속가능한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공동 목표를 추구한다. 셋째, 쿠바의 사회연대경제는 아래에서 시작되는 사회주의이다. 그의 생각의 핵심은 발표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쿠바의 사회주의 경제모델을 사회연대경제 모델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북한 개발 협력을 위해 사회연대경제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 

앞서 설명한 내용에 비추어, 북한과의 개발 협력을 위해 사회연대경제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를 크게 5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사회연대경제는 사상적으로 뒤르켐의 '불평등 없는 사회적 연대로서의 평화론'과 연결된다. 프랑스 출신의 사회학자 뒤르켐이 제시한 '사회적 연대로서의 평화론'은 한 국가 및 지역에서의 연대를 넘어 영토를 뛰어넘는 연대를 말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우리에게 남북 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연대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사회연대경제는 조직과 영토를 초월하는 포괄성을 갖는다. 프랑스에서 사회연대경제법이 제정된 결정적인 배경은 환경, 인권 등 여건 변화로 사회적 경제를 조직, 영토 등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연대경제 쿠바네트워크(Red ESORSE)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베탕쿠르 교수가 내세우는 사회연대경제의 강점은 다양한 의미와 개념을 아우른다는 점이었다. '유엔기구간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TFSSE)가 제시한 사회연대경제의 정의 역시 매우 포괄적이었다. 사회연대경제는 단순히 타 국가와의 연대 가능성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 

셋째, 사회연대경제와 커먼즈(commons) 경제는 소유권 개념에서 공통점이 있다. 토지와 화폐를 중요한 커먼즈로 보는 필자에게 소유권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북한의 토지는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 소유로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북한 헌법이 말하는 사회협동단체가 바로 사회연대경제 조직에 해당한다. 물론 북한 사회주의 특성상 고려해야 할 지점들이 많지만, 토지의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 소유권 인정은 특수한 형태의 사회주의식 커먼즈로 볼 수 있다. 

넷째, UN의 지지로 SDGs와 사회연대경제 연결성 높아지면서 이를 통해 북한과의 협력 가능성이 확대되었다. 북한은 현재 '식량 및 영양 안보', '사회개발 서비스', '복원력과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개발 관리'라는 4대 목표를 설정하여 참여하고 있다(최현아, 2019). 따라서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국제적인 차원의 SDGs 추구 전략'은 북한과의 교류 협력 물꼬를 틀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사회연대경제를 중요한 경제발전 전략으로 선택한 쿠바 사례는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전환에 시사점을 준다. 쿠바는 여러 가지로 북한과 유사하다. 1990년대 초반에 두 국가 모두 특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점, 미국의 장기간 경제제재를 받아왔다는 점,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 일당 지배체제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쿠바는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고 사회연대경제를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으로 삼았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이 헌법에서 사회협동단체를 과도기적인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나가며

SDG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UN이 그 실행 방안으로 사회연대경제를 국제화하고 있는 현실의 흐름을 볼 때, 북한과 다양한 인도지원 및 개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들과 지역 정부가 사회연대경제 플랫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나아가 사회연대경제는 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전환 또는 진화를 위한 이론 틀로서 큰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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