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 서울대회] "협동조합 진영의 고민 현재화해야…좋은 질문이 좋은 답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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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 서울대회] "협동조합 진영의 고민 현재화해야…좋은 질문이 좋은 답 만든다"
엄형식 ICA 전략통계담당 인터뷰
  • 2020.09.08 15:13
  • by 노윤정 기자
▲ 엄형식 ICA 전략통계담당. ⓒ라이프인
▲ 엄형식 ICA 전략통계담당. ⓒ라이프인

협동조합 운동은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전환하고 있는가? '협동조합 정체성'은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전 세계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부기구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이하 ICA)은 서울에서 열리는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33rd World Cooperative Congress, 이하 서울 대회)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논의의 장을 열고자 한다. 세계협동조합대회는 협동조합 역사에서 의미 있는 시기에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로, 협동조합의 본질과 특성을 재확인하고 협동조합 운동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내외 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의 교류·연대를 촉진하기 위한 자리다.

서울 대회는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라는 주제로 이루어진다.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 실현의 주요 수단으로서 협동조합 정체성을 성찰하는 자리가 될 전망. 1992년 도쿄 대회 이후 비유럽권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대회로, 협동조합 운동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강조하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행사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ICA 설립 125주년이자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관한 ICA의 선언'(The Statement on Co-operative Identity, 이하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인 금년도 개최가 무산되었다는 점이다. 당초 ICA는 설립 125주년·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해 올해 12월 서울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전염병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인해 행사를 내년도로 연기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서울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라이프인은 엄형식 ICA 전략통계담당을 만나 서울 대회 준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 서울 대회, 내년 11월 연기 개최 논의

ICA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서울 대회를 오는 3월로 한 차례 연기했다. 하지만 최근 내년 상반기 개최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다시 대안을 찾는 중이다. 엄 전략통계담당은 "논의 중인 기본안은 내년 11월경으로 연기하는 것이다. 장소도 두 가지 옵션을 두고 점검하며 준비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9월 ICA 이사회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재 날짜와 장소에 대해 ICA와 서울시, ICA 한국 회원단체(농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수협·아이쿱·한국협동조합국제연대)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또한 엄 전략통계담당은 "행사 형식은 내년 3~4월경 구체적으로 정해질 전망이다"며 "코로나19 확산세를 주시하면서 오프라인 행사 중심으로 진행하느냐, 오프라인 행사를 중심으로 하되 온라인 프로그램을 보강하느냐, 혹은 온라인 행사에 중점을 두느냐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내용이나 주제에는 큰 변동이 없다. 협동조합 정체성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성찰하며, 협동조합 정체성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지를 토론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변화가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도 피할 수 없는 논의의 주제가 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서도 다뤄지라는 것 정도다.

ICA 설립 125주년과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본 대회에 앞서 올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엄 전략통계담당은 "ICA 사이트에 설립 125주년 기념 페이지를 만들었다. 또, 9월 후반경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25주년 기념 웨비나를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기념행사는 이렇게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한국 협동조합 진영의 고민을 현재화하는 것이 과제"

▲ 엄형식 ICA 전략통계담당. ⓒ라이프인
▲ 엄형식 ICA 전략통계담당. ⓒ라이프인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에서는 "협동조합의 원칙은 협동조합들이 그들의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지침이다. 이 원칙들은 여러 대에 걸친 경험과 철학적 사고에 의해 형성되었으므로 본래부터 실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협동조합 7원칙(▲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 및 정보 제공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을 포함하여 협동조합 정체성은 시대가 변하면서 당면하는 문제가 변하고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하면 새롭게 논의하고 재정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대회는 협동조합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공론을 벌이고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실천적이고 실제적인 의견을 교류하는 장이 될 예정이다.

협동조합 진영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떤 화두를 던지고 어떤 방식으로 토론을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엄 전략통계담당은 "협동조합 진영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현재화하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며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또한 엄 전략통계담당은 "한국 협동조합 진영이 가지고 있는 질문과 고민 자체가 세계적으로도 현재진행형인 질문들이다.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외부에서 찾을 것 없이 우리 내부를 잘 들여다보고 고민을 성숙시키면, 그것 자체가 글로벌한 주제가 될 것이다. 오늘날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이 기회에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서울 대회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의 '도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어 "'서울 선언'에 대한 기대도 다들 가지고 있다. 기왕 하는 거 족적을 남기고 싶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한국 단체들이 준비하지 않으면, 외국 단체들이 그저 한국에 와서 행사 한번 하고 나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말로 한국 ICA 회원단체들이 주체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엄 전략통계담당은 "해외에서도 한국 협동조합에 갖는 기대치가 높다"라며 "코로나19 상황이 시급하니 (정부 입장에서는) 힘을 전폭적으로 실어주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인정받고, 글로벌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행사를 잘 활용해서 한국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글로벌 리더십을 잘 발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급변하는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브루노 롤랑츠 ICA 사무총장은 앞서 서울 대회에 대해 언급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서서, 협동조합 정체성을 통해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개발, 평화와 평등 같은 또 다른 글로벌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엄 전략통계담당은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는 영리 기업 등과 다르게 작동하는 원칙과 방향이 있음을 강조했다. "요즘 '소셜 임팩트'가 강조되고 있다. 협동조합을 비롯해 사회적경제도 소셜 임팩트를 만든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사회적경제는 굳이 소셜 임팩트를 만들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과 다른 방식, 다른 작동 원칙을 가지고 존재하는 그 자체가 세상에 임팩트가 되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 전략통계담당은 협동조합이 다른 기업과 다르게 작동하게 하는 그 원칙은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가 당면한 위기에 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은 '원칙'에 기반해서 성실하게 원래 하던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회복력의 기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엄 전략통계담당은 "우리나라도 협동조합에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주어야 한다. 역할을 재해석하고 정말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번 서울 대회가 굉장히 의미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단,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한자리에 앉는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규모가 큰 협동조합과 작은 협동조합, 협동조합기본법 이전의 협동조합과 이후의 협동조합 등. 이들이 모두 모여 서로의 역할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서울대회에서 상징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는 데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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