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⑨] 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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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의 자유를 향한 창⑨] 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
한국공정무역협의회의에서 개최한 '2020 공정무역 포럼(2020년 9월 10일)'의 '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 강연록
  • 2020.09.11 13: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18:51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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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이야기의 순서 
제가 오늘 말씀드릴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경제발전은 단순한 물질적 증대(GDP)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있다는 것(부자유로터의 탈출, 실질적 자유의 확대). 둘째, 인간의 부자유에는 물질적 부족만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충족감의 부족, 자부심의 부족 등 보다 포괄적인 부자유를 포함한다는 것. 셋째, 결국은 인간은 경제적 이익에만 반응하는 호모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 도덕감정을 가진 윤리적 존재라는 것. 넷째, 사회적경제는 인간의 도덕감정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유지시키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것(시장 속에서 작동되는 비즈니스 혹은 자원봉사/기부라는 시민참여의 방식). 다섯째, 우리 주변에 있는 사회적경제 현장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결론적으로 사회적경제는 우리의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2. 경제발전은 '실질적 자유'의 확대과정

▲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먼저 경제성장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봅시다. 경제성장과 인간의 행복은 꼭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강조한 학자는 미국 남가주(Southern California) 대학 교수였던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행복은 경제적 부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양한 사회/심리 서베이를 이용해서 증명합니다. 소위 이스털린 역설이라고 불리는 현상입니다. 이스털린의 박사학위 지도교수가 GNP라는 개념을 만들었던 사이먼 쿠츠네트(Simon Kuznets)였던 점을 생각하면, 어떤 면에서는 스승과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이 또한 역설적입니다. 

많은 나라들은 행복을 기준으로 국가의 통계와 정책체계를 재정비해야 함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탄은 GNP가 아니라 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기준으로 국가정책의 목표와 내용을 재구성해야 함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입니다. 이들은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발전, 문화보전, 자연생태계, 정책결정구조(거버넌스) 등을 종합하여 GNH라는 지표를 만들고 이것을 기준으로 국가정책을 피고 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박진도 교수가 쓴 『부탄 행복의 비빌』이라는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선진국 중에서 이러한 생각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프랑스였던 것 같습니다. 그 유명한 스티글리츠-센-피투시위원회(일명 프랑스대통령 이름을 딴 사르코지 위원회)입니다(한국어번역본, 『GDP는 틀렸다』). 이 위원회의 최종보고서 서문에서 사르코지는 "프랑스는 모든 국제기구들이 이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그들의 통계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사력을 다할 것이다. 우선 유럽 국가들에게 그 권고를 따라 솔선수범할 것을 제안할 것이며, 당연히 프랑스가 먼저 통계 체계를 개선할 것이다."라고 강조합니다. 꽤 긴 보고서입니다만 이 위원회의 결론은 "사람의 행복이란 상당히 복합적인 것이며, 물질적 생활수준(소득, 소비, 재산) 이외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12가지의 권고사항을 발표합니다. 그것을 6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첫째는 생산보다는 개개인(가계)의 소비에 주목하라는 것입니다. 생산은 증가하는데 생활은 더욱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라는 것이죠. 둘째는 자산만이 아니라 부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가계/국가의 물리적 자산만이 아니라 천연자원/인적자본/사회자본 등의 보존 상태나 증가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셋째는 시장거래만이 아니라 비시장거래도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육아 등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넷째는 행복이란 다양하니 정부는 삶의 질에 대한 주관적 평가까지 포함한 종합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불평등의 상황에 주목해야 하고, 여섯째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아마르티아 센(Amartya Kumar Sen)
▲ 아마르티아 센(Amartya Kumar Sen)

이 모든 것을 정리한다면 아마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귀결될 것입니다. 즉 발전이란 "인간 삶에 필요한 요소(functionings), 즉 식량/주거/교육/문화/정치적 자유 등을 보다 높이 향유할 수 있는 자유(freedom)를 획득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자유로서의 발전』, 41-2쪽) 그는 발전을 위해서는 부자유의 주요한 원인들이 제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난, 독재, 빈약한 경제적 기회, 구조적인 사회적 박탈, 공공시설의 방치, 억압적인 정부에 의한 과도한 간섭과 불관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센은 '자유'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the primary end), 발전의 핵심적 수단(principal means of development)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민주주의란 그 자체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센은 1998년의 한 국제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실제로 권위주의 통치와 정치적 권리, 시민권리의 억압이 경제 발전에 유익하다는 가설을 확인시켜주는 일반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 (중략)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본질적인 중요성을 가지며 이 사실은 결코 퇴색되지 않을 것입니다"("Democracy as a Universal Value". Journal of Democracy. 10(3)). 

3. 윤리적 존재로서의 인간

▲ 애덤 스미스(Adam Smith)
▲ 애덤 스미스(Adam Smith)

그 동안 경제학은 인간을 동물의 세계로 인식해 왔던 것 같습니다. 효용최대화와 이윤극대화를 위해 움직이는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보다는 피와 살과 마음이 흐르는 보다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시장 속에서 자신의 이득을 얻으려는 이기적 행위(self-love)가 인류 전체의 행복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국부론'에서 잘 설명했습니다. 경제학의 아버지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의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은 이기심과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아주 잘 설명합니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계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자기사랑(self-love)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에게 유리함을 말한다."(김수행 번역, 『국부론』, 17-18쪽).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이것만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타인의 기쁨과 슬픔을 자기 일처럼 느끼는 공감(sympathy)이라는 속성과 타인의 눈으로 자신을 공정히 바라보는 '양심'이라는 속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애덤 스미스에게 있어서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은 공감과 양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슴'에 의해서 견제되고 보완되는 것이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selfish)인 존재라 하더라도, 그 천성(principle)에는 분명히 이와 상반되는 몇 가지가 존재한다. 이 천성으로 인하여 인간은 타인의 운명에 관심을 갖게 되며,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즐거움밖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 연민(pity)과 동정심(compassion)이 이런 종류의 천성에 속한다."(박세일 번역, 『도덕감정론』, 3쪽).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사람은 이기심의 화신만은 아닙니다. 공감과 양심에 입각하여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서 행동도 하는 존재가 바로 사람인 것입니다. 저는 사회적참여가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했을 때 영국의 자유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을 항상 생각하곤 합니다. 그는 공동체의 행복과 자신의 행복을 일치 시켰을 대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공리주의'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외형적인 조건은 상당히 괜찮은데도 자신의 삶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그에 따라 삶 자체가 그다지 풍요롭지 않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자기만 알지 다른 사람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애정을 쏟을 일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삶을 흥분시킬 만한 것이 훨씬 적다."(서병훈 번역, 『공리주의』, 37쪽).  

공동체와 자신의 행복을 일치시키는 것은 단순히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적인 관여, 즉 사회적 참여를 통해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는 다시 '대의정부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기회가 되어서 상당한 수준의 공적 의무를 수행한다면, 그 사람은 곧 양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시민 개개인이 드물게라도 공공 기능에 참여하면 도덕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 결국 자신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면서 사회 전체의 이익이 곧 자기 자신의 이익이 된다는 생각을 품는다."(서병훈 번역, 『대의정부론』, 72-74쪽).  

4.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 
앞에서 좀 길게 말했습니다. 저는 앞에서 아마르티아 센을 이야기를 통해서 경제발전이란 인간이 향유하는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이라는 점, 애덤 스미스를 통해서 인간은 이기심의 화신만이 아니라 동감능력과 양심을 가진 보다 윤리적인 존재라는 점, 존 스튜어트 밀을 통해서 사회적 참여는 인간으로서의 진보, 즉 지적/도덕적 능력을 더욱 확대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 이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사회적경제가 인간의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는 수단이며 윤리적 존재로서 인간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며 사회적 참여를 통해서 인간의 진보를 추진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공급의 수단만은 아닌 것입니다. 

사회적경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말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사회적경제법에서는 자본보다는 인간 및 사회적 목표를 중시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독립성을 가진 것 등을 강조합니다. 유럽 최대의 사회적 기업 연구조직인 EMES에서는 공동체에 혜택을 주고자하는 명시적인 목표와 분담금 액수에 비례하지 않은 의사결정구조 등을 강조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조직으로서는 협동조합입니다. 스스로 참여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비전을 가진 조직들과 협력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사회적경제는 조직의 설립목적이 '사회문제 혹은 조합원들의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것이며 조직의 운영원칙이 사람 중심의 민주적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문제(혹은 조합원 문제)의 해결, 그리고 민주적 거버넌스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사회적경제를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를 엄격하게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엇비슷하나 조금씩 뉘앙스가 다른 여러 단어들이 동시에 사용됩니다.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임팩트 비즈니스, 소셜벤처,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표현 방식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문제 해결'과 '민주적 거버넌스'라는 두 가지 요소를 가장 '엄격한' 형태로 적용시키려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사회적경제'라는 표현일 것입니다. 

5. 우리 주변의 사회적경제
우리 주변에는 사회적경제의 현장이 많이 있습니다. 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쪽방촌에는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라는 훈훈한 현장이 있습니다. 2011년 동자동 주민들은 스스로 모은 자금을 싼 이자로 서로 빌려주는 금융협동조합(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을 결성하고, 연 2%로 생활자금을 대출합니다. 2019년 한 해 총 출자액은 1억 9,446만 원(2011년부터의 누계액은 3억 2,768만 원)이며, 월평균 165명이 출자합니다. 100만원 이상 출자한 사람도 82명이나 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곳에서의 대출상환금은 90%에 육박하며 만약에 못 갚더라도 크게 질책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서로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이며 월수입이 방값 포함 70~80만 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들이 만들어놓은 기적입니다. 

▲ 동자동 쪽방건물 내부모습. ⓒ 동자동사랑방
▲ 동자동 쪽방건물 내부모습. ⓒ 동자동사랑방

이들은 서로 모여 회의하고, 어버이날 행사도 치르고 마을 대청소도 합니다. 장례도 치르고 병문안도 합니다. 이러한 관계망이 높은 대출 상환률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동자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의 선동수 간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가난한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은 여기저기서 쏟아 붓는 물량공세를 통해 닦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가난한 주민들이 함께 협동하여 스스로 돕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 아닌 물품을 앞세운 외부의 선의는 오히려 주민을 비인간화, 대상화시켜 힘든 여건에서도 주민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몸부림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런 저의 말을 동자동 주민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가난극복의 힘은 지원이 아니라 자활에서 나옵니다. 스스로 서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타인과 함께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들은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회복하고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경제의 장점입니다. 

아이쿱도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들은 1997년 설립된 이후로 2019년 현재 99개 회원조합 및 조합원 29만 3,812명이 참여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에는 아이쿱생협을 중심으로, 파머스쿱(농업생산 협동조합), 협력업체협의회(구례・괴산 자연드림파크 입주기업), 기타 사회적경제기업, 비영리 법인 등의 조직이 연대한 사회적경제 생태계인 '세이프넷'으로 진화해갔습니다. 

ⓒ 아이쿱생협
ⓒ 아이쿱생협

원주의 사회적경제 조직들도 훌륭합니다. 이들은 사회적경제 조직의 협력네트워크를 만들고 공동협력사업과 기금마련에 열심입니다. 지학순 주교님과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노력으로 현재 원주의 사회적경제 기반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들이 만든 원주신협 운동, 원주한살림 운동의 전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전승되어 지금 원주의 사회적경제 운동을 이끌고 있습니다. 원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최정환 전 이사장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원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는....원주 사회적 경제의 긴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또한 반생명적인 지역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형성된 것입니다."

▲사회적 협동조합 원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2020년 3월 기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사회적 협동조합 원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2020년 3월 기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생각해보면,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경제라는 주제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너무나 오래된 주제이며, 인간 사회 안에 당연히 존재해온 가치입니다. 이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사회는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는 사회적경제의 거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 의해 보다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확실 합니다. 

제가 가보고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필리핀 마닐라의 카부야오라는 빈민가에서는 협동조합 생수공장을 만들고, 아이들의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는 건실한 활동가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의 빙하가 만들어 놓은 험준한 산악지대에는 협동조합으로 높은 생활수준과 문화/교육수준을 자랑하는 트렌티노 지역이 있었습니다. 일본 도쿄의 이케부쿠로에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열 명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좋은 파스타 집이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은 특유의 낙관성과 자부심입니다.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표정인 것입니다.

▲일본 도쿄의 이케부쿠로에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열 명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좋은 파스타 집
▲일본 도쿄의 이케부쿠로에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열 명의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좋은 파스타 집

6. 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
결론을 말하겠습니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경제는 지극히 인간본성에 부합하는 경제행위라는 점입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다양하게 발전하는 이유는 사람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에만 반응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보다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노동을 통해 증진되는 자기실현의 기쁨, 동료와 연대하는 동행의 즐거움 등 뜨거운 감정을 지닌 존재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 조직은 충분히 인간의 본성을 반영한, 보다 현실에 뿌리박고 있는 조직인 것입니다. '좌'와 '우'의 날개가 함께 날아야 사회가 균형적으로 발전되어 가듯, 이기심과 도덕감정의 두 힘이 어우러져야 인류사회는 풍요로움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제 그만 개발연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류의 발전은 단순히 경제적 물량(GDP)의 증가로써 계측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열망이 억압된 수많은 부자유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류의 발전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는 사람의 행복을 보장하는 새로운 발전모델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사회적경제가 저희에게 주어진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 이번에 출판된 제 책의 맨 마지막 문장을 인용합니다. 

"사회적 경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공리주의론』에서 인간의 행복은 공동체와 함께함으로써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아마르티아 센도 그의 『자유로서의 발전』에서 도덕까지 포함한 인간 역량(capability)의 총체적 상승을 '발전'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생각은 2,500년 전의 공자도 마찬가지였다. 『논어』 첫 구절에는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즐거움이 기록되어 있다.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즐거움, 같은 뜻을 품은 동지가 멀리서 찾아와 서로 격려해주는 즐거움,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꿋꿋이 그 신념을 지켜나가는 자부심. 이것은 우리의 사회적 경제 선배들이 걸어왔던 길과 큰 차이가 없다."

"사회적 경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를 통해 자발적 공동체를 경험해보는 것이다. 서로 협력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느끼는 삶의 충족감, 그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더욱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당사자의 의식과 그 역량의 성장을 서로 돕는 생태계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조그마한 실천이 언젠가는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설령 그 사회가 변하지 않을지라도 화내지 않고 꿋꿋이 이어가는 활동가의 씩씩함,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어려움을 참아내는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갖는 즐거움의 근원일 것이다."(『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 436쪽). 

이 강의를 듣는 대다수의 분들은 공정무역과 관련된 분들입니다. 공정무역을 하는 이유는 개도국 사람들의 실질적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단순히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활(스스로 서게 하는 것)'입니다. 그들 스스로 참여하고, 노력하고, 시장 속에서 경쟁력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 과제는 한국과 지구촌의 사회적경제가 달성해야 할 과제와 본질은 같습니다. 구체적인 사회적경제 조직방법, 경영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것은 아니나 적어도 사회적경제(공정무역)를 조직하고 성공시키는 과정이 우리의 행복과 자부심을 증진시키는 '축복의 과정'이라는 점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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