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협동조합’은 고달픈 자영업자들의 활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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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협동조합’은 고달픈 자영업자들의 활로가 될 수 있을까?
[자영업협동조합의 빛과 그림자(3)] 협동조합 관련 단체와 관계자들, 간담회 갖고 ‘피자연합’ 사태 진단과 대안 모색
  • 2017.06.01 12:07
  • by 정원각
이미지출처 https://foodiesfeed.com

임금근로자보다 고달픈 자영업자의 생존

한국사회에서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 대비 자영업 종사자 비율은 26.8%(2012)로 OECD 평균 18.3%보다 훨씬 높다. OECD 소속 30개 국가 중에 자영업의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멕시코, 그리스, 터키 등 세 나라뿐이다. (정부 통계청 조사의 자영업자 비율이 이보다 4~5% 정도 낮은데 이는 통계 기준의 차이다. 임금을 받지 않는 비임금 노동 전체를 기준으로 하느냐, 거기서 무급 가족 종사자 등을 제외하느냐 등의 차이에 있다.)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은 산업이 규모화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소득과 삶의 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매년 자영업자의 문제에 대해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월 소득 평균이 1백5십만원으로 낮았다(2012). 부채가 평균 1억원으로 임노동자의 두 배였다(2014).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사업기간 3년을 넘기지 못했다(2012). 자영업자들의 삶의 만족도는 3.55점으로 전체 평균 3.60점에 못 미쳤고, 상용직 근로자 3.73점과는 더 벌어졌다. 자영업자들은 실직이나 조기퇴직 등의 원인으로 출발하는데, 자영업을 시작해도 3년을 버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고용형태별 삶의 만족도 비교 > (단위 : 점/5)

자료: 한국복지패널2010~2012년 주: 삶의 만족도 점수는 5점 척도(①매우 불만족 ②대체로 불만족 ③그저 그렇다 ④대체로 만족 ⑤ 매우 만족)의 평균값임. 전체 N=4,674, 자영업자 N=752, 상용직근로자 N=2,057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만드는 협동조합인 ‘사업자(자영업자)협동조합’

이런 현실 속에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었고, 2017년 5월 31일 현재까지 전국에 11,432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이 중 사업자협동조합이 7,982개(9.8%),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 2,586개(22.6%), 직원협동조합이 460개(4.0%), 소비자협동조합이 352개(3.1%)이고, 나머지 52개(0.5%)는 분류가 안 된 협동조합이다.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의 상당수가 사업자협동조합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볼 때 실제는 70%가 넘는 협동조합이 사업자협동조합이다. 이 중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개시한 경우가 몇 개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2014년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전체 협동조합 중에 55.5%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자영업자들이 사업자협동조합을 설립했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과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혼자 사업하는 것에 대한 한계, 기존 프랜차이즈 문제를 극복하고자 협동조합 방식을 선택한 경우이다. 사업자협동조합을 만들고 분투하다 안타깝게 죽음을 선택한 피자연합협동조합(이하 피자연합) 전 이사장인 故 이종윤 씨 사례도 같은 경우였다. 피자연합도 치열한 자영업 현실의 한 복판에 놓여 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자기 가게만 운영하던 사람들이 모인 피자연합이 스스로 앞길을 헤쳐갈 수 있을까? 특히 미스터피자라는 피자업계 선두 그룹의 ‘갑질횡포’에 견딜 수 있을까? 지난 5월 24일(수) 오후 4시 서울혁신파크에서는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이 주최하고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쿱비즈협동조합,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등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은 피자연합 이사장 사망 사건과 이후 진행에 대해 공유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이해, 사업자협동조합에 대한 정보 교류 그리고 대응책 마련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했다.

한국사회 프랜차이즈 시장현황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가맹점본부가 4,268개(브랜드는 5,226개)이고 가맹점 수는 217,811개이다. 이 중에 외식이 절반인 106,003개다.

2016 프랜차이즈 업종별 현황 <가맹점, 직영점수는 직전사업년도 말 기준>

업종

가맹본부수

브랜드 수

가맹점수

직영점수

전체

4,268

5,226

217,811

16,482

외식

3,219

3,999

106,003

5,496

도소매

275

298

44,837

7,166

서비스

774

929

66,971

3,820

출처 : http://franchise.ftc.go.kr/user/extra/main/69/firHope/listIndus/jsp/LayOutPage.do


어느 수준에서 협동을 할 것인가?

사업을 함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원재료와 부재료를 공동 구매하여 품질 좋은 재료의 단가를 싸게 구입하는 경우, 공동상호를 사용해 공동으로 홍보마케팅을 하는 경우, 내부 인테리어와 레시피 등을 통일하고 인사, 경영 기법, 기술 등을 협력하여 결합력이 높은 수준의 사업을 하는 경우 등이다. 공동으로 사업을 할 때에는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있고 그 본사에 가입하는 방식은 계약 내용에 따르면 되지만, 본사 없이 스스로 만들어야할 때에는 반드시 회원 전체를 조율하고 경영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조합원들이 어느 수준에서 참여하고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성 또는 가동률이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열 개가 모여 조합원들이 각 2천만 원씩 출자하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빵 만드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지를 만드는 공장을 만들었다. 조합원들이 생지(빵을 굽기 위해 밀가루로 반죽해서 만든 모양)를 조합에서 구입하지 않고 자기 가게에서 만들어 쓰거나 다른 곳에서 구매하면 조합이 운영하는 생지 공장은 적자를 보다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조합은 생지 공장을 만들기 전에 조합원들이 한 달에 얼마나 소비할지, 그 중에 몇 퍼센트(%) 또는 얼마 가격으로 조합에서 구매할 것인가에 대해 다짐받아야 한다. 조합원이 이를 위반했을 때에는 불이익을 주는 장치도 있어야 한다. 조합은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수준과 종류에 맞는 생지를 생산해야 한다. 조합원들이 원하지 않는 생지를 만들면 안 된다. 조합원과 조합 간에 이런 약속과 신뢰가 있어야 사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한편 현실에서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합원 스스로 조달하지 않고 외부에 의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조합원들이 조합 사업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외부에서 들어온 자금이 부채나 부담이 되어 경영을 악화시키고, 나아가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조합원들끼리 협동의 수준을 합의하고 실천하는 것은 과정과 결과 모두 중요하다.

무엇을 협동할 것인가?

사업자협동조합이 협동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프랜차이즈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협동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협동하겠다는 결의가 커야 하며 서로 나눌 수 있는 노하우 즉 기술, 경영 등의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협동의 성과가 나지 않는다. 결국 협동할 내용, 콘텐츠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공동 사업체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매장을 하나씩 만들면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는 쉽지 않고 기존에 있는 개별 매장들을 묶어 내는 것이 오히려 현실 가능한 방법이다. 이럴 때 사업자협동조합은 리뉴얼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초기에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 갈등이 커지거나 사고가 나서 조기에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하는 사람들을 거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많은 사업자가 참여하는 것은 쉽지도 않고 중심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초기에는 10개 정도의 자영업자가 모여서 사업자협동조합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 가능한 규모일 것이다. 그렇지만 원부재료의 구입부터 홍보비 등의 절감을 위해서 조합원 규모를 어느 정도 늘려야 협동, 프랜차이즈 효과가 날 것이다. 설립 가입자들을 늘리는 방법이 필요한데 가장 좋은 방법은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동종의 다른 프랜차이즈 보다 매출이나 이익이 높거나, 협동조합을 하기 전보다 좋아졌다거나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조합원을 늘릴 수 있다.

한편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아이쿱생협 등 규모가 있고 성공적인 협동조합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두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재료를 사용하거나 컨설팅을 받으면서 함께 홍보하는 방법이다. 이는 서로 다른 협동조합 간에 협동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경우이다.

조합원들끼리 자주 모이는 일은 또 하나의 경영

대부분 사업자협동조합들의 경우 조합원들이 자주 모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주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 조합원들의 결속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여러 기대효과가 있다. 프랑스의 한 협동조합 사례는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 모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슈퍼바이저의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자주 모이면 시장 조사 비용도 줄어든다. 아이쿱생협의 경우 전국 이사장 모임이 자주 있는 편이다. 모여서 매장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장조사가 된다. 기존 기업의 경우 비용을 들여 전문가에 외뢰해 시장조사를 하고 대응하지만, 점주들이 모여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서로에게 힘이 된다. 점주도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가 시너지를 내려면 경영자들이 자주 만나고 경영자의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환기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베비라협동조합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상이 간담회의 주요 내용이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기존 협동조합과 사업자 협동조합이 어떻게 협력해 갈 것인지를 논의했고, 티에프(TF)를 구성해 더 구체적인 활동을 해가기로 했다.

한편 피자연합도 강남구청의 도움을 받아 이사장 교체와 통장 복원 등을 마쳤고 사무실도 영등포구 신길동으로 옮기는 중이다. 피자연합 이사장의 사망 사건은 갑을논란과 함께 자본기업의 횡포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자영업자협동조합들이 어떻게 독립해가야 할지를 질문하는 사건이다. 이번 간담회는 피자연합으로 촉발된 자영업자협동조합의 길 찾기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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