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일차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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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일차의료
  • 2020.09.29 10:47
  • by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은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 돌봄, 협동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익을 추구한다. 의료기관을 개인이나 기업이 운영하지 않고 지역주민과 조합원, 의료인이 함께 운영한다. 건강을 오로지 개인이 책임져야 할 몫이 아니라 협동해서 예방하는 공동의 문제로 바라본다. 의료사협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도 의료사협이 하는 일이다. 조합 소속 병원은 단순 치료 외에 평소 생활습관을 분석해 주민에게 필요한 건강 관리법을 알려 주고 다양한 건강강좌,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사협 관련 내용을 라이프인에서 연재한다. [편집자 주]

 

▲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
▲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

코로나19로 우린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다. 그전에 당연하던 일상활동도 이젠 불가능하고, 일반 공중의 안녕을 위해 대규모 집회를 삼가야 하고, 공중시설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전에 다른 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배려하지 못한 것이 이젠 당연하게 받아들어져서 안되는 상황이다. 이제는 살아가는 속도를 늦추고, 그동안 간과했던 것을  챙기고 일상의 평온함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젠 우리 생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상화된 자연의 파괴도 이젠 멈추지 않으면, 이젠 지금의 혼란과 재난 상황보다 훨씬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체 인구집단의 건강과 안전, 생명가치의 존중을 사회 전체 시스템에서 가장 우선되는 요소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뉴노멀을 만들어 가길 제안한다. 

다행히 코로나19 와중에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19 감염증을 통제하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일정 정도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아직도 소규모이지만 수도권에서 집단감염이 아직 끊이지 않고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고, 인내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데, 코로나 시대에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하나? 글로벌 유행병과 환경재난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의료체계의 근간은 일차의료이고, 일차의료는 지역사회에서 만성질환 관리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대책 수립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이기에, 여기에선 일차의료의 개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동안은 기업의 운영도 기업 이윤의 극대화와 효율 중심으로 움직였으며, 노동자나 사회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이 희생되어왔는데,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한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이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이 이번 코로나 19 대응에 선방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 역시 효율 중심의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50일간의 최장 장마와 강력한 태풍을 경험했는데, 이를 통해 한반도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이미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향후 반복될 글로벌 유행병도 이번 코로나 19로 그쳐질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환경재난이 직접 지역사회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모든 상황을 고려해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향후 사회 방향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안전과 건강, 생명가치를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가 지속가능하다.

우리 사회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고령인구의 증가와 이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가 진행되고 있다. 노인가구의 빈곤율이 높아, 노인가구에서 건강불평등 구조도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의료비도 건강보험 지출의 40%를 넘어 가파르게 증가를 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 오히려 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의료, 돌봄, 주거, 복지 등 여러 필요가 있지만, 정작 자기가 살아오던 지역에서 이들 의료와 여러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긴 어렵다. 기존의 여러 서비스는 대개 분절되어 있고, 연계 혹은 통합되어 있지 않아, 이들 서비스를 받아보려 해도 전체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 없다. 그러니 가족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 가야 하니,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인 까닭에 부모가 아프더라도, 집에서 병수발들긴 쉽지 않다. 가난한 가족들은, 특히나 빈곤 노인가구는 의료정보에 더 접근하지 못하고, 평소에 건강관리가 되지 않은 채, 천식, 당뇨 등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가정에서 혹은 지역에서 필요한 돌봄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입원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요양병원에서 건강이 취약한 고령층이 밀집해서 거주하는 까닭에,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유행병으로 요양병원 고령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잦다.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정신장애인들의 피해가 또한 컸다. 상당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이 아팠을 때도 쉴 수가 없다. 

의료서비스는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질병의 조기 발견, 조기 치료, 재활 등을 모두 포괄해야 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이런 의미에서 우리 국민들은 제도적으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질병의 발병원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또 조기 치료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건강관리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차의료에서 일정한 의료진에게 계속 진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거나, 이를 통해 환자에 관한 각종 진료정보가 체계적으로 누적되고 이어져야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양질의 진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문 의료기관을 자주 바꾸고 명의를 찾아다니는 왜곡된 의료이용 행태, 수시로 생겼다가는 없어져 버리는 의료기관들, 이와 함께 사라지는 진료기록들, 동일질병으로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처음부터 문진과  각종 검사를 다시 시작하는 우리나라 동네의원 시스템의 조건에서 의료의 '지속성' 개념을 떠올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에게 요구되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다른 의료기관에 환자를 의뢰하고 사후 관리를 하는 등의 계속적인 책임을 지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자 개인이 방임적 상황에서 스스로 이 역할을 수행하고 책임을 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차의료에 대한 개념이 부재하고, 소위 동네의원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낮은 관계로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고, 환자의뢰체계의 부재로 인한 병원 의료이용에서의 혼선과 낭비, 의료전달체계의 미숙한 발달로 인한 의료기관의 종별을 뛰어넘는 무차별적 경쟁 등으로 낭비 조장적인, 비효율적 의료공급체계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신뢰와 만족도가 높은 양질의 보건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의료선진국들은 잘 갖추어지고 제도화된 일차의료시스템, 즉, 주치의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전문의 중심의 현행 우리나라 동네의원 체계보다 더 효율적이다. 동시에 국민주치의제도가 정착되어 있어야 일차의료가 정립되며, 이를 기반으로 의료이용체계를 공고히 확립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료이용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것은 양질의 포괄적인 일차의료가 작동하지 않고, 전문과목 중심의 분절화인 일차진료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솔선해서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지지하기도 하고, 이들 의료기관의 운영에도 참여해 이들 기관에서 시민들이 도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벨기에의 의료의 집(maison medicale), 미국의 환자중심 의료의집(PCMH, patient centered medical home), 일본의 의료복지생활협동조합, 한국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좋은 사례이다. 

지역사회에서 공공의 의료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시민 참여는 일차의료의 공공성 확보와 민간의료기관의 서비스 혁신에도 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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