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공정무역] 391명 농부들이 시작한 1,320억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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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공정무역] 391명 농부들이 시작한 1,320억의 성공
  • 2020.10.22 18:30
  • by 김선화(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연구교수)

협동조합은 공정무역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다. 개발도상국의 수 많은 협동조합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한다. 유럽 및 일본, 그리고 한국의 아이쿱과 두레와 같은 협동조합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수입 및 가공하여 조합원들에게 제공한다. 공정무역을 하고자 노동자협동조합을 결성한 이퀄익스체인지와 같은 협동조합도 있다. 생산자협동조합부터 소비자협동조합까지 공정무역 공급사슬 상에서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참여한다. 이 글에서는 협동조합과 공정무역 어디서 어떻게 만나며 이러한 접점이 형성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편집자 주]

 

▲커피 체리를 수확하고있는 농부 ⓒ쿠페아그리
▲커피 체리를 수확하고있는 농부 ⓒ쿠페아그리

농부들은 커피 생두의 제값을 받고 싶었다. 그 당시 코스타리카에서는 3개의 큰 회사가 커피 가격을 결정했다.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호세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위치한 페레스 젤레돈(Pérez Zeledón) 지역의 가난한 농부 391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962년에 협동조합 쿠페아그리(CoopeAgri R.L)를 시작했다. 

“391명의 동료들과 함께 시작했지만, 운영에 필요한 자본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조금씩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Milton Fonseca Balmaceda의 글)

쿠페아그리의 조합원들은 소득을 늘리기 위해 먼저, 커피와 설탕을 수출했다. 두 번째로는 가공공장을 지어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마지막으로는 조합원들이 살고 있는 페레스 젤레돈 지역에 필요한 슈퍼마켓, 주유소, 농기구 판매점 등의 지역 비즈니스를 함으로써 조합원들이 커피와 사탕수수를 생산하여 얻은 수입을 쿠페아그리를 통해 소비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왔다. 코스타리카인들은 쿠페아그리가 없는 페레스 젤레돈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1969년에 처음으로 슈퍼마켓을 열었으며, 1974년에는 설탕공장을 지었다. 2018년에는 편의점을 2019년에는 음료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 구글지도에서 CoopeAgri만 검색해도 페레스 젤레돈에 쿠페아그리가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공장, 마트, 주유소 등이 검색된다. 구글지도 갈무리
▲ 구글지도에서 CoopeAgri만 검색해도 페레스 젤레돈에 쿠페아그리가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공장, 마트, 주유소 등이 검색된다. 구글지도 갈무리

# 가난한 이들이 만든 협동조합 

391명의 가난한 농부들이 시작한 쿠페아그리 협동조합은 현재 7천 명의 농부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말 매출은 1,320억 규모다. 어떻게 이들은 이러한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었을까? 쿠페아그리의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수입하여 아이쿱에 공급하고 있는 엘까페딸의 마르셀라 대표의 도움을 받아 쿠페아그리의 판매 책임을 맡고 있는 조나단 두란(Jonathan Duran) 매니저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 쿠페아그리의 조나단 두란 매니저
▲ 쿠페아그리의 조나단 두란 매니저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목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참여합니다. 협동조합의 사업이 성공적일 때, 그 협동조합의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얻습니다. 협동조합은 대표자 한 명이 아닌 모두를 위해 운영되기 때문이죠. 코스타리카와 같이 작은 나라에서 수많은 소규모 생산자와 소기업들이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협동조합입니다." - 조나단

쿠페아그리의 경우도 여타의 협동조합들처럼 조합원 중에서 대의원이 선출되고, 대의원들이 참여하는 총회에서 주요한 결정을 내린다. 4년마다 조합원 50명당 한 명의 대의원을 선출하고 이들이 매년 총회에 참석한다. 총회에서 대표자를 선출한다. 이러한 협동조합 구조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조나단은 "커피와 사탕수수는 협동조합의 중요한 생산품이지만, 슈퍼마켓, 비료 공장, 커피 공장 등이 생기면서 거래조건이 좋아지고, 비용 절감이 가능해졌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생활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생활 편의를 위한 비즈니스를 확장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익이 발생하면 조합원들에게 배분하기도 하지만 신규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협동조합의 발전과 더불어 지역 발전을 이루어 왔다.  

# 발전을 위한 대안들을 만들면서 이뤄낸 지역 발전

쿠페아그리 협동조합의 슬로건은 "발전을 위한 대안 development alternatives"이다. 쿠페아그리에서는 항상 조합원들이 함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왔다. 각 사업마다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운영 계획을 세우고 투자한다. 목표를 설정할 때 비즈니스, 환경, 그리고 사회적 균형을 고려한다. 조직의 존재 이유에 집중하면서 5년 후, 10년 후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장기 전략과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매년 각 사업별로 목표를 평가한다.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서는 협동조합의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된다. 그리고 사업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사업의 수치와 구조를 명료하게 알고 있다고 한다. 

조나단은 매년 조합원들의 이익을 늘릴 수 있는 프로젝트와 사업을 찾고, 무엇이 더 좋을지 함께 생각해 왔음을 강조한다. 프로젝트나 사업이 성공하면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합원 모두 아이디어를 내고, 시장의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커피와 사탕수수를 수출하고 가공함으로써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슈퍼마켓, 주유소, 부동산 거래 등의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높이는 비즈니스를 제공함으로써 협동조합의 소득 증대는 물론 조합원을 비롯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러면서 쿠페아그리의 조합원 수는 계속 증가해 왔고, 현재 대부분의 주민들이 쿠페아그리와 관계를 맺고 있다.  

▲쿠페아그리의 슈퍼마켓 ⓒ쿠페아그리
▲쿠페아그리의 슈퍼마켓 ⓒ쿠페아그리

# 공정무역 커피와 설탕 그리고 공동체발전기금

코페아그리에는 '크리스마스 솔루션'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름이 붙은 이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19년 전 총회에서 조합원의 제안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지역에 굉장히 어렵고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임금과 협동조합 이익의 일부를 기부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지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에 지금까지 80여 개의 집을 지었습니다. 현재 공정무역 공동체발전기금의 일부를 크리스마스 솔루션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 조나단 

쿠페아그리의 조합원들은 약 5천 톤의 커피와 약 3만 톤의 사탕수수를 생산한다. 설탕의 경우 1994년부터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고, 생산량의 10%를 공정무역으로 판매하고 있다. 커피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80%를 수출하고 있으며, 2004년에 공정무역 인증을 받게 되면서 15% 정도를 공정무역으로 수출한다. 그 15%의 공정무역 커피에는 아이쿱에서 판매하는 커피도 포함되어 있다. 

조나단은 공정무역의 경우 일반 시장 가격에 공동체 발전기금(Social Premium)을 더 지급받는다고 설명했다. "우리와 함께 10년~15년을 거래해온 고객들은 지금도 여전히 거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고객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공정무역은 공동체발전기금이 포함되어 있어 생산자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쿠페아그리에서는 비료 운송, 나무 심기 등과 같은 여러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공동체발전기금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 공장에서 각 생산지로 비료 운반 시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이때 운반 비용이 비료 구입 비용보다 비싸 비료 자체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지원하는 거죠. 또한 지역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거나 수자원 보호를 위해서도 사용됩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슈퍼마켓, 여러 점포들, 주유소 재정비에도 공동체 발전기금이 사용됩니다."
 
# 코로나 19로 인한 어려움 

조나단에게 코로나 19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질문했다.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코페아그리는 생산자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이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선은 고객들이 공급 일정 연기를 요청하면서 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커피 수확이 7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때 생산자들에게 생두 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서 재무적으로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큰 위기는 7월에 커피콩 수확을 하는 노동자들의 50%가 파나마와 니카라과에서 오는데 국경 폐쇄로 인해 이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19에 대비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에게 개별적인 방을 제공해야 하고 각 방의 위생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한 명이 코로나 증상을 보이면 14일 동안 격리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머무를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고 일하는 사람들 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설명했다.  

코스타리카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아이쿱생협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 쿠페아그리는 농부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만든 협동조합이다. 이후 조합원과 지역의 필요를 반영하면서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커피와 설탕의 해외 수출을 물론, 슈퍼마켓, 주유소, 부동산 거래 서비스, 농기구 공급 등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면서 협동조합도 지역도 발전해 왔다. 해외 수출을 통한 매출과 지역 비즈니스를 통한 매출을 창출하며 협동조합을 키워 온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생산하는 많은 조직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있다. 민주적으로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기 위함이다. 조나단은 인터뷰에서 쿠페아그리의 경우 협동조합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코스타리카의 지원조직들로부터 재무, 대출, 역량 개발, 시장개척 등의 도움을 받지만, 해외로부터 원조 등은 거의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협동조합에서 역량개발을 도왔고, 옥스팜으로부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스스로 이익을 내고 발전해 왔음을 강조한다. 이는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모든 협동조합들에게 보편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자원이 없는 사람들도 스스로 발전하려는 의지와 협력을 통해 힘든 과정을 딛고 건강한 발전을 이루어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공정무역은 협동조합 스스로를 그리고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유용한 접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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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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