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맥주...!? 아웃도어 브랜드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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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맥주...!? 아웃도어 브랜드의 재발견
22일 '지속가능 패션 뉴노멀Ⅰ 패션기업의 책임' 섹션 진행
  • 2020.10.26 19:03
  • by 전윤서 기자

브룬트란트(Brundtland)가 198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이란 "미래세대가 그들 스스로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말한다. 이러한 지속가능성과 아웃도어 브랜드가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울디자인재단 산하 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가 '지속가능 패션의 뉴노멀'이라는 주제로 '지속가능 패션 서밋 서울 2020'을 개최했다. 개최 세 번째 날인 22일은 '지속가능 패션 뉴노멀Ⅰ 패션기업의 책임' 섹션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파타고니아 ▲블랙야크 ▲코오롱 등 국내외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참석했다. 

▲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 This Jacket)" 광고 ⓒ파타고니아
▲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 This Jacket)" 광고 ⓒ파타고니아

■ 코로나 19 이후 세계의 책임 있는 비즈니스

암벽등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이본 슈나드(Yvon Chouinard)가 창립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위해 자사의 의류를 사지 말라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Don't Buy This Jacket)" 광고를 내걸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는 빈센트 스탠리(Vincent Stanley) 파타고니아의 철학 이사가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책임있는 비즈니스에 대한 발제를 맡았다. 빈센트 이사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사태 속에서 파타고니아 산업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자리임을 밝혔다. 그는 "의류 산업은 폐기물에 대한 의무가 있다. 사람들은 20년 전에 비해 60% 더 많은 옷을 구매한다. 하지만 전보다 절반에 가까운 기간만 그 옷들을 입고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신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에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 패스트 패션 산업의 경우 옷 한 번은 평균 4~5번 착용한 후 버려진다며, "패션 산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 벌의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구에 갚는 양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온다. (...) 따라서 지난 15년간 파타고니아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패션 산업에서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외쳐왔다"라고 부연했다. 

파타고니아는 고객들에게 더는 입지 않는 옷을 다시 기부해줄 것을 장려했다. 이를 재활용해 동일한 가치를 가진 제품으로 탄생시켰다. 하지만 재활용은 가장 마지막 수단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빈센트 이사는 말했다. 재활용 이전에 줄이기(reduce)를 통한 고객의 신중한 구매를 유도해야 하고 기업은 수선이 가능한(repairable)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입지 않는 옷을 거래하는 플랫폼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센트 이사는 "오랫동안,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뽑으라면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비로소 옷을 소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가 수립하고자 하는 관계는 이것이 아니라며 "새 제품을 구매하는 단순한 신규성이 아닌 (시간이 지날수록 애착을 옷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이러한 유대관계(紐帶關係)를 고객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제품 라인의 축소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긴 수명의,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원단의 경우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고했다. 2025년까지 폴리에스테르, 나일론은 유정에서 채취한 원유가 아닌 천연 원료나 100% 재생 플라스틱 원단으로 바꾸고 2030년까지 면, 삼과 같은 자연섬유를 재생 유기농법(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으로 채취한다는 것이다. 

▲ 화학비료, 살충제 없이 재배가 가능한 컨자로 만든 파타고니아 롱 루트 에일 ⓒPatagonia Provisions
▲ 화학비료, 살충제 없이 재배가 가능한 컨자로 만든 파타고니아 롱 루트 에일 ⓒPatagonia Provisions

파타고니아는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이라는 식품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한 농작물은 컨자(Kernza)이다. 컨자는 밀을 대체할 다년생 개밀(밀 작물)로 뿌리가 깊어 표토층 유실을 막는다. 또한 미생물 및 균류 등을 분해해 표토층을 생성하기도 한다. 파타고니아는 컨자 재배에 돌입했고 컨자를 활용한 식품의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포틀랜드의 맥주회사와 미국 유기농 마트 체인 홀푸드, 대형 시리얼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로써 소모한 양보다 많은 것을 지구에 돌려주고, 농업과 식량 유통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빈센트 이사는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있어 그것을 통해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고, 생물 다양성 감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후손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 컨자(Kernza) ⓒPatagonia Provisions
▲ 컨자(Kernza) ⓒPatagonia Provisions

■ 지속가능성 패션 비즈니스 전략

지속가능성 패션 비즈니스 전략 발제는 블랙야크의 친환경 패션브랜드 NAU 강준석 대표가 맡았다. 강 대표는 "코로나 19 이후 지속가능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 이유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탐구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블랙야크는 5년 전부터 지속가능성으로 비즈니스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때 주목했던 것은 퍼스널라이징(Personalizing, 개인화)였다. 퍼스널라이징은 개개인의 내면을 바라보고 공감과 소통을 끌어낸다. 또한 일방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고객이 소통하는 방식 즉, 브랜드와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함께하는가(brand experience)에 중점을 두었다. 강 대표는 이어서 블랙야크의 지속 가능성 프로그램 4가지를 소개했다.

▲ 배우 강하늘과 함께 진행한 BAC 캠페인. ⓒ블랙야크
▲ 배우 강하늘과 함께 진행한 BAC 캠페인. ⓒ블랙야크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은 산행에 대한 지식과 활동을 공유하는 블랙야크의 애플리케이션 기반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이다. 명산(明山) 100 고객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현재는 18만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단순히 등산 인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클린 마운틴 365' 캠페인을 통해 환경 보호에도 애쓰고 있다. 

▲ K-rPET(케이알페트) 티셔츠. ⓒSM티케이케미칼
▲ K-rPET(케이알페트) 티셔츠. ⓒSM티케이케미칼

K-rPET(케이알페트) 사업은 한국의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원사 또는 원자재를 사용해 지속가능패션을 추구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생수 업체, 강릉시, 삼척시 등 지자체가 수거 과정에 동참하고 있으며, 수거된 페트병으로 원사를 만들고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K-rPET(케이알페트)로 만든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체 티셔츠 주문 제작 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했다. 

블랙야크는 5년 전 포틀랜드 작은 아웃도어 회사를 인수하면서 친환경 패션브랜드 나우(NAU)를 론칭했다. 나우는 2017년 로컬 다큐멘터리 잡지 나우 매거진(nau magazine)을 발행하고 있다. 강 대표는 "매호 한 도시를 선정해 도시의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이란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실현하는지 들여다보는 매거진"이라 설명했다. 1호 포틀랜드, 2호 타이페이, 3호 베를린, 4호 타라비, 5호 서울까지 출간되었다. 영문판을 제작해 일본의 츠타야, 영국의 맥컬쳐, 타이페이, 태국 등 해외 서점에도 입점해 있다.  

블랙야크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지속 가능성 라이프 체험 공간, 노마드바이브를 만들기도 했다. 압구정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한 노마드바이브는 라이프스타일숍과 입지 않는 옷을 가져와 새 상품으로 만드는 실크스크린 스튜디오, 도심 속 캠프닉(캠핑과 피크닉의 합성어)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루프탑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강 대표는 "어렵게 느껴지는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귀엽고, 위트있고, 발랄하게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이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리뉴얼했다."고 밝혔다.

▲ 로컬 다큐멘터리 잡지 나우 매거진(nau magazine) ⓒ나우(NAU)
▲ 로컬 다큐멘터리 잡지 나우 매거진(nau magazine) ⓒ나우(NAU)

블랙야크는 지난 8월 UN SDGs 협회가 발표한 2020년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인 선정에 ㈜비와이엔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이 선정되면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강 대표는 "아직 지속가능성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라며, "앞으로 (지속 가능성) 가치를 진정성 있게 추구할 수 있도록 고객과 소통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경애 코오롱인더스트리(주)FnC부문 SM본부장은 '더 나은 패션 산업을 위한 솔류션 :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패션 프로젝트들' 발제를 진행했다. 2013년 론칭한 코오롱FnC의 레코드 (RE;CODE)는 버려지는 옷을 재료로 사용해 새 상품으로 탄생 시켜 순환 경제를 만드는 브랜드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난민, 새터민, 미혼모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한 본부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의 가치뿐만 아니라 의식을 바꾸어 가는 패션 산업에 한 발짝 다가간 해였다"라며 "패션은 환경과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산과 바다, 들판과 강. 자연과 만날 때 만나게 되는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 아웃도어 브랜드와 지속가능성이 만나 지구, 환경, 먹을거리, 폐기물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바람직한 만남이 계속되어 더 나은 미래를 그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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