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家] 유럽 국가에서 배우는 사회주택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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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家] 유럽 국가에서 배우는 사회주택 '해법'
사는 곳이 내 집이다
  • 2020.11.04 15:33
  • by 이진백 기자
13:48

저렴한 임대료로 집주인의 횡포 없이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다면 어떨까. 더불어 마음이 잘 맞는 이웃과의 교류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서울에 사는 청년(20~34세)의 경우 대학과 취업 등의 이유로 타지역에서 서울로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삶은 열악하다. 2015년 통계개발원 연구보고서 발간자료(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서울 1인 청년(20~34세) 가구의 주거빈곤율은 37.2%로 전국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22.6%)보다도 월등히 높다. 주거빈곤율은 주거기본법의 최저 주거기준(1인 가구 최저 14㎡ 등)에 미달하거나 비닐하우스ㆍ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오피스텔 제외)와 지하(반지하)ㆍ옥상(옥탑) 거주 가구의 비율이다. 서울시의 청년들은 '지옥고(지하/반지하, 옥상/옥탑방, 고시원)'에 전전하다가 30대가 되면 서울 밖에 거주지를 정하게 된다. 집을 사야만 비로소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걸까.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주거 환경 속에서 당신은 어떤 집을 꿈꾸는가.

집(家)은 원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삶의 공간이다. 집은 이웃과 더불어 오랫동안 즐겁게 사는 곳이다. BUY(산다)의 개념에서 LIVE(살아가는) 개념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거문제를 공공이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민관이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라이프인은 청년 주거의 새로운 대안 '사회주택'의 현주소와 과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주거문제 해결 실마리를 찾는 기획을 연재해 싣는다. [편집자 주]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서는 주거권을 헌법상 국민의 권리로 명문화했다. '모든 국민은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주거권 규정은 주거 안정을 위한 국가의 강한 책임과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민간과 공공이 함께하는 합작품이다. 사회주택은 물리적인 주택공급의 증대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공동체의 활성화까지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2018년 기준 자가거주율은 61.1%에 그치고 있다(2018년 지역별 자가보유율 : 수도권 54.2%, 광역시 63%, 도 지역 70.3%). 여기서 흔히 나오는 질문은 '왜 계속 집을 공급했는데, 자가거주율은 늘지 않을까?' 혹은 '왜 집은 늘어났는데 아직도 집 문제로 겪는 고통이 줄어든 느낌이 들지 않을까?'다. 실제로 소득대비 주거비 부담률(RIR)은 저소득층일수록 높고, 과거보다 지금 더 높아졌으며,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은 줄어드는 가운데, 다주택자들은 늘어났다.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도 소수가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결국 집 소유 능력에 따라 돈 있는 이들이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기에 나머지는 집을 빌려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회는 사회주택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활성화된 해외 선진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주택은 국가별 주택정책의 목표·내용, 사회주택을 바라보는 시각 등에 따라 개념이 다양하다. 많은 국가에서 사회주택은 정형화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사회주택(Social housing)으로 지칭하고 있으나, 오스트리아는 이윤을 제한하는 주택(Limited-profit housing) 또는 국민주택(People’s housing), 덴마크는 공동주택(Common housing) 또는 비영리주택(Not-for-profit housing), 프랑스는 저렴 임대주택(Housing at moderate rent)으로 지칭한다. 각 나라별로 상이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사회주택은 사회적 임대인에 의한 소유, 임대료가 저렴하거나 부담가능하고, 시장가격 이하로 공급된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사회주택이 활성화된 유럽 국가는 20세기 초에 산업화로 인한 주택부족, 주거환경 악화 및 주거비 상승 등의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사회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정부나 비영리 단체 또는 민간영역 등 다양한 주체를 중심으로 사회주택 공급이 활성화됐다. 사회주택은 각 국가별 주택 시스템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왔으며, 사회주택이 총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국가별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사회주택이 가장 활성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네덜란드는 총가구 중에서 약 34%가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 외 오스트리아 26%, 덴마크 22%, 프랑스 19%, 영국 18% 순으로 사회주택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이 국가들의 사회주택 보유물량은 네덜란드 248만 호, 오스트리아 89만 호, 덴마크 61만 호, 프랑스 540만 호, 영국 494만 호이다. 사회주택 비중이 높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영국 등의 상위 5개 국가의 경우 중앙정부 주도의 직접공급보다는 지방정부나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는 주로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사회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 유럽 나라별 전체 주택 중 임대형 사회주택의 비율. 'Housing Europe Review 2012', CECODHAS Housing Europe.
▲ 유럽 나라별 전체 주택 중 임대형 사회주택의 비율. 'Housing Europe Review 2012', CECODHAS Housing Europe.

■ 사회주택 정착을 위해선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사회주택(임대주택) 천국이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러 겹의 운하들 사이사이에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4~5층 수준의 낮은 건물들이어서 답답한 느낌보다는 정갈하면서도 지붕의 독특한 디자인이 운하와 어우러져 시선을 빼앗는다. 주택가 풍경도 다르지 않다. 암스테르담에서는 사회주택을 따로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다. 겉으로 보기에도 일반주택과 차이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일부 사회주택은 예술적 건축미를 뽐내기도 한다. 네덜란드는 사회주택의 역사만 100년이 넘었고 여러 단계를 거쳐 왔다. 초창기에는 정부지원이 많았지만, 사회분야가 성장한 결과 사회주택보증기금(WSW)라는 상호연대기금으로 1차 보증하고, 2차로 정부가 지원하는 체제가 정착했다. 사회주택보증기금은 법률적으로 민간 비영리재단의 형태이나 네덜란드 정부와의 손실보전 협약을 통해 사회주택 협회에 대한 대출보증 등의 공적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사회주택공급자들인 보닝코포라시(Woningcorporatie), 한국말로 '주택협회'들이 각출해 조성한 기금 규모만 90조 수준이다. 네덜란드 전체 주택 중 주택협회 주도의 사회주택 물량은 1/3 수준을 차지한다. 주택협회의 재정 확보 방안은 사회주택보증 기금 대출보증, 중앙사회주택 기금 대출, 회전기금 제도가 있다.

사회주택 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 정책은 사회주택 공급자의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간접방식과 주거급여를 통한 직접지원이 있다. 공급자의 임대료 인상률 제한방식은 매년 고시되는 월 임대료 기준보다 낮으면 적용되며 임대료 인상률 제한, 주택점수제 등을 준수해야 한다. 규제가 적용되는 대상인 사회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소득기준을 충족할 경우 주거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또한 연령, 가구원 수, 가구소득, 임대료 구간에 따라 최종 주거급여액이 결정된다.

■ 모두를 위한 사회주택

대학등록금 0원, 의료비 0원, 소득에 따라 임대료의 최대 15%까지 주거비 지원, 출산휴가 52주, 저소득 노인 연금 소득대체율 30%. 인구의 30% 이상이 1인 가구이며, 학교에 다니는 16세 청소년 등 2/3가 독립된 집에서 생활하는 나라. 국제연합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세계 행복지수 1위'로 꼽혔던 나라. 덴마크 이야기이다. 덴마크는 사회주택의 임대료 결정, 자금조달, 보조금 지급 등을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에서 결정하지만 1994년 이후 신규 사회주택 건설·공급과 관련된 신규 공급량, 신축건물의 위치 등은 지자체 또는 민간 공급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임대료 산정방법은 비용연동형이며 임대료 수준은 시세 수준으로 결정된다. 비용연동형은 공급·운영자가 주택의 공급·운영 시 필요한 원가를 반영하여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30~40년 장기 임대로 운영되는 협동조합형 주택들을 볼 수 있다. 협동조합 주택을 포함한 공공지원 민간 임대 성격의 '사회주택'이 전체 주택 재고량의 20%를 차지한다. 신청 자격에 제한이 있는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과는 달리 덴마크의 사회주택은 이민자를 포함해서 덴마크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사회주택 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은 보조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덴마크는 GDP의 0.5% 정도를 주거급여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층과 고령층을 위한 사회주택은 임대료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보조금이 부여된다.

■ 주택은 상품이 아닌 '거주'와 '공공재' ··· 사회적 가치 우선시

한국에서 사회주택이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벤치마킹할 사례에 오스트리아의 경우도 빠질 수 없다. 오스트리아는 전통적으로 임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가이다. 전체 주택의 24%가 사회주택이며, 임대주택 중 사회주택은 59%로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주택의 약 67%는 비영리 또는 유한이익주택협회(Limited Profit Housing Associations; LPHA)에 의해 그리고 약 33%는 지자체에 의해 운영된다. 오스트리아는 주택을 상품으로 보지 않고 '거주'와 '공공재' 성격으로 간주했다. 따라서 공익주택은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며, 저소득층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계층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비엔나)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머서(Mercer)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도시별 삶의 질 순위 보고서'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오스트리아 빈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공임대주택이 큰 몫을 차지한다. 도나우 강변을 비롯해 도심 가장 좋은 위치에 서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주택들.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에는 고공임대주택에 해당하는 주택들이다. 빈에서 사회주택은 시민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주택이다.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은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 오스트리아 최초의 사회주택 '칼 막스호프'.
▲ 오스트리아 최초의 사회주택 '칼 막스호프'.

도심 한가운데 있는 칼 막스 호프(Karl Marx Hof) 사회주택. 오스트리아 빈이 지금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의 천국이 될 수 있는 신호탄을 연 건물이다. 칼 마르크스 호프는 건물 길이가 1100m에 달하고, 총 1382호의 주택에 5500여 명이 입주해 있다. 공동세탁장, 유치원, 병원, 우체국 등 공공시설이 전체 건물 면적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공동주택이 4면을 둘러싸고 그 가운데 커뮤니티 공간으로써 정원을 배치한 구조가 넓은 녹지대 위에 길게 이어져 있다.

빈시(市)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80여 년 전부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현재 빈 시민의 60% 정도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시영아파트가 25%되고, 나머지도 시가 투자한 민관협력형 '사회주택'이다. 빈 시민 중 무주택자는 누구나 공공임대주택을 받을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평균 임대료는 인근 런던이나 파리, 취리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비할 여력이 생긴다.

이 외에도 영국 사회주택은 산업혁명 이후의 도시의 불결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전후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개입으로 탄생했다. 영국은 1980년에 임대주택매입 우선권(Right to buy) 정책을 도입해 임차인들이 시세 대비 최소 33%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하던 사회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1979년부터 1997년까지 200만 호 이상의 사회주택이 민간 소유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1988년부터 주택자산 이전(Stock transfer) 제도를 시행해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약 130만 가구의 사회주택이 민영화됐다. 참고로 영국 브리스톨시는 2008년부터 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공동체토지신탁(CLT, Community Land Trust)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공동체토지신탁이란 비영리 조직이 땅을 영구적으로 소유·관리하면서 공동체가 만든 가치를 지역 내 저장·공유하는 모델로, 저렴한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과 지역공동체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한다. 즉, 토지 가치를 지역 전체가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지급 가능한 범위로 토지가격을 유지하고, 그를 위해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이 부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자기 소유의 집이 없다. 옛 서독지역을 통틀어 자기 집을 가진 가구가 43%밖에 안 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세입자다. 가구의 57%가 임대주택에 살지만 주택구매를 위해 행복을 저당 잡히고 살지는 않는다. 자기 소유건 임대 주택이건 현재 거주하고 있는 그곳이 바로 내 집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유럽국가들은 사회주택 정착을 위해 관련 법령 등을 제정하였고, 제도적 장치 하에 사회주택 공급자 및 수요자를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주택법 제정을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재정적 지원을 수행함에 따라 비영리단체(주택협회 등)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택 공급의 초석을 마련했다. 또 유럽국가의 경우 초기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하였으나 현재는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의 중앙정부는 저소득가구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세제 혜택 또는 국가가 소유·지원하는 금융기관을 통해 융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공공부문은 사회주택의 직접적인 건설보다는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공적 지원을 위해 유럽국가는 기금을 통한 보증프로그램 운용, 장기·저리 융자상품 제공, 보조금 지급, 세재혜택 등을 부여해 사회주택 사업자의 재정 부담을 완화해 주고 있다.

한국의 사회주택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해외 선진사례를 토대로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 사회주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정책적·제도적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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