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위한 협동조합②] 일본의 지역생협이 펼치는 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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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 위한 협동조합②] 일본의 지역생협이 펼치는 기후행동
코프삿포로의 탈탄소사회를 위한 노력
  • 2020.11.30 10:00
  • by 김은영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
08:10

일본 생협이 내세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3년 대비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90%이다. 이는 모두 일본 정부가 내세운 목표 26%와 80%보다 높은 수치로,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치를 반영한 것이다. 과학자들의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기후위기에 사회공헌과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실천에 앞장서 온 생협이 또 한 번 팔을 걷어붙였다.

▲ 일생협연합회의 환경목표검토위원회가 정리한 보고서 표지와 다섯 가지 제언
▲ 일생협연합회의 환경목표검토위원회가 정리한 보고서 표지와 다섯 가지 제언 ⓒ일생협연합회

2030년 중기목표 및 2050년 장기목표는 생협의 3차 연합회인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2016년 '2030환경목표검토위원회'를 구성한 뒤, 네 차례의 검토위원회를 걸쳐 정리한 <협동의 힘으로, 지구온난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의 다섯 가지 제언 중 첫 번째에 명시되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업적인 노력(제언 2, 3)도 중요하지만, 생협은 '사람'이 모여 만든 곳이고 태생적으로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일본은 개정된 생협법이 시행(2008)되기 전까지 60년 동안 사업 구역이 단일 광역지자체로 한정되어 있었던 역사가 있기에 더욱 '지역'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섯 가지 제언 중 4와 5는 생협의 본질적 특징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왼쪽부터 오사카팔코프의 '환경활동리포트', 에프코프의 '환경보고서', 코프카고시마의 'SDGs레포트'
▲ 왼쪽부터 오사카팔코프의 '환경활동리포트', 에프코프의 '환경보고서', 코프카고시마의 'SDGs레포트'

현재 각 지역생협에서는 상기 목표를 향해 탈탄소화된 지역사회를 꿈꾸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업과 활동에 기후행동을 녹여내고 있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지역의 주요 생협들이 '환경'이나 'SDGs'와 관련된 사업과 활동을 연차보고서와 별개로, 혹은 연차보고서 대신 정리하여 발행하고 있는 점이다. 지역의 생협들이 실천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노력을 구체적인 수치로 한눈에 볼 수 있어 참고할 만하다.
 

■ 코프삿포로의 노력1 - 탄소 배출과 전기사용 줄이기

▲ 코프삿포로의 로고와 배송시스템 캐릭터인 ‘토돗쿠’ ⓒ코프삿포로
▲ 코프삿포로의 로고와 배송시스템 캐릭터인 ‘토돗쿠’ ⓒ코프삿포로

이 중에서도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를 권역으로 하는 코프삿포로는 2005년 조합원에 대한 '7가지 약속'을 기본으로 한 환경이념과 환경방침을 내걸고 2008년부터 이를 본격화했다. 코프삿포로는 지난 기고에서 소개한 전력소매사업에도 먼저 앞장선 생협 중 하나인데, 2030년까지 중기 CO2 배출 목표를 50%로 설정하고 전력사용량도 사업 성장 여부와 관계없이 매년 1%씩 줄여나가기로 했다. 감축 기준이 되는 2013년 CO2배출량은 151,201t, 전기사용량은 192GWh인 것을 감안하면 CO2는 7년 만에 16%를 감축한 수준이고, 전기사용량은 이미 2023년 목표치를 달성했다.

▲ 2019년도 코프삿포로의 전기사용량과 CO2 배출량 (출처: 2020년 연차보고서) - 특히 매장에서의 CO2 감축이 눈에 띈다.
▲ 2019년도 코프삿포로의 전기사용량과 CO2 배출량 (출처: 2020년 연차보고서) - 특히 매장에서의 CO2 감축이 눈에 띈다.

1965년 설립된 코프삿포로는 단일 광역지자체 기준으로는 조합원 수 1위의 생협이다. 2020년 3월 말 기준 조합원 수는 181만 명, 가입률 65%, 사업액은 2,806억 엔에 이르는 거대 생협이다. 일본에서는 대개 반공급이나 가정공급이 생협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만, 107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코프삿포로는 매장사업이 더 활발하다.

▲ ECO・OP 1호점인 니시미야노사와점 ⓒ코프삿포로HP
▲ 이코프 1호점인 니시미야노사와점 ⓒ코프삿포로HP

이러한 특징을 살려 코프삿포로는 매장에서의 탄소 배출 줄이기를 본격화한다. 2010년부터 환경배려형매장 '이코프'를 오픈하기 시작하여 현재 6곳이 운영 중이다. 1호점인 니시미야노사와점은 일본 최초의 목조 슈퍼마켓으로 지어 건축 시 발생하는 CO2의 35%를 감축했고, 운영에 발생하는 탄소 사용은 50%가량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 코프삿포로가 운영하는 107개 모든 매장의 전구는 이미 LED로 교체를 마쳤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지열을 이용한 설비를 도입하여 매장 입구의 경사로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도로를 데우고 있다.

▲ 지열을 이용한 로드히팅 설비는 눈이 많이 내리는 홋카이도에 안성맞춤이다 ⓒ코프삿포로HP
▲ 지열을 이용한 로드히팅 설비는 눈이 많이 내리는 홋카이도에 안성맞춤이다 ⓒ코프삿포로HP

코프삿포로는 전력사용 연 1% 삭감에 만족하지 않는다. 204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탄소 배출량 줄이기에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프삿포로는 2018년 RE100에 가입한다. RE100이란 국제환경NGO인 '더 클라이밋 그룹'이 2014년 시작한 국제이니셔티브로, 단일 사업체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263개 참여 업체 중 일본 기업은 42개이고, 한국은 SK그룹이 최근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정도인데, 일본에서 13번째로 가입한 코프삿포로는 일본 내 생협 중에서도 유일한 RE100 가입단체이다.

▲ 코프삿포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 60%를 중기목표로 한다(출처: 자연에너지100%세미나 코프삿포로 발표자료)
▲ 코프삿포로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 60%를 중기목표로 한다(출처: 자연에너지100%세미나 코프삿포로 발표자료)

 

■ 코프삿포로의 노력2 – 조합원과 함께 리사이클, 플라스틱 줄이기

▲ 홋카이도 각지에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조합원들과 심었다 (출처: 코프삿포로HP 및 2020년 연차보고서)
▲ 홋카이도 각지에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조합원들과 심었다 (출처: 코프삿포로HP 및 2020년 연차보고서)

코프삿포로가 가장 먼저 환경 관련 사업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사실 플라스틱 줄이기와 리사이클이다. 일본은 2020년 7월에 비로소 비닐봉지 유료화를 시행했는데, 코프삿포로에서는 2008년부터 이미 이를 도입한 바 있다. 다른 생협에 비해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합원이 에코백 등을 지참하여 매장에서 장을 볼 때 '미래의 숲 조성기금'으로 0.5엔씩을 기금으로 쌓는데, 이 기금으로 코프삿포로는 조합원들과 함께 나무를 심는 활동을 했다.

미래의 숲 조성기금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90%에 가깝다. 그럼에도 비닐 사용을 더 줄이기 위해 코프삿포로는 2015년 사탕수수로 만든 천연소재로 비닐봉지를 교체했고, 기금 조성을 시작한 2008년부터는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에코백을 주드(황마)로 바꾸어 판매하고 있다.

▲ 사탕수수 소재의 비닐(왼쪽)과 주드(황마) 소재의 에코백(오른쪽)홋카이도의 특징을 담아낸 디자인의 에코백은 조합원 가입 시 선물로도 증정된다 ⓒ코프삿포로HP
▲ 사탕수수 소재의 비닐(왼쪽)과 주드(황마) 소재의 에코백(오른쪽) - 홋카이도의 특징을 담아낸 디자인의 에코백은 조합원 가입 시 선물로도 증정된다 ⓒ코프삿포로HP
▲ 코프삿포로의 ⓒ코프삿포로HP
▲ 코프삿포로의 재활용센터 '에코센터' ⓒ코프삿포로HP

2008년 가동을 시작한 재활용센터 '에코센터'에서는 코프삿포로의 사업체나 매장, 각 조합원 가정에서 나온 재활용품을 모아 압축해서 보관한 뒤 재활용업체에 판매한다. 2019년도만 3만 5천t 상당의 재활용품을 회수하여 2만t의 CO2를 줄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재활용품은 폐지, 스티로폼, PET병, 캔, 노끈, 비닐, 폐식용유, 의류 등 12가지 종류를 수거하는데, 식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트레이 중 색이 들어간 것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폐기되고 있었다. 일본은 매장에서 간단한 반찬류 등을 직접 조리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플라스틱 트레이 사용량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코센터는 2017년 컬러 트레이를 팔레트 연료로 가공하는 새로운 설비를 도입했다. 플라스틱 트레이와 같은 PE 소재는 등유와 같은 칼로리로 연소하기 때문에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 컬러 트레이를 직접 팔레트 연료로 가공하여 시설 내 전용 보일러에 활용하는 설비(출처: 코프삿포로 2018년 연차보고서)
▲ 컬러 트레이를 직접 팔레트 연료로 가공하여 시설 내 전용 보일러에 활용하는 설비(출처: 코프삿포로 2018년 연차보고서)

 

■ 조합원과 함께, 지역과 함께

홋카이도는 원래 고위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장마가 없고 태풍이 지나가지 않는 곳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국지성 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 발생 빈도가 늘고 있고, 여름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는 날이 며칠씩 지속되는 등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넓은 농지와 풍부한 자연림,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농업과 임업, 그리고 어업이 발달한 지역인만큼 홋카이도는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고, 이 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코프삿포로 또한 생협이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업과 활동에 앞장서 왔다.

▲ 영양정보와 함께 탄소발자국이 표시된 코프삿포로의 제품 (제품사진: 코프삿포로 트위터)
▲ 영양정보와 함께 탄소발자국이 표시된 코프삿포로의 제품 (제품사진: 코프삿포로 트위터)

앞서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코프삿포로는 지역의 공업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상품에 탄소발자국을 표시하고(약 130개 제품), 에코센터로 가져온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 연료로 활용하여 배송트럭에 사용하고 있다. 또, 2009년부터는 '북극곰 응원 프로젝트'를 통해 조합원의 환경 의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코프삿포로의 배송시스템 캐릭터인 '토돗쿠'가 흰곰이라는 점에 착안해 시작된 것인데, 지금은 도내 4개 동물원과 협력하는 지역과 조합원의 참여형 활동으로 운영 중이다. 코프삿포로는 이 '북극곰 응원 프로젝트'와, 앞서 소개한 '미래의 숲 조성 기금'을 알리는 '에코협찬상품'을 매년 10월~11월 두 달 동안 판매하여 조합원들에게 환경 활동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기부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최근 선진국과 대기업들이 자본을 등에 업고 기후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스포트라이트가 이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에는 크고 작음이 없어야 한다. 게다가 인적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협동조합은 조합원과 지역을 아우르는 힘이 있다. 코프삿포로의 환경활동을 통해 '조합원과 함께', '지역과 함께'라는 점을 잊지 않고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나름의 활동을 상상하고 발전시켜야 할 때라는 점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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