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시기, 그럼에도 인권·환경·연대의 가치를 말해야 할 이유
상태바
재난의 시기, 그럼에도 인권·환경·연대의 가치를 말해야 할 이유
  • 2020.12.03 17:00
  • by 노윤정 기자
▲ '2020 강한시민사회 5차 포럼-코로나 딜레마,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11월 26일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2020 강한시민사회 5차 포럼-코로나 딜레마,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11월 26일 진행됐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바이러스와의 전쟁, 방역 전쟁, ….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흔히 전시 상황에 비유되고는 한다. 사회와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안전을 위협하는 위급 상황임을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생명안전이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생명안전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다. 다만 '전시'에 비유되는 상황 속에서 생명안전의 가치에 묻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또 다른 가치들이 있다. 11월 26일 진행된 '2020 강한시민사회 5차 포럼'에서는 '코로나 딜레마,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가치'라는 주제로 우리가 재난 속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 시민사회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 조철민 사회학 박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 조철민 사회학 박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이날 포럼에서 기조강연은 조철민 사회학박사 겸 강한시민사회포럼 기획위원이 진행했다. 조철민 박사는 코로나 19 대응하기(시민사회의 의미·성찰), 코로나19 다루기(사회적 가치·희망), 코로나19 넘어서기(활동의 조건·협력적 저항력) 등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시민사회가 주목해야 할 점들을 갈래 지어 이야기 나누었다.

조 박사는 재난 속 시민사회의 의미에 대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재난 상황 속에서도 경제학자이자 사회철학가 칼 폴라니가 말했던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이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지금의 경험들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우리 기억에서 망각되게 하기보다 시민사회가 우리 사회와 삶에 가지는 의미를 더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자원봉사운동계가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정책 제안을 하며 내걸었던 슬로건 '자원봉사를 북돋우는 사회, 사회를 지키는 자원봉사'처럼, 시민사회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동시에 정부가 놓치는 부분들을 제안하면서 사회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 박사는 '성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그 기억이 남아서 아직도 먹을 것을 사서 모으는 등의 습관이 남아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행동들 역시 이후 우리 삶을 지배하는 습관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수많은 행동양식이 어떻게 우리를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 성찰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라는 키워드로 "(안전, 생존이 강조되는) 정부의 방역 활동에 의해 사회적 가치가 무너져 가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정부가 시민사회에서 발원한 사회적 가치를 제도 안에 담아내려는 노력도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회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회적 가치는 좀 더 일반화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이야기하며 "시민들이 굉장히 불안하고 지쳐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의 목소리도 필요하다. 시민사회가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코로나19 속에서 혹은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지 희망의 목소리도 냈으면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제약을 겪고 있는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조 박사는 '활동의 조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말에 따르면 활동(Action)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있더라도 사람들의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안전하게 모이고 활동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의 활동 방식에 혁신이나 개선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간이 다르더라도 같은 시간에 소등하며 동참의 뜻을 알리는 캔들나이트 캠페인, 참여 시간은 다를지라도 포스트잇에 의견을 써서 게재하며 같은 공간에서 뜻을 공유하려는 노력 등을 예로 들어 새로운 활동 방식을 상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조 박사는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이라는 책에 나온 '파수꾼 민주주의' 개념을 들어 '협력적 저항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타인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과 조직이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감시에 놓이도록 하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권력자들이 겸손해지도록 하는 것이 파수꾼 민주주의"라고 개념화하며 파수꾼 민주주의, 협력적 저항력을 이루려면 시민사회가 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역 VS 인권·환경·연대, 양자택일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가

▲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온라인 화면 갈무리.

조철민 박사의 강연에 이어 시민사회 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기본권, 환경, 연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이후 쉽게 뒤로 밀려나고 있는 이러한 가치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권운동공간 '활'의 랑희 활동가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기본권인가, 안전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집회와 방역이 함께 이루어질 수는 없는 문제인지, 인권보장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왜 중요한지, 현재의 방역 조치가 과연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랑희 활동가는 "방역은 단순히 과학,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인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와 결부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은 신속한 중앙집권적 지휘 아래 통일된 국민들의 행동을 요구한다. 그것에 반하는 행동은 '적'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 되기 때문에 단순히 도덕적 비난이 아니라 진압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면 아주 강제적인 조치들이 쉽게 수용될 수밖에 없다. 불안감은 손쉽게 행정 권력의 권한을 키워주고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공권력 재량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감염의 치안화, 감염의 범죄화다.

따라서 랑희 활동가는 생명안전 위기의 시기에 인권을 이야기하는 이유로 "인권이 지금의 긴급한 조치들이 일상이 되는 것을 막는 최선의 장치가 되고 혐오와 차별에 대응해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원칙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회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UN에서 발표한 '코로나 시기의 집회 결사의 자유에 관한 10대 원칙'에서도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권리 침해의 구실로 사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되며 보건위생 수칙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집회는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안전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제한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랑희 활동가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을 던지는 것이고 동료 시민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며 "집회는 '집회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해낼 것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때문에 코로나19 시기에 집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온라인 화면 갈무리.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증가한 일회용품 사용과 그에 따른 환경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여 제21대 총선 비닐장갑 착용 의무화, 길거리에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 카페 내 일회용컵 사용 한시적 허용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백나윤 활동가는 먼저 "총선 때 방역을 위해 일인당 두 장씩 비닐장갑을 착용하도록 했다"며 "어림잡아 약 5,800만 장의 비닐장갑 쓰레기가 하루만에 나왔다"고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했다. 또한 쓰레기통 외에 바닥에 버려지는 마스크가 많다고 지적하며 "(바다로 흘러 들어간 일회용 마스크는)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해양쓰레기가 된다. 또한 길거리에 버려진 마스크는 수거하는 사람이나 지나다니는 시민, 동물들에게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스크 사용이 감염을 막기 위한 최선의 조치이지만 후처리에 따라 오히려 감염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백나윤 활동가는 정말 일회용품이 다회용품보다 위생적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재질에 따라 바이러스 생존기간이 다른데, 천이나 나무에서는 최대 1일, 유리에서는 최대 2일 생존하며 플라스틱의 경우 최대 4일간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고 짚었고 "내가 생각하는 위생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회용품을 깨끗이 세척하고 관리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큰 시기,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백나윤 활동가는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라는 책에서는 전염병 원인이 인간에게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물들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동물과 인간이 접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삼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환경을 지키는 일이 곧 전염병을 예방하고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모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온라인 화면 갈무리.
▲김모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 온라인 화면 갈무리.

김모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활동가는 '뭉칠 것인가, 흩어질 것인가'라는 주제로, 재난 시기에 시민사회가 어떤 활동을 해왔고 시민사회가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인 '연대'가 비대면 상황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모드 활동가는 코로나19 타파연대라는 팀을 꾸려서 사회적협동조합 동행과 함께 시민사회 영역별 코로나19 대응활동을 연구·조사했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의 대응활동을 대상으로 약 600건 의활동을 분석하고(양적조사) 26명의 활동가를 인터뷰했다(질적조사). 해당 조사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3월에는 물적 지원과 같은 배분 활동이 많이 이루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드보커시(Advocacy, 지지·옹호) 활동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모드 활동가는 다양한 어드보커시 활동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감히 뭉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연대와 협력이 재난의 시기에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연대와 협력이 어려운 구조라면 왜 그런지 면밀한 분석과 성찰을 통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연대와 협력을 위한 연습과 실천은 평상시에 꼭 필요하다. 재난이 오면 연대와 협력을 연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식에 대한 부분은 다 함께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시민사회가 일상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흩어진 자원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조응하는 연대 방식은 무엇일지, 그런 고민들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편 강한시민사회포럼은 시민사회 발전 및 활성화를 위한 담론을 나누고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단법인 시민과 서울시NPO지원센터가 2016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행사다. 올해는 코로나19를 대주제로 하여 코로나19 이후 비영리 영역의 공익 활동에 대해 연속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라이프인 열린인터뷰 독점기사는 후원독자만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분들은 로그인을 하시면 독점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후원독자가 아닌 분들은 이번 기회에 라이프인에 후원을 해보세요.
독립언론을 함께 만드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기사
인기기사
  • (07317)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로62길 1, 1층
  • 제호 : 라이프인
  • 법인명 : 라이프인 사회적협동조합
  • 사업자등록번호 : 544-82-00132
  • 대표자 : 김찬호
  • 대표메일 : lifein7070@gmail.com
  • 대표전화 : 070-4705-7070
  • 팩스 : 070-4705-7077
  • 등록번호 : 서울 아 04445
  • 등록일 : 2017-04-03
  • 발행일 : 2017-04-24
  • 발행인 : 김찬호
  • 편집인 : 이진백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소연
  • 라이프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라이프인.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