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서 협동은 어떻게 학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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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서 협동은 어떻게 학습될까?
한살림, 아이쿱의 교육 담당 실무자가 살펴본 협동의 원리
[인터뷰] 서동재 한살림 인사교육팀 팀장, 주영호 세이프넷지원센터 교육팀 매니저
  • 2021.01.05 10:00
  • by 송소연 기자

협동조합에서 협동의 학습은 핵심 원리이고, 교육과 훈련은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에서 협동은 어떻게 학습될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생협 연합회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두 명의 실무자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한살림과 아이쿱 두 생협 연합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서동재, 주영호 이들은 '제4회 사회적경제 현장 연구 지원사업'을 통해 협동조합 조직에서 협동은 어떻게 학습되는지를 '협동 일구기(Cultivating Co-operation)' 모델로 정리했다. 

땅을 파고 흙을 뒤집어 작물이 잘 자라도록 만드는 농사의 일구기(Cultivating, 밭갈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협동조합에서 협동의 학습은 조직적인 행동의 경험에서 시작되어 노력하고, 협동의 효익을 얻고, 이를 구성원이 학습하고 피드백 함으로써 신뢰를 형성하여 협동의 문화를 만들 수 있음을 설명했다.

두 조직의 실무자들이 작년 5월부터 6개월간 매주 주말마다 만나 각 조직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살폈다. 그 배경에는 같은 동네, 같은 의료사협의 조합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은평구 살림 의료사협의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공동체와 조합원 간 협동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조직의 협동은 어떻게 학습되는지 관심을 두게 되었고 연구로 이어졌다. 처음 연구주제는 두 협동조합 조직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었으나 조사와 회의를 거듭하면서 오히려 협동조합의 다양한 제도와 활동을 통해 경험하고 학습하게 되는 협동에 주목하게 됐다.

▲ (왼쪽) 서동재 한살림 인사교육팀 팀장, (오른쪽) 주영호 세이프넷지원센터 교육팀 매니저 ⓒ라이프인 
▲ (왼쪽) 서동재 한살림 인사교육팀 팀장, (오른쪽) 주영호 세이프넷지원센터 교육팀 매니저 ⓒ라이프인 

주영호 세이프넷지원센터 교육팀 매니저는 "규모가 작았을 때는 미션과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한 구심력이 작동했지만, 조직이 성장하고 커진 만큼 조합원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생협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고 넓어졌다"라고 전했다. 

서동재 한살림 인사교육팀 팀장은 "협동의 일련 과정을 협동일구기라는 개념으로 정리하면서 한국 생협이 협동을 통해 만들어 내는 가치가 현재와 미래에도 유효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며 "가치를 주장하는 시대에서 가치를 선택하는 단계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생협이 만들어 낸 성취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내에서 일어난 개별 협동이 모두 조직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데, 연구는 볼록렌즈가 초점을 모으듯, 협동의 렌즈가 개별 협동들 조직적으로 집중시키고 강화한다고 소개한다. 

▲ 협동조합의 협동 학습 과정 - 협동 일구기 모델(이미지: 연구보고서 '협동조합에서 협동은 어떻게 학습되는가') 
▲ 협동조합의 협동 학습 과정 - 협동 일구기 모델(이미지: 연구보고서 '협동조합에서 협동은 어떻게 학습되는가') 

특히, 80~90년대의 생명 운동과 도농 직거래 모델은 한국 생협의 선구자들이 당대의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로 만들어진 협동 렌즈라는 것이 두 연구자의 의견이다. 1980년대 친환경 유기농산물은 비싸고 귀했으며, 그 가치를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한살림은 친환경 유기농산물에 생명운동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생산자의 협동이해관계를 생산자-소비자 협동이해 관계로 확장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에 생협의 60% 이상이 파산을 겪었고, 개별 생협들은 연합회를 조직해 위기를 타개했다. 그 당시 아이쿱도 생존이라는 명확한 협동이해관계 속에서 수도권 5곳과 대전 1곳의 생협이 연합해 공동사업(물류연합)을 추진하여 연합사업모델을 만들었다.

두 조직의 이러한 협동의 역사는 미션과 핵심가치뿐 아니라 조직 구성 원리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단적인 예로 생산자 조직의 기본단위를 뽑았다. 한살림은 생산자 납품 기본단위가 지역공동체이고, 아이쿱은 품목 단위이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강력한 협동모델을 만든 만큼 한 지역 내 다양한 품목을 지역공동체 단위로 납품을 한다. 반면 아이쿱은 품목 단위로 납품하기 때문에 지역을 뛰어넘어 기술 교육과 전수를 활발하게 진행한다.

앞으로 생협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주영호 매니저는 "의사결정 과정에만 집중하여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효익을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추진하는 스타트업 같은 협동조합의 모습을 기대했다. 더불어 "2017년 살충제 계란 사건 때 일반기업에서 높은 가격을 무기로 생협 납품 농장에 접근했고 농장은 주변 생산자와 함께 생협 생산자회를 탈퇴했다. 협동을 깨버렸을 때 발생하는 피해를 협동조합만이 부담하게 되면 협동을 크게 해친다"며 '협동의 경제학(정태인 저)'을 인용해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강도 높은 '협동의 전환비용' 즉 '배신의 응징' 수단이 협동조합에 필요함을 설명했다.

서동재 팀장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예측할 수 없는 사회'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고 복잡하고 모호한 정답 없는 사회에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리스크와 변화를 동시에 관리해 나가야만 한다"라며 빠르게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하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협업과 협동을 강조했다. 다리를 설계하고 세우고 건너는 것이 아니라 징검다리를 놓으면서 건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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