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 시대에 필요한 협동을 상상하다 '협동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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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 시대에 필요한 협동을 상상하다 '협동의 재발견'
  • 2021.02.02 20:00
  • by 노윤정 기자

'작은 협동'은 지역의 협동을 생산하고 지역에 협동을 축적해간다. 복지 분야에서 '작은 협동'은 쇠퇴해가는 지역 커뮤니티에 협동과 협력의 관계를 축적하고 있으며, 농촌에서의 '작은 협동'은 지역 자원을 재발견하고 활용하여 법인화를 통해 토지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_P.27

 

▲ 협동의 재발견-'작은 협동'의 발전과 협동조합의 미래. ⓒ쿱드림
▲ 협동의 재발견-'작은 협동'의 발전과 협동조합의 미래. ⓒ쿱드림

<협동의 재발견-'작은 협동'의 발전과 협동조합의 미래>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서 펼치는 일본의 '작은 협동' 사례들을 모아 소개한 사례집이자 연구집이다.

'작은 협동'이란 무엇일까. 서장에서는 '작은 협동'에 대해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발전해온 새로운 협동의 실천과 조직들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복지·돌봄 분야에서 생겨난 서로 돕기 협동 조직, 농업 분야에서 생겨난 집락 영농, 집락형 농업 생산 법인, 직매장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현대 사회를 분절되고 단절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람과 관계 맺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상품이 침투"(p.18)한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는 협력·연대라는 중요한 가치를 고루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오래된 명제를 굳이 끌어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사람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작은 협동'은 이러한 사회관계의 개별화 및 고립화, 글로벌화 및 지역 커뮤니티의 쇠퇴,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라는 배경 속에서 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조(自助)적이며 무엇보다 지역착근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서로 돕기 협동 조직 등 상호부조적 복지와 돌봄을 행하는 '작은 협동'은 지역에 협력 관계가 형성되도록 한다. 집락 영농의 경우 조직화·법인화를 통해 토지 이용권을 새롭게 설정하며 농촌 지역의 과소화·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고, 직매장을 운영하는 등 지역에서 다양한 협동을 실천한다.

이처럼 '작은 협동'은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상해 보자. '내'가 나이 들고 거동이 예전보다 불편해져 '지원자'에게 집 안 청소에 대해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서 '나' 역시 미술을 전공했던 경력을 살려 누군가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지원자'가 된다. 커뮤니티 안에서 일상생활 속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연결되고 도움이 양 방향적인 형태로 이루어진다. 일본의 '오타가이사마'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협동'의 모습이다. 

책에서는 '작은 협동'의 사례로서 ▲집락 농업 법인인 '팜오다' ▲서로 돕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 농협 ‘JA아즈미’ ▲생협시마네 조합원들이 시작한 유료 서로 돕기 시스템 '오타가이사마' ▲가정공급 등의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의 복지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복지 전문 생협 '복지클럽생협'과 워커즈콜렉티브(W.Co) 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큰 협동조합'인 농협 및 생협과의 관계를 보여주며 농협과 생협의 협동을 새롭게 하는 데 '작은 협동'이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집필에 참여한 저자들은 농협과 생협이 규모화되면서 지역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경계한다. 농협과 생협의 사업이 커지면서 조합 내부의 협동이 쇠퇴하고 '(주식)회사화'가 진행되며, 조합원의 고객화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작은 협동'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작은 협동' 만들고 자립과 자주 운영을 지원하면서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p.207)하고 내부 협동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조합원, 지역민들이 서로를 돌보고 풍요로운 관계를 형성하도록 한다.

사회의 분절화·단절화, 지역공동체의 해체,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 세계화에 따른 지역 농업 쇠퇴, …. '작은 협동'을 실천하는 조직들이 등장한 배경에 있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 국내 협동조합들 역시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공동체의 역할을 되새기게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전 국가적,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이웃의 어려움에 손을 내밀고 힘을 모으는 공동체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내 이웃의, 개인의 삶을 돌보는 작은 단위 협동이 필요한 시기다. '협동의 재발견'은 지금 시대에 맞는 협동을 다시금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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