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위한 협동조합⑤]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생협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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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 위한 협동조합⑤]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생협의 역할
지역 안에서 자원이 순환하는 "생산"에 함께하는 일본의 지역생협
  • 2021.01.25 09:00
  • by 김은영 (세이프넷지원센터 국제팀)
07:27

최근 농업이 온실가스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2019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이나 임업으로 인한 토지 이용이 온실가스의 23%를 배출하고 있고, 생산, 가공, 유통 등의 활동까지 포함하면 최대 37%에 이른다고 한다.

오랜 시간 생협은 안전한 먹거리를 조합원에게 공급해온 만큼 농업과 긴밀하게 관계해 왔다. 특히 일본의 생협은 70~80년대부터 산지 직거래를 통해 먹거리 교육, 생산지 견학, 일손 돕기와 같은 활동을 조합원들과 함께해왔고, 이에 공감하는 생산자와 협동하며 교류를 통한 신뢰 관계를 꾸준히 쌓아왔다. 그런데 일본의 농촌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영농후계자 부족, 경작지 포기, 과소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더 이상 생산자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이러한 인식 속에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일생협연합회)는 <식량・농업・농촌기본법>(2000) 재정과 5개년 기본계획 수립에 맞춰 생협의 방침을 검토하고, 일본 최대 소비자 조직으로서 농림수산성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1998, 2005, 2010, 2015, 2020년의 각 보고서를 통해서는 시대 변화에 따라 농업을 바라보는 생협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특히 2010년부터는 환경을 생각한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내용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는 산지 직거래가 3.0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본 산지직거래사업위원회의 2019년 분석과 시기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 식량・농업문제와 생활협동조합의 과제(2020)
▲ 식량・농업문제와 생활협동조합의 과제(2020)
▲ 일생협연합회는 환경배려형 상품을 따로 파악하고 있다. 2018년 취급한 상품은 646품목으로, 공급액은 약 403억 엔이다. (출처: 일생협연합회HP)
▲ 일생협연합회는 환경배려형 상품을 따로 파악하고 있다. 2018년 취급한 상품은 646품목으로, 공급액은 약 403억 엔이다. (출처: 일생협연합회HP)

일본의 생협은 한국과는 달리 친환경 농산물만을 취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JAS(Japanese Agricultural Standard, 일본농림규격) 인증을 받은 유기 농산물이나, 화학비료 및 농약 사용을 50% 이상 줄인 특별재배 농산물, 그리고 MSCASC, FCS와 같이 지속가능한 어업이나 양식, 삼림관리에 대한 국제 인증을 받은 상품 취급 비율을 점점 늘려가는 추세이다. 지역의 생협들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데다, 오카야마코프, 코프삿포로 등 30곳이 넘는 생협에서는 물품 소비를 통해 조합원이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자체 상품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판매를 통해 쌓인 기금은 환경단체, 지자체 등에 전달되어 각 지역의 실정에 맞춰 사용된다.

농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지역의 환경과 경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일본의 각 지역 생협들은 이러한 농업의 다면적(多面的) 기능을 적극 이용하면서, 유통・판매 조직의 역할을 넘어 지역에서 순환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매장이나 조합원 가정에서 나온 남은 음식물을 활용하여 퇴비나 사료로 만들고 지역의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는 농가와 깊이 교류하면서 바로바로 순환시키는 생협의 '리사이클 루프'는 지역을 활동 무대로 하는 생협이기에 더욱 유효하다.

■ 직접 농업생산법인을 설립해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오사카이즈미시민생협과 코프고베

오사카이즈미시민생협(이하, 이즈미생협)에서는 2010년부터 매장이나 물류센터에서 나온 식품 폐기물을 모아, 자회사인 ㈜하트코프이즈미(출자 비율: 100%)에서 거름으로 만든 후, 이를 활용하여 농업생산법인 ㈜이즈미에코로지팜(출자비율: 54%)에서 채소 등을 생산하는 순환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조합원이 생협 매장에서 '코프 채소농원' 마크가 붙은 채소를 구입함으로써 완성된다. 이즈미생협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식품 폐기물은 연간 500~600t 수준인데 그중 약 85~90%가 퇴비로 재생산된다. 두 회사 모두가 설립 초기부터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고, 에코로지팜은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경작 포기지였다는 점에서 생협의 지역사회 공헌이 함께 맞물려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매장에서 버려진 식품 폐기물은 퇴비가 되고, 이를 이용하여 생산한 채소에는 ‘코프 채소농원’ 마크가 부착돼 다시 매장으로 출하된다. ⓒ㈜이즈미에코로지팜HP
▲ 매장에서 버려진 식품 폐기물은 퇴비가 되고, 이를 이용하여 생산한 채소에는 ‘코프 채소농원’ 마크가 부착돼 다시 매장으로 출하된다. ⓒ㈜이즈미에코로지팜HP

이보다 앞서 코프고베에서는 1998년 환경공생형농원 '에코팜'을 오픈했다. 에코팜 부지 내에는 매장과 가공식품 생산 공장에서 나온 식품 폐기물을 퇴비화하는 흙 만들기 센터를 구축했는데, 이를 통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약 사용도 1/2로 줄여 2006년부터 지역의 바이오매스eco모델로 인증받아 운영되고 있다. 에코팜에서는 조합원 활동이 특히 활발한데, 조합원에게 1구역 10평의 농지를 연간 계약으로 빌려주는 미니농원이나 일손 돕기 자원봉사 그룹을 운영하고, 견학 등 연간 1,000명의 방문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2020년 1월부터는 농업과 친환경 발전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솔라쉐어링시스템을 구축해서 태양열 발전을 하고, 생산된 전기는 지역에 판매하고 있다.

▲ 에코팜의 농업순환시스템과 농장에서 새롭게 시작한 발전 사업 ⓒ코프고베HP 및 2020보고서
▲ 에코팜의 농업순환시스템과 농장에서 새롭게 시작한 발전 사업 ⓒ코프고베HP 및 2020보고서

■ 코프델리와 돗토리현생협

수도권 7개 생협의 연합체인 코프델리는 최근 JAS 인증을 받은 친환경 축산업을 지원하고 상품 공급의 안정화를 위해 홋카이도의 생산자와 MOU를 채결했다. JAS 인증 축산물은 설비 등 초기비용이 필요하고, 소의 경우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방목해서 키우는 데 28개월이라는 시간도 소요된다. 그동안 생산자는 수입 없이 자기자본으로 이를 메워야 한다. 이에 대해 코프델리는 송아지를 구입하여 매달 사육 위탁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생산 농가를 지원하기로 하고, 2020년 5마리를 시작으로 2024년까지 25마리까지 늘려나가기로 했다.

▲ 코프델리연합회가 MOU를 맺은 홋카이도 기타토카치팜의 유기JAS인증 소들의 모습. 목장에서는 넓은 목초지에 어미소와 송아지를 함께 방목해서 키우고, 무항생제, Non-GMO 사양의 국산 사료를 먹인다(자급률 95% 전후). 축사에서 나온 분뇨는 퇴비로 만들어 인근 농장에 공급되거나 목재칩과 섞어 축사에 깔아 주는 자원순환형축산을 실천하는 곳이다. ⓒ코프델리연합회HP
▲ 코프델리연합회가 MOU를 맺은 홋카이도 기타토카치팜의 유기JAS인증 소들의 모습. 목장에서는 넓은 목초지에 어미소와 송아지를 함께 방목해서 키우고, 무항생제, Non-GMO 사양의 국산 사료를 먹인다(자급률 95% 전후). 축사에서 나온 분뇨는 퇴비로 만들어 인근 농장에 공급되거나 목재칩과 섞어 축사에 깔아 주는 자원순환형축산을 실천하는 곳이다. ⓒ코프델리연합회HP

돗토리에서는 2018년 지역이 하나가 되어 현내 최대 규모의 '모두의 목장'을 설립했다. 출자에는 돗토리현생협, 돗토리축산농협은 물론, 인근의 지역생협인 코프시가도 일부 참여했다. 설비는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갖췄다. 지역의 생산자 이탈 문제와 우유 생산량 감소를 막기 위해 소비자 단체인 생협과 생산자, 지자체가 협업한 사례인데, 축산농협의 자회사에서 국산 사료용 쌀을 공급하여 자급률을 높였다.

목장에서 사육하는 소의 분변은 퇴비로 만들어 인근 농가에 제공하거나, 직접 목장 내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는 연간 93만kW/h를 생산하여 지역에 공급할 목적으로 설비를 갖추었다.

▲ 모두 4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축사 오른쪽에 보이는 둥근 시설이 바이오매스 발전소이다. ⓒ모두의 목장HP
▲ 모두 4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축사 오른쪽에 보이는 둥근 시설이 바이오매스 발전소이다. ⓒ모두의 목장HP

이렇듯 일본의 지역 생협은 산지직거래를 넘어 지역 안에서 자원이 순환하는 "생산"을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어떤 생협은 직접 친환경 농장을 만들어 매장과의 '리사이클 루프' 시스템을 구축했다. 어떤 생협은 친환경 생산자를 직접 지원하거나 지역 전체가 나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생협의 강점인 조합원 체험과 배움, 생산자와의 교류와 같은 활동이 더해지고 장애인 취업 지원 등 지역의 니즈를 해결하는 공공의 경제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농업과 축산업은 자연의 최대 이용자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는 피해자이다. 태풍, 집중호우, 산불, 병충해, 전염병 등 그 피해는 해가 갈수록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생협은 오래도록 재난 지원에 적극적인 조직이지만, 더 이상 모금이나 자원봉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생산자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환경과 먹거리 생산은 어찌 보면 대립되는 관계에 있는 만큼 이제는 소비자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생산자와 함께 인식을 바꾸고 공유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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