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통신] 스페인에서 본 한국의 사회적경제, 한국에서 본 스페인 사회 연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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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통신] 스페인에서 본 한국의 사회적경제, 한국에서 본 스페인 사회 연대 경제
작성자 :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발렌시아대학교 사회적경제 박사이자 스페인 사회적화폐 연구소 공동창설자
  • 2021.03.07 15:52
  • by 히로타 야스유키(廣田 裕之)

해외의 사회적경제 관계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은 실무자분들이 세계에서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어떤 입지인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이번 회에는 사회 연대 경제 관계로 외국 관계자들과 오래 교류하고 현재 스페인에서 거주하는 입장에서 한국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하고, 한국에 계신 여러분께 기대하고 싶은 역할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적어도 아시아 내에서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선진국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사회적경제에 속한 실천들(사회적기업, 각종 협동조합, 공정무역 등)은 아시아 각국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실적을 쌓아가는 것도 평가해야 하지만,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만이 가진 특징은 아래와 같다.

 

 1980년대에 달성한 민주화 운동의 흐름이 사회적경제에도 반영된 점
 행정에서도 그 나름의 사회적경제 개념을 설정하고 사용하고 있는 점
 사회적경제 각 조직(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에 관한 법을 정비하고 있는 점
 특히 불어권 국가(프랑스, 벨기에, 퀘벡)의 사회 연대 경제 연구원과의 연계가 강한 점
 서울시가 GSEF를 개설하고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점
 LIFEIN을 통해 사회적경제 관련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점

 

1980년대에 민주화를 달성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 외에도 있지만 민주화 운동 이념이 사회적경제로 연결된 것은 한국 특유의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프랑코 정권과 그 후계에서 우파세력에 대한 저항운동 측면을 지닌 스페인의 연대경제나, 군정 저항운동을 뿌리에 둔 브라질의 연대경제는 이념적 측면에서 민주적 경제 운영을 희구하는 한국과 공통점이 적지 않다고 느낀다.

한국은 현재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문제인 듯하다.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초래하는 지금의 경제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스페인과 중남미는 매우 흥미로운 존재일 것이며, 이 국가들과 깊은 대화를 통해 다양하게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행정이 사회적경제를 추진한다는 점은 홍콩과 대만에서도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지만, 내가 아는 선에서 충실도가 한국을 능가하는 나라는 없다. 또한 GSEF를 통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아시아뿐 아니라 다른 대륙에서도 강해졌고, 프랑스어에 능통한 한국인 연구자들이 상당히 존재하여 그들을 통한 불어권 국가들과의 학술교류도 활발하다.

게다가 라이프인처럼 정보를 자주 업데이트하는 포털사이트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를 둘러봐도 존재하지 않는데(업데이트 빈도가 주 1~2회 정도인 사이트는 다수 존재) 이런 사이트의 존재는 사회적경제의 활기를 유지하는데 매우 귀중하다.

한편 한국에서 스페인의 사회 연대 경제를 볼 때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것이다.

 스페인 내에서 각 지역마다 다양한 사회 연대 경제 생태계 : 몬드라곤 그룹의 존재감이 매우 큰 바스크, 중소 규모의 사례들이 많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카탈루냐, 컨설팅 사례가 많은 마드리드 등
 행정에 많이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와 각종 사례를 자주적으로 운영·유지하는 시민사회의 활기
 각종 시민운동과 연대 경제와의 밀접한 관계, 그리고 이러한 시민운동에서 시작한 연대경제 사례도 적지 않은 점
 실무자(활동가)에 의한 국제 네트워크. 특히 리페스(RIPESS, 대륙 간 사회 연대 경제 추진 네트워크) 및 전환형 경제 세계 사회 포럼(WSFTE)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점

 

작년 9월 기사에서 스페인의 다양성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각 지역에서 이뤄지는 실천에서도 다양성에 의한 특징이 나타난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가 잘 유지되는 바스크는 이 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관된 몬드라곤 그룹이 발전하는 한편, 국내외의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바르셀로나는 그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는 사례들이 탄생하였고 비교적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비교해서 스페인의 행정은 사회 연대 경제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적인 운영(self-management)이 전통적으로 뿌리 내려 자신들 고유의 운동을 전개하면서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 등 대도시에는 바르셀로나형 모델이 몬드라곤 모델보다 친근해 보이므로 앞으로도 이러한 부분에서 한국과 깊이 이해하고 교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국제 네트워크와 관련해서 RIPESS와 WSFTE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세계에는 사회 연대 경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각각의 성격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 GSEF :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해 2013년 발족. 한국의 독자분들께 친숙한 내용이므로 많은 설명은 생략한다.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지자체 관계자가 중심이며 한국과 일본에서의 참여가 매우 많다.

▲ 사회 연대 경제 국제포럼 (전 몽블랑산 회의) : 프랑스 사회적경제 중역이라 할 수 있는 티에리 잔테(Thierry Jeantet)가 2004년에 출범하여 2년마다 한 번씩 국제회의를 개최. 불어권 참가자들이 매우 많고 UN과의 연계가 밀접하다.

▲ RIPESS : 남미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1997년에 발족하여 2013년까지 4년마다 회의를 개최했다. 다른 네트워크에 비해 사회 연대 경제 실무자들의 참여가 많고 사회 운동과 연계도 밀접하여 2020년 개최한 WSFTE 운영단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각종 사회 운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스페인의 연대 경제에 몸담고 있는 내게, 위의 세계 3대 네트워크 중 가장 친숙한 것은 RIPESS이다. Zoom 회의 등으로 웨비나가 일반화되었는데 특히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 간에는 국경을 넘어 일상적으로 밀접한 교류가 이뤄졌다. 콜롬비아에서는 WSFTE를 준비하면서 전국 네트워크가 결성되어서 이전부터 국내 네트워크가 활발했던 스페인이나 브라질에 필적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실무자 네트워크를 한국과도 연결하여 교류하고 싶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겠다.

 

▲ WSFTE 준비 회의에 대한 영상 (2019년 4월 개최. 필자 제작)


장애물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언어의 벽이다. 사회 연대 경제는 라틴계 국가에서 발전해온 성격상 영어보다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가 훨씬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는 소외감을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중남미 사람들은 영어=영미 제국주의자나 신자유주의적 엘리트의 언어=적들의 언어, 스페인어·포르투갈어=중남미 서민의 언어=아군의 언어라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며 당연하게도 이 안에서 아시아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확실히 중남미에서 위의 시각은 유효하지만, 대륙 간 대화를 정말로 원한다면 라틴계 국가들은 이런 라틴 세계 중심 주의(Latinocentrism)를 고쳐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RIPESS에 몇 번이나 호소하였고 사회 연대 경제에 대한 간단한 안내 책자를 국제 공용어인 3개 국어(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 외에도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는 영어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영어가 서툰 아시아 국가 실무자에 대한 배려가 떨어지는 것이 아쉽게도 사회 연대 경제 국제 네트워크의 현실이다.

그리고 위에 적은 바와 같이 나는 사회 연대 경제 실무자 네트워크와 자주 접하는데, 외국의 다양한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한국의 사회적경제 연대회의 등 실무자 네트워크의 존재감이 흐릿한 느낌이 든다. RIPESS 관계자가 가장 접하고 싶은 대상은 GSEF나 서울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같이 행정 측의 사람들이 아니라 다양한 이념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회적경제를 실천하고 있는 현장의 여러분이다. 행정 측 입장에서 강연할 때에는 발언 내용에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현장 실무자라면 가식 없이 속 이야기를 하기 쉽고 그만큼 깊은 교류가 가능한데 스페인에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한국의 실무자분들을 접할 기회가 적게 느껴진다. 물론 언어 외에도 시차 문제(스페인은 한국보다 7~8시간 느림, 카나리아 제도는 8~9시간)도 있지만 스페인과 한국의 관계를 강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필자로서는 실무자 간 교류 방법을 더 모색하고 싶다.

해외 교류의 방법으로는 Zoom 등을 활용한 온라인 회의가 있다. 나는 일본에 매월 1회 온라인 스터디를 개최하며 스스로 PPT 번역과 발표 통역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면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강사를 초빙하는 강연회와는 달리 경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번역과 통역 문제만 해결되면 비교적 쉽게 운영할 수 있고, 강연 내용을 녹화해서 Youtube 등에 업로드하여 당일 불참한 분들도 시청 가능하므로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더욱 넓어지게 된다.

 

▲ 필자 주최의 온라인 스터디 사례 (스페인 사회적 시장에 대해서, 스페인어·일본어 진행. 2020년 5월)


또한 해외 정보를 발신한다는 점에서는 한국 사회적경제에 대해서도 여러 외국어로 발신하는 구조를 만들어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할 필요가 있다. iCOOP의 SAPENET에서는 영어와 일본어로 매달 매거진을 발행하며 한국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지금 라틴국가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 연대 경제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뉴스를 전달하려면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로 정보를 발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어 및 일본어 외에도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동남아시아의 언어도 미래에는 유효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물론 외국어로 정보 발신은 그 나름의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어느 정도 예산이 있으면 전문 번역가에게 의뢰도 가능) 세계의 사회적경제 안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늘리는데 여러 언어로 정보를 발신하는 건 빼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여러분이 발 벗고 나서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배우면 각종 국제회의나 세미나에 참가하고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쓰인 여러 자료를 통해 한국에서 실천할 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께 꼭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학습을 권하고 싶다. (유럽 언어 공통 기준(CEFR)에 의한 어학 수준으로 일상 회화는 B1,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정도는 B2, 현지 대학원에 유학하려면 C1 레벨을 요구한다. 이는 하루에 1시간~1시간 반을 학습한다면 B1은 1년, B2 레벨은 1년 반 정도면 도달할 것임)
 

▲ 라틴어를 사용하는 국가·지역
▲ 라틴어를 사용하는 국가·지역


그리고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한 현시점에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워킹홀리데이를 활용한 인재교류도 검토하면 좋을 듯하다. 지금 한국은 23개국과 2개 지역에 워킹홀리데이를 체결하고 있는데, 사회 연대 경제 측면에서 특히 중요도가 높은 국가는 아르헨티나, 벨기에, 캐나다(퀘백), 프랑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다.

한국의 청년(기본적으로 30세까지)이 이 제도를 이용하여 현지의 연대 경제 관계 단체에서 연수하거나 반대로 워킹홀리데이 대상국의 청년들이 한국에 와서 현장의 실천과 사회적경제의 상황을 깊이 아는 것으로 한국의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꼭 필요한 일이다. 물론 어학 실력에서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교류를 통해 국제적으로 인맥을 넓힐 수 있고, 특히 한국어를 숙지한 외국인을 늘리는 것은 미래에 우리에게 둘도 없는 재산이 된다는 점도 포함해서 꼭 검토했으면 좋겠다.

이번 기사가 한국의 사회적경제의 질적 발전으로 이어진다면 필자로서는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제안한 내용에 대한 질문이나 상담할 부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연락을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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