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플라스틱②] 플라스틱 순환경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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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플라스틱②] 플라스틱 순환경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 2021.03.25 18:02
  • by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우리 목전까지 위협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문제 중 하나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것이다. 기적의 소재로 불리던 플라스틱은 왜 이렇게 미움을 사게 됐을까? 라이프인은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의 연재 기고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 홍수열 소장(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탈플라스틱의 핵심과제는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탈플라스틱의 우선순위는 개념적으로는 사용을 줄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의미있는 대책은 사용 후 쓰레기로 배출되는 플라스틱을 다시 자원으로 순환시키는 것이다. 사용을 줄이는 속도와 양보다 당장 쓰레기로 배출되는 속도와 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당장 수도꼭지를 잠가 바다로 새는 것을 막고 상류로 역류시켜 자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다. 

순환경제는 물질을 버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생산 및 소비체계를 말한다. 물질을 반복 사용하여 천연자원의 사용과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서 인간의 경제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자는 것이다. 순환경제와 정반대되는 경제체계가 선형경제다. 물질의 흐름이 '직선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선형경제라고 한다. 선형경제는 천연자원을 채굴한 후 한 번 사용하고 바로 쓰레기로 버리는 낭비적인 체계다. 자원고갈과 쓰레기 처리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선형경제와 순환경제 사이에 재활용경제가 있다. 재활용경제는 선형경제와는 다르게 재활용을 통한 물질순환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의 주요 흐름은 선형경제와 차이가 없다. 재활용 행위가 자원투입량과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지 못한다. 지속적인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두 번 재활용한 후 쓰레기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재활용경제의 재활용은 불완전한 재활용이다.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딱 그렇다. 한두 번 순환에 그치는 불완전한 재활용을 면면부절 이어지는 완전한 형태의 재활용으로 환골탈태시켜 순환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페트병의 순환을 사례로 살펴보자.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반복해서 순환하는 것이 순환경제에 맞는 순환흐름이다. 이것을 닫힌 고리 재활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일부의 페트병만 이렇게 재활용이 되고 있지만, 해외 선진국에서는 20~30% 정도는 이렇게 재활용을 하고 있다.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순환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조금씩 진전될 것이다. 

현재 페트병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높은 비율로 재활용되는 용도는 섬유제품이다. 긴 섬유로 만들어 옷을 만들거나 짧은 섬유로 만들어 솜으로 활용한다. 페트병과는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기 때문에 열린 고리 재활용이라고 한다. 열린 고리 재활용의 문제점은 순환이 반복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섬유제품은 재활용률이 미미하다.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페트병 순환고리는 섬유제품에서 끊어져 버린다. 페트병 재생섬유로 옷을 만드는 패스트 패션 산업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다. 순환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패스트 패션 산업이 섬유제품의 끊어진 순환고리를 만들어 페트병 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순환경제 이행을 천명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제품의 설계를 바꾸고 있고,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늘리고 있다. 구글은 2022년부터 자사에서 생산한 모든 제품에 재생원료가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코카콜라, 펩시, 네슬레, 유니레버 등은 2025년까지 자사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재 내 재생원료 비율을 25~30%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하였다. 2019년 기준 코카콜라는 포장재 내 재생원료 사용 비율이 9.7%, 펩시콜라는 4%, 유니레버는 5%라고 실적발표를 하였다. 2018년 대비 1~4 %포인트가 상승하였다. 기업의 자율선언은 앞으로 규제로 발전할 것이다. 이미 EU는 지침을 제정하여 2025년부터 페트병 내에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25%, 203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용기 내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30% 이상이 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올해 부터는 플라스틱세를 도입하여 재생원료를 제외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에 대해 kg당 약 1,00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순환경제로 인해 산업의 표준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 재생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은 물건을 팔기 어려운 시대가 분명 도래할 것이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문제가 될 것이다. 재생원료 사용이 의무화가 되면 신재료와 비교하여 가격이 비싸더라도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재생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충족할 수 있는 재생원료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업 혹은 국가만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순환경제로 가기 위한 규제강화에 대해 기업들은 반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와 협력하여 규제를 넘어선 가일층의 노력을 해야 한다. 

변화의 눈덩이는 이미 구르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커져만 갈 것이다. 기업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변화의 흐름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자원순환'이 '경제'와 결합하여 '순환경제'란 용어가 득세하는 이유에 대해서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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