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능성 ④] 함께 만드는 커뮤니티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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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능성 ④] 함께 만드는 커뮤니티 시네마
  • 2021.04.20 09:00
  • by 신효진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연구교수)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라는 엄중한 두 단어로 대변되는 2020년, 그리고 2021년. '변화'가 필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그리고 관성적으로 '변화'와 '혁신'이란 단어를 사용하곤 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지만, 한편으론 어느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그 모호한 변화를 우리는 기대하고 희망합니다. 그래서 그 희망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보려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소셜벤처, 사회혁신, 체인지 메이커, 로컬 크리에이터 등 지역, 넓게는 사회와 관계를 맺고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사례를 들춰보는 작업이 이미 익숙한 사례 훑어보기 정도에 그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례들을 살펴보며 그 속에서 비롯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지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 주]

 

영화를 보는 것은 바쁜 일상에서 쉼표를 찍는 행위일지 모른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낯선 혹은 익숙한 풍경과 언어를 통해 일상의 나와 잠깐 거리를 두는 두시간여, 그 시간은 숨이 가쁘게 돌아가는 하루에서 잠깐 여유를 두고 주위를 둘러봐도 괜찮다는 위로가 된다. 영화를 본다는 것에는 사람들과 만남, 공간에 대한 향유가 함께 섞여 있기도 하다. 

지난 10여 년간 매년 서너 편의 천만 관객 영화가 등장할 만큼 우리 주변에 영화를 즐기는 사람은 많았다. 물론 멀티플렉스 위주가 되면서 대기업 주도의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를 쉽게 영화관에 만나는 것은 어려웠다.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예술 장르로 이야기되는 영화이지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술 영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일명 작은 영화관을 찾을 때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전체 극장 관객 수와 매출액이 2019년 대비 70% 감소했을 정도로 상황은 크게 변했다. 영화 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올해 1월, 지역 기반의 작은 독립예술영화관 활성화와 시민들의 영화문화활동 참여 유도를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티시네마 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 인가를 받았다. 코로나 이후 영화 산업 자체가 흔들리는 시점에서 작은 영화관과 협동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을까?

#커뮤니티시네마 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는 전국 20개 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이하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영화문화를 중심에 두고 활동하는 지역의 여러 단체가 2019년 10월부터 꾸준히 네트워킹과 토론을 거쳐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용어가 새로울 수 있으나 말 그대로 커뮤니티와 시네마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지역 기반의 작은 독립영화관들이 지역주민, 영화 관객의 영화문화 활동 참여를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영화를 통해 지역문화의 활력을 가져오려는 움직임이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꼭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에 밀착해 사람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과정을 거쳐 어느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 지역 관객들의 특색이 반영된 영화 프로그램이 만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은 커뮤니티 시네마를 통해 영화를 향유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영화를 매개로 내가 살아가는 우리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커뮤니티 시네마 사례 하나, 부산 모퉁이극장의 관객영화제
부산 모퉁이극장의 '관객영화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로 출발했다. 매년 연말에 열린 영화제가 이번에는 코로나로 조금 늦어졌지만, 관객들이 중심에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지난 2월에 열린 6번째 관객영화제에서도 관객 프로그래머 6명이 선정한 6편의 영화가 영화제 동안 한 편씩 상영되었다. 관객 프로그래머는 영화 상영 후 영화를 본 관객들과 함께 관객토크에 참여한다. 단순히 영화를 한 번 보고 마는 소비자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이를 사람들과 나누며 영화문화를 만들어간다. 영화제를 함께 기획하고, 현장 실무를 도맡는 과정에서 관객은 주인공이 된다. 

▲ 부산 모퉁이극장의 관객영화제 포스터 ⓒ 모퉁이극장 페이스북 
▲ 부산 모퉁이극장의 관객영화제 포스터 ⓒ 모퉁이극장 페이스북 

 커뮤니티 시네마 사례 둘, 목포 시네마라운지MM의 마을영화예술축제
전남 유일의, 최초의 독립영화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목포의 시네마라운지MM(MM은 목포 무비, 목포 메모리, 목포 만호동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MM은 지역의 여러 기관과 협력하며 청소년 영화학교, 농어촌 성평등 문화혁신 프로그램 등 영화를 매개로 부지런히 지역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목포시 만호동에서 열린 영화예술축제 '영화로운 만호'도 지역과 함께하려는 MM의 시도이다. 영화 상영은 물론 지역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 음악콘서트로 지역주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지역의 예술단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만호동의 오래된 가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만호>가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 시네마라운지 MM의 영화예술축제 '영화로운 만호' ⓒ 시네마라운지 MM 인스타그램
▲ 시네마라운지 MM의 영화예술축제 '영화로운 만호' ⓒ 시네마라운지 MM 인스타그램

#소셜 프랜차이즈를 통한 활로 찾기

최근에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는 서울 을지로, 서울 성수동, 부산, 목포 4곳에 소셜 프랜차이즈 형태의 영화 콘텐츠 스토어(금지옥엽)를 오픈하였다. 유휴공간을 활용해 샵인샵 형태로 영화 포스터, 서적, 엽서, LP 등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데, 이곳에서 발생한 수익은 각 지역의 영화관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해 운영하는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 시네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영화를 만나는 일이 일반화될수록 극장 수익만으로 지역에서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기는 것이 더는 쉽지 않다. 그래서 작은 영화관 혼자가 아니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엮인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한다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는 영화를 매개로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 영화와 사람, 영화와 지역사회를 잇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거점 커뮤니티시네마들 사이의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 금지옥엽 성수 다락스페이스점 ⓒ신효진 
▲ 금지옥엽 성수 다락스페이스점 ⓒ신효진 

우리 주위의 '어떤 가능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꿈틀거리고 있다. 그리고 가능성이 모여 또 다른 가능성을 키우려는 이들에게 영감과 의욕을 불어넣고 있을 것이다. 가능성의 씨앗을 키우고 있는 현장에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또 지치지 않도록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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