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스쿨] SETA 미래의 기업가?미래의 인재 만드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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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쿨] SETA 미래의 기업가?미래의 인재 만드는 교육
성균관대 앙트레프레너십 수업 SETA
  • 2021.07.16 12:06
  • by 김정란 기자
05:56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했을 때의 대학은 현실의 문제 해결보다는 연구 자체로서에 더 가치를 두는 듯했다. 시대가 바뀌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우리가 대학에 요구하는 역할도 바뀌고, 대학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학과 그 구성원인 교직원, 교수, 그리고 배움을 얻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대학에는 이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논문과 수업으로만 배움을 얻는 대학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에 필요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데 참여하고, 학생들의 정신에 그러한 가치를 심는 대학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에 부는 혁신의 바람을 라이프인에서 살펴본다. [편집자 주]

▲ SETA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 SETA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세 명씩 조를 짜서 세 시간 동안 1만 원으로 돈을 벌어와!"

올해 SETA(Social Entrepreneurship Team Academy)의 학기 첫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이 차이는 조금씩 있을지라도, 사회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비슷한 학생들에게 돈을, 그것도 세 시간 안에 벌어오라니. 아, 창업 교육 시작부터 엄청나다!

SETA 수업 코치를 맡아 학생들을 돕고 있는 권복연 코치는 "그렇게 당황해서 나가는데 그 세 시간 동안 다들 뭐라도 열심히들 한다. 돈을 벌어오는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라며 웃었다. 처음부터 이런 난해한 과제를 던지는 것은 몸으로 직접 부딪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인 SETA는 담당 교수인 이원준 교수가 은퇴하는 선배 교수에게서 '숙제'를 받아들면서 시작됐다. "선배 교수께서 내게 '요즘 젊은 친구들이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지 않나. 대학에서 그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로 그에 대한 고민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아이디어를 빨리 다듬어 창업하도록 하는 소위 '아이디어 창업'은 시장의 영역에 가깝고, 대학의 역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 “대학의 본질에 맞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신뢰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창업, 즉 인간/팀 창업에 시대정신이 담겨있음을 발견하고 논문 등 다양한 자료를 조사한 끝에 MTA를 만났다.

MTA는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다. 핀란드의 혁신적인 창업교육 시스템인 TA(Tiimiakatemia)에 스페인의 열정과 바스크 지역의 협동 정신이 절묘하게 가미된 팀 기반 창업혁신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MTA를 바탕으로 한 SETA는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고 건강한 조직은 공동체 가치를 몸으로 체득한 개인을 탄생시킨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세상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많지만, 또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조직을 만들었다가 조직 운영 경험이 부족해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와해되는 경우도 많다. SETA는 개인의 역량을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 SETA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과 코치, 그리고 이원준 교수(가운데). ⓒ성균관대학교
▲ SETA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과 코치, 그리고 이원준 교수(가운데). ⓒ성균관대학교

지원서부터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만들어진다. SETA에 참여하려면 지원서를 써야 하는데 학생들은 "지원서 쓰는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지원서 속 질문들이 "인생을 살면서 선을 넘어본 적이 있나요?", "세상에서 더할 것과 뺄 것들을 결정할 수 있다면 뭘 더하고 뺄 것 같아요?" 같은, 역량이 좋은 사람을 구별하려는 의도보다,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질문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권 코치는 "지원서를 쓸 때만 해도 선을 넘는다는 것에 부정적이던 학생들이 과정을 마치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고 했다.

SETA는 건강한 팀 빌딩을 위해 같은 팀의 구성원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상대만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정한 욕구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큰 수확이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바람에 의견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권복연 코치는 "팀원들끼리 사실 좋지 않은데 좋다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이런 부분을 살살 긁어서(웃음)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내적 갈등을 묻어두는 것은 향후에 오히려 불안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3시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성 과제는 점점 규모가 커진다. 하루짜리, 1박 2일짜리, 그리고 마침내는 한 학기의 결과물을 내놓는 쇼케이스까지 거치게 된다.

이러다 보니 SETA 수업은 에너지 소모가 많다. '불금'은 물론, '불토'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취재간 날 열린 쇼케이스를 위해 밤을 새서 "죽을 것 같다"는 학생의 얼굴에서 그래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보통 수업 팀과제들은 교수님이 '이거 해 와'하는 걸 억지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무엇을 해야 할 지부터 모두 스스로 얘기하고 합의해서 하는 거니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수업의 모든 과정은 자율적이다. 처음 묶인 팀에서 다른 팀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다만 새 팀과 기존 팀 구성원들에게 이게 훨씬 나은 방향이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과정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도, 그 부분을 인정하는 것도 훈련할 수 있다.

▲ SETA 수업에서 발표 중인 학생들. ⓒ성균관대학교
▲ SETA 수업에서 발표 중인 학생들. ⓒ성균관대학교

이원준 교수는 건강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이 많아져야 결국 건강한 공동체가 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개인들이 서로 원활하게 의사표현을 하도록 도와준다.

이 교수는 "기성세대는 '요즘 애들 저밖에 모르고'라고 말하지만, 개인주의는 나쁜 것이 아니다. 이기심이 나쁜 것이지. 기성세대의 편견과 달리 젊은 친구들도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진지하다"며 "배고픔을 모르고 자란 이 세대는 의식주 먼저 해결해야 했던 세대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이 즐겁고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이 지금의 20대라는 것,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잣대로 이들의 에너지를 폄하해온 것은 아닐까? 사회혁신을 꿈꾸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들의 에너지와 함께할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세타에서는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에 합의한 사람들이 뜻을 모아 협력하며 사업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미 세타 9기가 운영되는 동안 여기서 만난 인연으로 다양한 프로젝트 실행을 통해 대학생활의 전기를 마련하고 더러는 공동으로 창업하여 세상에 공헌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지만,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팀빌딩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세타가 보여줄 수 있을까? 건강한 개인으로 구성된 건강한 팀에서 나올 결과물을 우리가 곧 보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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