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교육, 대학은 무엇을 고민 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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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교육, 대학은 무엇을 고민 중일까
제 2회 사회적경제 대학교육포럼 열려
  • 2021.07.06 11:55
  • by 김정란 기자
▲ 제2회 사회적경제 대학교육포럼에서 성공회대 이상훈 교수가 진행을 하고 있다. ⓒ라이프인
▲ 제2회 사회적경제 대학교육포럼에서 성공회대 이상훈 교수가 진행을 하고 있다. ⓒ라이프인

대학에서는 사회적경제를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이 교육은 사회적경제를 확산하는데 도움이 될까? 우리가 궁금한 이 부분을 대학에서도 열심히 고민 중이다. 사회적경제 대학교육포럼에서 사회적경제를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대학에서 노력하고 있는 교수들이 모여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5일 '사회혁신을 위한 사회적경제 교육'을 주제로, 제2회 사회적경제 대학교육포럼이 열렸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경제 선도대학협의회, 사회적경제 대학협의회가 공동주관한 이 자리에서 사회적경제 대학교육 현황과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한국교원대학교 김혜원 교수와 군산대학교 이호 교수, 상지대학교 김형미 교수의 기조발제가 진행됐다.

이어 이를 토대로 열린 토론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조상미 교수(서울), 한신대학교 장종익 교수(수도권), 강릉원주대학교 강승호 교수(강원권), 나사렛대학교 전방연 교수(충청권), 대구학교 박세현 교수(영남권), 전주대학교 이재민 교수(호남권)가 참여했다.

진행을 맡은 이상훈 교수는 "요즘 사회적 가치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실행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전문가를 양성하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학에서의 사회적경제 교육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게 돼 뜻깊은 행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인선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 자리는 선도대학 지원 9년 차를 맞아 대학의 사회적경제교육 성과를 짚어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찾아 나가는 자리다. 사회적경제는 상호호혜를 바탕으로 사회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해 더욱더 사회적경제의 힘이 필요해지게 됐다.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회적경제 인재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 지역사회 혁신 플랫폼으로 대학의 역할은 훨씬 중요해지고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경제 대학 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을 응원했다.

■선도대학.. 사회적경제 교육을 어떻게 이끌어왔을까

기조발제에 나선 교수들은 현재 사회적경제 대학교육 선도대학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토론에 나설 교수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국교원대학교 김혜원 교수는 "사회적경제 대학교육을 정부기관, 부처 등의 재원을 받아 기획, 실행하는 교육운영기관과 교육을 진행하는 전문기관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며 "연구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 대상자 중에는, 대상별로 일반 시민과 창업자 중심의 교육이 중심이고, 재직자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 동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재직자 교육도 임원 중심이고, 중간관리자와 종업원 교육이 부족했다. 교육 내용 측면으로는 유사교육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관계자들이 많이 지적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경제 교육이 대학교육과 비교해보면 8학기 전후로 진행되는 대학교육과 달리 평생교육으로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표준적 교육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앞으로의 과제를 지적했다. 학생, 석사 등의 학위나 전문 자격을 포함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수요자들이 자기가 어떤 수업을 들은 후에는 다음 수업으로 어떤 것을 듣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도록 트랙화하는 것에 대한 제안도 내놓았다.

군산대 이호 교수는 2018년에 시작된 사회적경제 선도대학 과정을 살펴보고 각 대학들의 특징을 먼저 훑어보았다.  이어 "사회적경제 학부 과정의 중심은 교육 내용이 현장과 연계돼야 되겠다"는 점이라고 강조하며 "이제 사회적경제를 초창기라고 정의하는 곳은 없지 않나. 이제는 성과를 좀 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다양한 성공사례를 발굴해 그 내용이 다시 교과과정에 들어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경영학에서는 이론을 가르쳐서 현장에 내보내지만 현장의 사례들이 이론이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선도대학에서 그 이론을 받아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해, 사회적경제 대학교육을 통해 나온 사례들의 이론화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지 못하면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이 학교 안에만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상지대학교 김형미 교수는 "사회적경제 선도대학 과정은 교육과정에서 이론 실습 현장수업 등으로 다면적 구성이 되고, 교육 참여를 통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장기인턴십, 취창업 연계, 펀드 투자기회 제공 등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는 한편, 공통교재의 부재, 방대한 강의 자료의 사장, 교육성과 공유가 2019년부터 이뤄진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또 성인 학습자의 특성을 반영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 성인학습자의 시간, 기본역량 등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 무리한 설계학습보다 참여하기 쉬운 환경 조성, 사후 관리 등을 사회적경제 교육 확산을 위해 필요한 점으로 꼽았다.

▲ 제2회 사회적경제 대학교육포럼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인선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라이프인
▲ 제2회 사회적경제 대학교육포럼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김인선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라이프인

■"시민이 모르는 사회적경제? 정책 많다고 정착 안돼"

이어 현황과 지적된 문제들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이화여대 조상미 교수는 "학부 수준을 만들 때 학부생들이 이 과정에 많이 지원할지 고민했는데 100명이 넘는 학부생이 지원했다. 학생들이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화여대 사회적경제 협동과정의 경우 대학원생의 연구 역량을 강화해 연구 궁심의 대학의 핵심 전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또 최근 사회적경제 인식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일반 시민들의 사회적경제 인식이 낮았다. 대중 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신대 장종익 교수는 "지금은 '공리(公利)'를 다시 생각해볼 때"라며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대학에서 교육하게 될 때, 예를 들어 경제학과 학생들은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패러다임을 계속 배워왔다.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깊숙이 빠져있는데 한 학기에 몇 시간 정도로 변화하게 하는 것은 참 어렵다. 사회적경제가 대안으로서 시도됐을 때 성공과 실패 사례, 그 요인과 기제에 대한 조사 연구를 수행해 지식을 축적하여 공유하는 플랫폼과 성공적인 사회적경제 리더의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공유하는 메커니즘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신대에서는 내년 이런 교육을 위한 계획 중 하나로 학부, 대학원, 연구소, 외부과정 등을 연계한 석사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장 교수는 '사회혁신 전문대학원대학교'를 제안하기도 했다. "사회적경제 프로그램이 단절화, 부차화, 동형화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전문 사회적경제대학원대학교를 제안드린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대학들은 여기에 여러 가지 고민을 더 했다. 강릉원주대학교 강승호 교수는 "강릉원주대학교는 2019년 사회인대상 리더과정을 운영했는데, 지역사회공헌이라는 형태로 진흥원 사업을 우리 지역에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지역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 간 수요자들의 니즈가 차이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또 9년간 중복을 제외하면 18개 대학이 참여했는데, 시간에 비해 확산 숫자 면에서 미흡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이를 생각해보면 지역 대학의 참여 확산이 필요하고, 그 방안을 모색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던졌다.

나사렛대학교 전방연 교수는 "충청 지역 청년 노동시장에서 사회적경제 대학교육 사업은 지역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에는 의의가 있고, 급여보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있다는 것이 일정 부분 희망적이다. 하지만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르게 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지역에 머무르기로 한 청년이 일자리 찾다가 발견하게 돼 지원하는 양상이다. 때문에 사경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사경에 대한 이해 없이 지원한 청년 활동가는 취업하더라도 근속 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 학생들이 수준차가 커서 공통적 교육이 어렵다는 점, 전공 분야와 취업한 사회적기업 비즈니스 분야가 연관성 있을 때 피드백이 좋지만, 결혼과 육아의 문제가 급여와 연관돼 장기근속에 어려움이 뒤따른 점, 정책상 1인 인건비가 최대 2년만 지원돼 사경분야에서 일하고 싶어도 해당기업 매출구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사례도 발생한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때문에 이들을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로 양성하면서 장기적인 지원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사렛대학교는 지역문제해결프로젝트를 졸업 필수요건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대학교 박세현 교수는 "대구 경북 지역은 사회적기업은 전국 세 번째로 많은데 인재 수급은 어려워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대학의 역할이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약하다고 토로했다. 그 이유로는 "사경 분야의 인재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대학 차원에서 양성하기에는 수요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사경기업이나 중간지원기관 근로여건이 사경교육을 선택해 이수할 만큼 동기부여가 안된다는 점, 사경분야 교육 및 연구지원이 부족하고 연구가치에 대한 평가체계도 미비해 교수자 참여가 적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대학, 기관이 다양한 주체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 양질의 교육을 제작, 제공해야 하고, 학위과정이 아닌 비학위과정,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등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고, 교육대상자를 구분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과, 또 사경 분야 콘텐츠를 대학들이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탑다운 방식(경영조직에서 경영진이 경영전략, 경영목표 등을 수립한 뒤 강력한 리더십으로 하위직에 전달해 실행하도록 하는 경영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주대학교 이재민 교수는 "정부주도형 사경교육이 옳은가 하는 문제가 있다. 시민은 사회적경제를 모르는데 정책은 너무 많고, 대학 교육도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선도대학과 관련해)몇 년 동안 지침들이 계속 바뀌는 것도 탑다운 방식 때문이 아닌가"라며 "장기적으로 정부가 사회적경제 교육을 주도하는 것이 대학의 사회적경제 교육 정착에 얼마나 도움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관 주도 사업들은 기간이 끝나면 모든 것이 중단되기 때문에 민간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유연하게 갈 것인가, 또 근본적인 것은 누가 교육해야 하는가다. 또 사회적경제 전문가라고 교육에 나서는 사람들은 누가 검증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학은 사회를 모르고, 사회는 대학을 모르는 현실에서 효과적인 사회적경제교육은 어떤 방식일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도 주체와 실행 주체가 다른 방식의 정책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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