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소비자의 선택은?①] 빨래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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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소비자의 선택은?①] 빨래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옷 세탁할 때 떨어져 나오는 합성섬유…'미세플라스틱' 강물, 해양 오염시킨다
  • 2021.08.11 12:00
  • by 이은정(소비자기후행동 조사연구팀)

집중호우, 가뭄, 태풍 그리고 코로나19까지 기후위기는 단순한 기후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일상의 안전 위협을 넘어, 경제·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개개인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이 아무 의미가 없으니 모두가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는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행동은 함께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5월에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와 국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후위기를 마주한 개인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라이프인은 소비자기후행동 조사연구팀의 기획물 ▲빨래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소금은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할까? ▲우리의 식탁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등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최근 기후위기, 코로나19와 함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플라스틱이다.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던 플라스틱이 사회 전반에서 문제 시 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던 플라스틱 대란부터일 것이다. 이때부터 플라스틱이 가진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더불어 주목받기 시작한 문제 중 하나가 미세플라스틱이다.  

아주 작은 플라스틱인 미세플라스틱의 크기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은 2008년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서 주최한 바다 미세플라스틱 영향에 대한 국제 워크숍에서 논의된 것이다. 당시에 ‘생물군에 의해 섭취될 수 있고 생태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플라스틱 조각 크기’의 기준으로 5mm 이하가 채택되어 통용되고 있다. 현재 0.1um(마이크로미터) 이하는 나노플라스틱으로 별도 분류하기도 하지만 통칭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입자, 조각, 미세섬유(micro fibre) 등으로 나뉘는데 인위적으로 만든 플라스틱 입자인 1차 미세플라스틱(마이크로비즈)은 화장품, 연마제, 치약, 청소용품, 세제, 비료, 살충제, 종자, 건강보조제 등 많은 곳에 쓰이고 있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2019년 1월, 2021년부터 화장품, 세제, 비료, 페인트, 의약품, 의료기기 등 제품군별로 유예기간을 차등 적용하여 시장 출시 제한, 라벨링, 정기적 보고 등 3가지로 구분해 1차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할 것을 제안했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생산될 때는 크기가 컸지만 사용, 소모, 폐기되는 과정에서 미세화된 플라스틱으로 물리적인 충격뿐만 아니라 햇빛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유럽위원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EU 지역 내에서 1차 미세플라스틱의 연간 배출량은 약 36,000톤(10,000~60,000톤)으로 추정되며, 표층수로 배출되는 2차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176,000톤(71,800~280,600톤)이다. 유럽의 경우 바다로 흘러드는 미세플라스틱에서 1차 미세플라스틱이 약 17%, 2차 미세플라스틱이 83%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해양 미세플라스틱 하면 바닷가로 떠내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나 부표,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다는 플라스틱 섬을 떠올리지만,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원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세탁수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UCNI)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유입 미세플라스틱 원인은 의류 세탁(미세섬유)이 35%, 타이어 마모 28%, 도시 먼지 24%, 도로 페인팅 7%, 선박 코팅제 3.7%, 개인위생용품 2%, 플라스틱파레트 0.3%이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지는 거의 100년이 넘지만,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은 1938년 뒤퐁사가 나일론 스타킹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합성섬유의 등장은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나일론은 20세기 100대 발명품 중 하나로 '기적의 신소재'로 불리며 등장했다.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나일론의 등장으로 천연섬유는 뒤로 밀려났고 섬유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로 저렴하고 질기며 다림질이 필요 없고 세탁과 손질이 쉬운 다양한 합성섬유 의류는 더욱 확산됐다. 최근 들어서는 기능성 섬유가 개발되면서 일상복, 레저용 의류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합성섬유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합성섬유는 우리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요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으로 주목받게 됐다. 

Plymouth 대학 연구팀은 2016년 1년간 가정의 세탁기에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섬유의 양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서로 다른 온도와 섬유 재질에 따른 미세섬유의 배출량을 12개월간 실험한 결과 아크릴 섬유의 옷이 면혼방(면-폴리에스터) 섬유보다 약 5.3배, 폴리에스터에 비하면 약 1.5배 많은 미세섬유가 배출되는 것을 발견했다. 
 

빨래 6kg, 1회 세탁 시(가정용 세탁기)

의류 재질

면-폴리에스터 혼방 폴리에스터 아크릴
미세섬유 직경 17.74um 11.91um 14.05um
미세섬유 길이 4.99mm 7.79mm 5.44mm
검출량 137,951개 496,030개 728,789개

▲ 세탁 시 미세섬유 배출 결과: Napper, I. E., & Thompson, R. C. (2016).

또한 Santa Barbara 대학 연구팀이 파타고니아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합성 플리스 재킷 하나를 세탁할 때 평균적으로 약 1.7 그램의 미세섬유가 배출됐다. 세탁기 유형에 따라서도 세탁 시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 양이 달랐는데, 드럼세탁기(front-load)가 통돌이형(top-load)보다 미세섬유 배출이 적었다. 연구진은 통돌이형의 경우 중앙에서 강하게 회전하는 방식으로 의류 간 마찰이 커 미세플라스틱 배출이 더 많은 것으로 보았다. 실험 결과를 보면 통돌이형이 드럼형보다 최대 7배 정도 배출이 많다. 그리고 낡은 옷이 새 옷보다 배출이 많은데, 자주 세탁할수록 합성섬유 의류의 미세플라스틱 배출은 증가한다. 

낙동강 상류, 중류, 하류 세 지점에서 4계절(2월, 5월, 8월, 10월)에 걸쳐 시료를 채취하여 미세플라스틱 검출을 실험한 국내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도 미세섬유에 의한 강물, 해양 오염이 심각하다. 강물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중 미세섬유는 30%에 이르고 미세섬유의 양은 하류로 갈수록 증가하는데 연구진들은 세탁기의 세탁 폐수가 미세섬유 유출의 주요 원천일 것이라고 보았다. 
 

▲ 국내 첫 세탁수 미세플라스틱 제거장치 'SAVE the OCEAN'.
▲ 국내 첫 세탁수 미세플라스틱 제거장치 'SAVE the OCEAN'.

빨래를 안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손 놓고 볼 수만도 없다. 세탁수 미세플라스틱 거름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세탁기 위치나 집 구조 등으로 인해 설치가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여러 연구 결과에 따라 차선의 대책을 강구해볼 수 있다. 

우선 세탁 횟수를 줄이자. 앞서 언급한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사계절 중 미세섬유는 2월과 8월에 검출량이 많았다. 겨울 방한의류는 합성섬유 소재가 많고 부피가 크며 여름에는 세탁량이 많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여름에는 어렵겠지만 다른 계절에는 여러 번 입은 후에 빨고, 또 자주 빨아야 하는 속옷 등은 될 수 있으면 천연섬유로 된 옷을 구매하면 미세플라스틱 배출을 조금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연 건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합성섬유를 의류 건조기로 말릴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한다.

물론 새 물건을 자꾸 사는 것도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므로, 꼭 사야 할 옷이 있다면 천연섬유나 천연섬유 비중이 높은 재질을 선택하고 가능하면 아크릴이 많은 소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세탁기를 다시 구매해야 하는 경우라면 드럼형 세탁기를, 그리고 세탁수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를 같이 설치해서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옷을 살 때도 빨래를 할 때도 나와 지구를 위해 한 번 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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