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KDI대학원장, "K-뉴딜 성공?시민 참여 부르는 제도 개혁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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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KDI대학원장, "K-뉴딜 성공?시민 참여 부르는 제도 개혁 필요해"
  • 2021.08.25 08:00
  • by 김정란 기자
▲ 유종일 원장은 시민의 참여 없이 사회 문제 대응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이프인
▲ 유종일 원장은 시민의 참여 없이 사회 문제 대응에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이프인

기후위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대혼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이하 KDI대학원)의 유종일 원장을 만나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키워드들과 그 안에서 시민들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에 관해 물었다.

지난 2018년 KDI대학원장으로 취임한 유종일 원장은 거시경제학자다.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선언 이전인 2019년 KDI대학원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세미나, 책 '전환적 뉴딜' 출간 등을 통해 정부가 '전환적 뉴딜'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패키지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판 뉴딜 선언으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정책은 진일보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유 원장은 한국판 뉴딜의 성공과 현 경제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민주적 참여,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은 최초 선언 당시 각계의 비판을 불러왔다. 큰 그림은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도,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도 없는 급하게 나온 선언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유 원장은 "지난해 정부의 첫 발표 당시보다는 진화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크게 봤을 때 일회성으로 지나가는 정책이 아니고, 의지를 가지고 발전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평가하고 싶다. 발표 당시에는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도 없고, 탈석탄에 대한 부분도 명시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어떻게 보면 한국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 정치의 속성 상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빠른 결과를 내려고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유 원장은 "모든 정부는 그래왔다"며 "때문에 원래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합의와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진짜 국민의 참여와 합의, 제도의 개혁 있어야

그는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 경기 부양에 관심이 있겠지만, 나의 관심은 역사적인 흐름,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등 우리가 직면한 과제들이 특정 정권이나 정부를 넘어서서 21세기 초의 인류가 맞닥뜨린 인류사적인 과제다. 거기에 과제를 해결하고 도전에 대응할 수 있냐는 것이 나라의 성패, 인류 문명의 생존까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필요한 것은 민주적 참여, 사회적 합의, 제도의 개혁이라고 유 원장은 강조했다. "뉴딜은 역사적이고, 국가적인 과제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구축이 미흡하다. 일반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정작 국민들은 한국판 뉴딜을 잘 모른다. '이게 내 삶의 직결된 것이다' 이런 느낌이 안 오는 거다. 정부가 재정 풀어서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어떻게 더 많은 국민이 논의에 참여하도록 할지, 진짜 사회적 합의 구축을 위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독일이나 덴마크 등의 사례처럼 시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태양광, 해상풍력 등 친환경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이나 외부 자본이 들어와서 급하게 하다 보니 지역공동체가 파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향식 정책도 필요하지만 상향식, 참여식으로 하는 부분이 강화돼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빠른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는 현재 이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그린뉴딜에 60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할 계획이다. 유 원장은 지금 서두를 것은 재정투자보다 제도개혁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민이 스스로 참여할 마음을 갖도록 하는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공짜로 주면 시민들은 고마워서 아껴 쓸까? 더 쓰게 된다. 반대로 절약을 했을 때 이익이 남도록 해야 한다. 관련된 규제도 하고, 인센티브도 있어야 하는데 제도의 개혁이 너무 느리다.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라는 유 원장은 원격 의료 등을 예를 들며,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사라지면 안 되는 부문이 있다면, 그를 살리는 정책을 만들어야지 새 기술의 도입을 막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유종일 원장은 각종 포럼, 책 발간 등을 통해 전환적 뉴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왔다. ⓒ라이프인
▲ 유종일 원장은 각종 포럼, 책 발간 등을 통해 전환적 뉴딜이 필요하다고 제안해 왔다. ⓒ라이프인

■ 탄소 감축 나중으로 미룰 수 없는 두 가지 이유

유 원장은 전환적 뉴딜을 제안하기 전부터 친환경 경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경제학자 중 하나다. 유 원장은 "'탄소 감축 등은 나중에 해도 되지 않나?' 하는 사람들 있었지만, 이제 두 가지 면에서 안 된다"고 말했다. 첫째는 지구 환경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이 가까워져 왔다는 것, 또 하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환경을 미뤄둔다는 것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점 때문이다.

굴지의 자동차기업 BMW는 2018년 우리나라 회사와 배터리 계약을 하면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선언)을 요구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무산된 바 있다. 이어 스웨덴의 회사와 계약한 것은 결국 재생에너지 확보와 관련이 있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구글은 전 세계 사무실에서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이러한 흐름은 타격이 크다. 좀 있다 하지, 중요하지 않아? 이제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유 원장의 지적이다.

유 원장은 사회적으로 이런 제안을 하는데 앞서 개인적으로도, 몸담고 있는 KDI대학원에서도 이러한 정책들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3년 전 원장 취임했을 때부터 우산에 씌우는 비닐을 없애고 일회용품을 줄이는 등 소소한 환경경영을 해왔고, 환경경영 기본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계획에는 폐기물 최소화, 교내 폐기물 순환활용, 재활용 제품의 우선 구매 등 자원순환, 환경인식 제고 등의 의도가 담긴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끝으로 사회적경제가 이러한 대전환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내다봤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를 만들어 사회적경제에 실제 참여하고 있기도 한 유 원장은 "밑바닥에서, 시민으로부터 올라오는 힘이 없이 대전환은 되지도 않고, 연속성도 생기지 않는다. 밑에서부터 오는 힘에서 혁신이 나온다는 것을 정부기관에 계속 주장할 것이다. 사회적경제인들이 이 일을 하는 건 세상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같은, 돈 이외의 보상이 있어서가 아닌가. 시행착오를 다양하게 겪어온 우리가 늘 그랬듯, 성찰해가면서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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