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정원에서 시민을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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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정원에서 시민을 이야기해요
시민교육, 지역의 다양한 공동체 만들어가는 서초구 밸류가든
  • 2021.09.01 00:00
  • by 김정란 기자
▲ 서초구에 위치한 '책읽는 정원'. ©라이프인
▲ 서초구에 위치한 '책읽는 정원'. ©라이프인

우리 동네에 책방이 생겼다. 그런데 어쩌면 이 책방을 내가 운영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양재동 한 켠의 '책읽는 정원'. 비영리민간단체 밸류가든이 연 시민참여형 책방이다. 양재 시민의 숲 인근 작은 골목에 자리 잡은 이곳은 '비영리 민간단체'라는 조직의 형태를 갖춘 한편, 겉모습은 책방이다. 이제는 정말 흔치 않은 이름인 동네 책방. 이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 작은 동네 책방은 왜 이곳에 자리 잡았을까? 저 책방을 지키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지역에 뿌리내리며 시민을 이야기하는 밸류가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원처럼 가꾸는 우리의 가치

'밸류가든'은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가치를 가꾼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치는 유행처럼 빠르게 굉장히 빠르게 확산하고, 금방 소비돼버린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꾸어나가야 하는 정원처럼 계속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밸류가든이라는 이름을 만들게 됐다.

밸류가든은 시민교육센터이다. 일상에서의 다르지만 함께 한다는 것의 풍요로움을 체험, 경험하게 하는 배움의 과정, 즉 안전한 공간에서 일상의 민주주의를 생각하고 경험하는 모임과 활동을 꾸려나가고 있다. 

편견이지만 강남과 마을공동체, 왠지 낯선 조합이다. 밸류가든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신은희(밸류가든 전) 대표) 이사에게 왜 이 지역이었냐고 물었다. 서초/강남/송파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다. 자원봉사활동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해외 체류나 거주경험을 통해 동네의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많이 갖고 계셨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런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또 지역의 문제보다는 현대 사회의 문제 같기도 한데, 교육열이 높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관계도 점점 이해관계 중심으로 연결되다보니, 정작 어려울 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기 보다 스스로 고립되어 가는 분들을 보면서 개인 개인이 잘 존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 개인이 온전한 나로 존재 하고, 다른 개인 역시 온전한 존재로 인정되는 경험의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밸류가든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밸류가든은 소수자에 대한 이해, 인권에 대한 이해 등 시민의 소양을 갖기 위한 대화를 통해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치열한 경쟁이 중요한 요즘 사회에서, 사교육 일번지라는 강남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공감하는 활동은 어쩌면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 책읽는 정원에서 이뤄지는 대화모임.©라이프인
▲ 책읽는 정원에서 이뤄지는 대화모임.©라이프인

◆대화에서 피어나는 가치...함께하면 가능한 일들

최근 밸류가든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하는 활동이 책방의 형태를 띤 '책읽는 정원'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책읽는 정원에는 1년 동안 책방을 운영하는 6명의 책방지기가 함께 각자 큐레이션 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신 이사는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상업적인 공간이 가장 익숙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왔다. 어떤 곳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책방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이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을 파는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자영업이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덜컥 욕심을 부리기는 어렵다. 밸류가든은 이 문제를 "함께 하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추진해나가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이런 연대에 마음을 같이 하는 책방지기와 함께했다. 신 이사는 "요일마다 근무하는 책방지기는 다르지만 일주일 한번은 온라인 회의로, 한달 한번은 직접 만나 회의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가 2기째인데, 요즘은 책방에 들르시는 손님 중에 '(책방지기)3기 준비하고 있어요'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반갑다(웃음)"고 말했다.

책방지기들은 1년간 활동을 하고, 공동으로 일정 금액의 운영비를 부담한다. 매달 회비를 내고, 책을 팔아 수익이 날 때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아직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오랜 기간동안의 꿈이었던 책방의 주인이 되어보는 경험,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소개한다는 할 수 있다는 기대는 이들만 설레게 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밸류가든에서 함께하는 활동은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관심거리인 먹거리에 관한 활동을 하며 먹거리의 유통 과정, 농사짓는 과정을 돌아보면서, 그 이면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다양함이 풍요로움으로 이어지는 예술활동도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런 활동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성을 통해 "다양하니까 풍요롭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신 이사는 "이 일대가 시민사회 모임이나 풀뿌리 활동, 비영리조직 활동 등이 많은 지역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생소해 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예 이해하시기 쉽게 시민교육센터라는 표현보다 “인성교육학원”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우실까? 하기도 했다(웃음)"며 "처음엔 밸류가든의 활동에 관심갖고 함께 하고자 하는 다른 지역의 활동가, 기획자들이 많이 관심갖고 참여하셨어요. 오히려 그 분들이 이 동네에 있는 지인분들을 소개해주셨죠. 그렇게 천천히 동네 분들도 알고 참여하는 분들이 생겼어요. 왔다갔다 하면서 뭐하는 곳인가 궁금했는데, 이제 들어와보네요 하면 2년만에 문을 열고 들어오신 분도 계셨다. 그래도 지금은 책방이라는 공간으로 운영되어 쉽게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반가워했다.

▲ 밸류가든 책방지기들은 각자의 큐레이션을 통해 함께 나누어야할 이야기들을 소개한다.©라이프인
▲ 밸류가든 책방지기들은 각자의 큐레이션을 통해 함께 나누어야할 이야기들을 소개한다.©라이프인

밸류가든은 앞으로 이러한 활동들에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나갈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벼룩시장을 열고 SNS를 통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활동이라는 것이 건강하고 필요한 활동이지만, 어렵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느끼던 사람들도 참여해보고 싶도록, 그래서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지역화된 콘텐츠로 다가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교육진행자의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어 진행자의 전문성을 키우는 프로그램, 서초 지역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에서의 다양한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병행해서 하려고 하고 있다.

신 이사에게 "밸류가든이 만들어진 2013년부터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성, 공동체의 다양성은 변화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옛날에는 공동체 문화라는 게 끈끈한 결속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지금은 연결돼 있다는 것만 알 정도의 느슨한 관계를 원하지 않나? '끈끈한 공동체'가 오히려 획일화된 문화일 수 있겠다는 감수성이 이제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는 민주주의라는 표현도 쓰기 힘들어서 돌려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굉장히 자연스럽게 쓰는 걸 보면, 변화는 확실히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밸류가든과 그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변화를 위한 내일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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