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G시대, 느슨한 사회적 연대로서의 연탄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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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ESG시대, 느슨한 사회적 연대로서의 연탄봉사
  • 2021.09.28 11:30
  • by 박일수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 사업팀 팀장)
▲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 ⓒdrumboy
▲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 ⓒdrumboy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영향으로 기업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변화가 거세다. 기업 투자환경 변화로 지난 몇 년간 주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연탄봉사에 대한 태도도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연탄봉사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행위라는 환경적 책임까지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다. 겨울철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을 전달하는 연탄봉사는 '연탄'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연탄봉사는 기후위기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이다. 연탄봉사는 기후위기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의 표현이다. 도시개발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났거나, 주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지역에 연탄사용 가구들이 모여있다. 대중적인 연탄 이미지 때문에 지속적인 탄소배출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기존 도시개발과 발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기후위기 및 탄소배출 결과에 대한 책임의 화살을 그들에게 돌리기보다는 따뜻한 연대가 필요하다.

ESG에서 환경(E)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S)도 동등하게 다뤄져야 한다. 기업이 지역 사회와 이웃들을 위한 나눔을 하는 것은 기업 시민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3차 대한상의 ESG경영 포럼'에서 중소기업의 경우 비용 부담이 큰 E(Environment, 환경)나 개별기업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 G(Governance, 지배구조)보다는 상대적으로 실행에 부담이 적은 S(Social, 사회책임)에 집중해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유이다.

실제로 <사랑의연탄>과 지난시기 오랫동안 기업시민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온 기업들이 적지 않다. <사랑의연탄> 다양한 파트너 중에서 기업들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2018년 191개(38%), 2019년 179개(37%), 2020년 111개(23%) *2020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의 참여가 감소함.) 연탄봉사는 기업 임직원들이 현장에 참여해서 지역 주민들을 직접적으로 돕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연탄뿐만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도 동반한다. 연탄봉사를 통해서 지원하는 난방연료 지원과 정서적 유대감은 연탄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상쇄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연탄을 사용하지 않아도 감축되는 온실가스는 미미하다. 연탄 1장 사용이 배출한 온실가스양 7.0 kgCo2 이다.  하루 3장씩 한 가정에서 겨울 동안 연탄 1천 장을 사용하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6534.0 kgCo2. 한겨울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 지원하는 3,000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19,602,000 kgCo2 (19,602톤)인 셈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기준(배출전망치인 851만 톤에서 219만 톤(37%)을 감축)으로 놓고 보면 전체 연탄 사용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감축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한겨울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어르신들의 건강권과 에너지기본권을 생각한다면 감내할 만한 것 아닐까. 

도시가스로 에너지전환, 연탄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시도가 있지만 한계가 있다. 에너지전환의 일환으로 연탄 사용 마을들에 도시가스관 매립이 진행되기도 한다. 연탄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도시가스관을 마을별로 매설하는데 도시가스관을 마을 큰길에 매립하는 비용은 개인부담금이 없지만, 큰길에서 개인 집까지 연결하는 인입비용은 개별 부담하게 된다. 그 비용은 도시가스관과 집까지의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몇백만 원이기 때문에 마을 어르신들이 도시가스관을 연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시가스관을 연결하더라도 집이 노후하고 단열 상태가 좋지 않아서 난방 비용이 더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연탄을 나르던 봉사자들이 이 집은 도시가스관이 연결되어 있는데, 왜 연탄을 드리느냐고 물어서 어르신께 여쭤보았다. 그 어르신은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집이라서 이사를 왔는데, 도시가스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다시 연탄난로를 들이셨다는 것이다. 단열이 좋지 않아서 지난달에 30만 원이 넘게 나와 다시 연탄난로를 들여놓으셨다고 한다. 이렇듯 노후주택의 경우 도시가스로 전환하는 비용이 많이 들거나, 전환된 집들일지라도 단열 문제로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연탄봉사는 기후위기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현하는 것이고, 연탄은 그들에게 겨울철 난방에 꼭 필요한 적정 에너지이다. ESG라는 새로운 투자기준이 점점 강력해지는 시대에도 느슨한 사회적 연대로서 연탄봉사가 아직 유효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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