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혁신, 사회혁신에도 '깐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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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혁신, 사회혁신에도 '깐부'가 필요하다
  • 2021.10.12 09:05
  • by 송소연 기자
▲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 드라마 '오징어 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우린 깐부잖아" 

화제의 드라마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대사다. 깐부는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를 할 때 서로 한편이 되어 구슬과 딱지를 공통으로 소유하는 짝을 뜻한다. 내 것도 네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 되는 일종의 동맹관계다. 구슬이나 딱지를 많이 잃어 죽을 상황이 되면 깐부가 자신이 가진 것을 조건 없이 깐부에게 나눠 준다. 깐부의 패배는 곧 나의 패배이고, 깐부의 승리는 나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쌓고 있는 상황은 극 중에서 001번 할아버지가 "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죽는단 말이야"라고 외쳤던 때처럼 급박하다. 전 세계는 기후위기와 코로나 19 상황으로 이제는 성장을 논의하기에 앞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해 있다. 한국사회도 저성장과 고용불안,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소득 양극화와 사회적 격차 확대 등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사회적 가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사회까지 '사회적인 것(the social)'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기저에는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의 성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난제(wicked problem)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일 것이다. 사회 전 영역에서 많은 것 달라지고 있는 '전환의 시대'에서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을 우리 모두 실감하고 있다.

지난 10월 4일 '전환 콜렉티브'는 '관계를 통한 돌봄 시스템 전환 포럼'을 온라인 ZOOM으로 개최하고, 고령화, 저성장, 기후 위기, 코로나 19의 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은 어떤 개선과 변화가 필요한지 질문했다. '전환 콜렉티브'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는 기존 사회에서 배제되어 온 약자와 소수자들이 주체로 함께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고 있는 커뮤니티다. 

포럼의 첫 번째 세션은 망가진 사회적 서비스를 고치는 방법을 다룬 '래디컬 헬프'의 저자인 영국의 사회혁신가 힐러리 코텀(Hilary Cottam)과 특별대담으로 진행됐다. 힐러리는 대상화와 관료화로 인한 소외를 넘어 '관계'와 '협업'에 기반을 둔 실천으로, 오늘날의 복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과 비전을 공유했다.
 

▲ '래디컬 헬프'의 저자인 영국의 사회혁신가 힐러리 코텀(Hilary Cottam) 갈무리장면.
▲ '래디컬 헬프'의 저자인 영국의 사회혁신가 힐러리 코텀(Hilary Cottam) 갈무리장면.

힐러리는 "관료제에 의해 가로막힌 복지행정, 늘 부족한 복지재정, 성과 도출에 쫓기는 복지기관의 경직된 운영, 일상화된 업무 과잉으로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사회복지사, 협업에 부정적인 전문가들, 결국 더 이상 제도와 사회복지사를 믿지 않고 그들과의 소통을 경멸하는 클라이언트와 불행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사각지대의 희망 잃은 시민들. 이것이 현재 복지선진국이라 불리는 영국의 복지 서비스 현장에서 목도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힐러리는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기존 복지제도의 문제점과 역량기반 접근의 중요성, 제도 바깥의 비공식적 영역에서 '관계'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구축 및 새로운 지표와 리더십 형성의 중요성, 더 수평적인 돌봄 관계를 촉진할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하며 근본적으로 사회의 시스템을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다섯 가지 핵심적인 실험(▲가족의 삶 ▲성장과 인생의 전환기 ▲좋은 일(직업) ▲건강하게 살기 ▲잘 늙어가기)을 했고, 그 경험과 실천을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의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맞닿음, 즉 '연결'이 있으며 이는 새로운 삶과 일과 돌봄의 방식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두 번째 세션은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Shared Lives Plus)의 대표 알렉스 폭스 (Alex Fox)와 앰배서더 토마스 민스(Thomas Mins)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유여원 경영고문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의 김정하 대표이사가 차례로 돌봄 혁신의 실천 사례와 고민에 관해 발표했다.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는 돌봄을 받는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어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 이상의 것을 목표하는 성인 사회 돌봄이다.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의 간병인은 노인, 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 또는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과 가족의 일원으로 살거나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한다.
 

▲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 가족. ⓒShared Lives Plus
▲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 가족. ⓒShared Lives Plus

알렉스 대표는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는 정해진 시간에 외부에서 가정으로 방문해 돌봄을 제공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하루의 생활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지원을 넘어, 우리 대부분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랑, 소속감, 관계 발전, 우리가 즐기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것들을 포함하여 사람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한다"라고 전했다.

토마스는 실제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에 함께 주거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했던 사례를 공유하며 "좋은 삶을 사는 것, 즐거움을 누리는 것, 내가 집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로 쉐어드 라이브즈 플러스 모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여원 경영고문은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활동에 바탕이 된 돌봄 철학과 함께 사람들이 협동의 관계망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환대 ▲개인의 성장 및 배움 ▲노동의 실천을 소개했다. 나아가 모두가 잘 돌보고 돌봄 받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과 자원, 제도와 실천에 관해 고민을 나눴다.

김정하 프리웰 대표이사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마주하는 뿌리 깊은 복지 관료주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어렵게 하는 여러 요소에 대해 짚었다. 차별과 혐오를 확대하는 문화, 능력주의, 자본의 계급화와 같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 복지기관의 위계적인 거버넌스와 수급자의 자격을 따지는 복지제도 혁신을 통해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가는 이들이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삶을 추구해나가도록 지원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서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서종균 주택관리공단 사장이 참석해 서비스와 자원, 인프라가 필요한 당사자를 수동적인 수혜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주체로 보는 역량 기반 접근과 시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돌봄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을 전인적(holistic), 총체적으로 보고, '관계'를 중심으로 한 연결을 통해 돌봄의 주요한 목적인 '좋은 삶'을 실현을 도와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콜렉티브 임팩트를 확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관계'이다. 옛날 어린이들 놀이에는 '깍두기'가 있었다. 깍두기를 통해 나이가 어린 동생이나 약한 친구,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고 모두가 재미있게 놀이에 참여할 수 있었다.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이 모두 각자 다양한 주체로 사회혁신의 프로세스에 참여할 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지역공동체, 기업, 사회적경제조직 등 각자의 분야를 넘어서 사회를 바꿔가려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발견하고, 의도된 협력과 성과를 만들어 서로의 깐부가 된다면 비로소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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