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 서울대회] "정체성, 불변하는 것 아냐" 협동조합 경쟁력 키우는 방법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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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 서울대회] "정체성, 불변하는 것 아냐" 협동조합 경쟁력 키우는 방법은 '혁신'
2일,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전체세션2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하기' 진행
  • 2021.12.02 19:10
  • by 노윤정 기자
▲ 2일 오전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전체세션2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하기'가 진행됐다. ⓒ라이프인
▲ 2일 오전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 전체세션2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하기'가 진행됐다. ⓒ라이프인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어떻게 정체성 강화를 협동조합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한 논의가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World Cooperative Congress)에서 이루어졌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주최하는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가 12월 1~3일 대한민국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 주제는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로, 2일 진행된 두 번째 전체세션(Plenary Session)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하기'에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협동조합의 경쟁력이 되도록 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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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션에는 퀘백 협동조합·공제조합 연합회(CQCM)의 카리나 르우(Karina Lehoux)가 퍼실리테이터를 맡았으며 장승권 성공회대학교 교수, 아도이아 멘디아(Idoia Mendia) 바스크주 부통령 겸 바스크주 고용노동부 장관, 이니고 알비주리 랜다자밸(Iñigo Albizuri Landazabal) 몬드라곤그룹 대외협력팀 글로벌 책임, 타룬 바르가바(Tarun Bhargava) 인도 비료협동조합 지속가능한 협동조합 개발팀 총괄 겸 ICA 기업가정신 씽크탱크(ICETT) 초대 회장, 실란디 브라운(Sylandi Brown) 미들 조지아 일렉트릭 멤버십 코퍼레이션(미들 조지아 EMC, 미국 조지아주 전력 협동조합)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가 패널로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원탁토론을 통해 가장 먼저 협동조합 정체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의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이 직면한 도전과제를 ▲환경 ▲기술혁신 등으로 정리하고, 환경 문제가 인류 모두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디지털 혁신(트랜스포메이션)으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실란디 스페셜리스트는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농촌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고 농촌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타룬 회장은 장 교수가 제기한 도전과제에 동의를 표하는 한편 "코로나19 이후 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일의 미래에 대한 실무그룹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니고 책임 역시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에 동의하며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면 다시 새로운 것이 나온다. 코로나19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고 "(빠른 변화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도이아 부통령은 지방정부의 입장에서 협동조합에 내재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협동조합이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인다고 말하며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위기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협동조합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했다. 또한 "협동조합은 사람 중심 조직으로서 사람과 기업 모두에게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 바스크에서는 공공기관이 지역 대학이 협동조합에 대한 지식을 청년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협동조합은 환경, 디지털 혁신이라는 문제를 당면한 동시에, 위기 상황 속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가진 재화 및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협동조합은 어떤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실란디 스페셜리스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협동조합 역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아야 하지만 혁신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어 그는 미들 조지아 EMC가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광케이블을 설치한 사례를 소개한 뒤 "조합원들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협동조합은 끊임없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며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새로운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장 교수는 1980년대부터 친환경 농업, 안전한 유기식품 등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만들어온 한국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만든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사례를 전하며 "한국의 협동조합들이 상당 부분 선도적으로 도전과제에서 앞서 끌고 나갔다. 특히 환경, 디지털 혁신에 있어서는 뒤처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이 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구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장 교수는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분들이 굉장히 빠르게 새롭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수용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더 낫게 만드는 모습을 연구자로서 매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룬 회장은 전염병 팬데믹 재난 속 식량 안보와 농민 권익 보호에 관해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휴대전화 기능에 의존하는 현대사회에서 농민들을 위한 사업 역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와 같은 혁신을 관리하는 이사회의 비전과 태도가 중요하다며 "변화의 속도가 정말 빠르다. 신속하게 필요한 기술을 조합원들에게 제공해줘야 한다. 빠르게 움직여야 도전과제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니고 책임은 재무적인 성과 면에서의 경쟁력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협동조합도 돈을 벌어야 한다"며 "협동조합이 돈을 더 많이 벌면 결국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은 서로 협력해야 하고 정부와도 협력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대를 수치로써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으며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연대가 중요하다. 당신이 힘들어지면 내가 (금전적으로라도) 지원해주겠다는 의미"라며 "협동조합 간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것을 기금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몬드라곤그룹이 지향하는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방안으로서 '정보'와 '투명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 원탁토론에서 답변하고 있는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 왼쪽부터 이니고 알비주리 랜다자밸 몬드라곤그룹 대외협력팀 글로벌 책임, 아도이아 멘디아 바스크주 부통령, 장승권 교수, 실란디 브라운 미들 조지아 EMC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 타룬 바르가바 ICETT 초대 회장, 카리나 르우. ⓒ라이프인
▲ 원탁토론에서 답변하고 있는 장승권 성공회대 교수. 왼쪽부터 이니고 알비주리 랜다자밸 몬드라곤그룹 대외협력팀 글로벌 책임, 아도이아 멘디아 바스크주 부통령, 장승권 교수, 실란디 브라운 미들 조지아 EMC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스페셜리스트, 타룬 바르가바 ICETT 초대 회장, 카리나 르우. ⓒ라이프인

이어 토론자들은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리더십, 기업가 정신에 대해 논했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의 가치, 정체성이 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냐는 질문을 강의할 때 자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믿으라고 말한다.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 행동, 참여로 연결되고, 행동과 참여가 곧 수익을 낼 수 있는 강화 요소, 포지티브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 된다"며 "자신이 일하는 조직의 힘, 가치를 믿을 때 더 열심히 일하고 소비해야겠다는 포지티브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며 조합원,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한국 4대 생협의 사례를 들면서 "그러나 4대 생협은 경영상 성과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나는 차이의 이유를 '혁신'에서 찾는다. 조합원의 필요를 기업가 정신에 기반하여 혁신적으로 충족하는 조합은 앞서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장 교수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전달하며 축적하기 위한 연구와 교육을 연구자들과 경영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아도이아 부통령은 협동조합이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요인으로서 참여, 연대를 중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조직 모델'을 꼽았다. 또한 협동조합에서 양질의 노동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보건안전과 산업안전의 측면에서 협동조합 모델은 훌륭한 양질의 노동 제공 조직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니고 책임 역시 "바스크 지역에서 산업안전과 관련된 수치를 비교했을 때 협동조합은 사고율이 (다른 형태 기업의)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이 사람을 우선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임금뿐만 아니라 투명성, 커뮤니케이션도 협동조합에서 훨씬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아도이아 부통령의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실란디 스페셜리스트는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혁신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청년들은 소비자로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재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를 의식하는 기업의 상품을 지지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할 때 친환경, 지역 중심 등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협동조합은 그러한 가치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이 점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들은 시대, 사회 변화에 발맞추는 '혁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 정체성이 불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켜야 할 핵심은 있지만 혁신과 함께 끊임없이 조정하고 재해석해야 한다"며 혁신을 통해 새롭게 변화된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는 협동조합의 정체성,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협동조합의 공헌 강화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 또한 이번 대회는 1895년 설립된 ICA의 125주년이자 1995년 채택된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한 ICA 성명 채택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서(제33차 대회의 본래 개최 예정 연도인 2020년 기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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