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사람들이 모였다, 지역이 삶터가 되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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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사람들이 모였다, 지역이 삶터가 되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①
  • 2022.01.22 18:00
  • by 노윤정 기자
09:17

2022년 범의 해가 밝아온다. 라이프인은 지난해 사회적경제 전문 미디어에서 소셜 솔루션 미디어로의 확장을 모색하며 한 해 동안 사회혁신, 지역문제, 기후위기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고 있는 개인과 조직을 취재해왔다. 이에 앞서 라이프인은 '범상치 않은 수다회-범 내려온다'를 통해서 세 영역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눈 바 있다. 올해 역시 '대전환을 위한 발상의 전환, 대환(換)장 수다회'로 각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논의하며 2022년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지역문제 섹션에는 전영수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좌장),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종수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 이사, 박용성 대구 애은성당 신부(이상 패널)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사회가 지역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진솔하고 날카로운 의견을 나누고, 언론으로서 라이프인이 지역문제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방향성을 고민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행사 내용을 기사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 Photo by Matt Donders on Unsplash
▲ Photo by Matt Donders on Unsplash

"모든 한국인의 마음은 서울에 있다. 어느 계급일지라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단 몇 주라도 서울을 떠나 살기를 원치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서울은 오직 그 속에서만 살아갈 만한 삶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최초 여성 회원인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조선을 방문한 후 저술한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urs, 1897)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 문장들은 수도에서의 삶에 가치를 둔 조선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으나, 2022년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설명하는 데 사용해도 어색함이 없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여전히 서울에서의 삶을 성공의 지표처럼 여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을 떠나서도 잘 살 수 있거든요!"

'2022년 라이프인 신년기획-대전환을 위한 발상의 전환, 대환(換)장 수다회 둘 지역문제'에서는 지역에서 사람들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지역을 삶터이자 일터로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지역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화 해소, 지방분권 실현 등을 논의했음에도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삶은 불균형하다. 이유를 찾자면 여러 방면에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면, 기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와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 지원이라는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인구가 비수도권 지역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던 것은 아닐지 돌아봐야 한다.

이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영수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좌장),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종수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 이사, 박용성 대구 애은성당 신부(이상 패널)는 실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작은 움직임처럼 보일지라도 지역을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활동들과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이날 패널 참석자들은 각각 인천 강화(협동조합 청풍), 충청남도 천안(아우내공동체), 대구(애은성당)에서 지역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김선아 이사

"강화도는 은퇴한 중장년층 인구가 유입되곤 있지만 청년 인구는 빠져나가면서 '소멸위험지역'으로 등록된 곳이다. 그래서 경제적 기반이나 문화·예술적 기반이 계속 약화되고 있다. 청풍은 강화도에서 청년의 경제적, 문화·예술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다른 지역 예술가들이나 지역주민, 지역 상인들과 협업하고 있다."

김종수 이사

"아우내공동체는 천안시 병천의 아우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은 낯설 수 있으나 아우내장터 만세운동, 병천순대는 들어봤을 것이다. 또, 농가인구가 많은 곳이다."

박용성 신부

"애은성당이 있는 대구 서구 평리동은 전국 단위에서 봐도 가난하기로 손꼽히는 작은 마을이다. 최근에는 이 안에서 주민들과 작지만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세 명의 참석자가 살고 있는 지역은 인구감소와 경제력 및 생활서비스 부족 등의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다. 지역의 자생적인 발전과 소득, 교육,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의 불균형 심화를 막기 위해서 대안이 필요한 곳이라는 의미다. 그곳에서 세 사람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 아우내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아우내쉼플스테이'. ⓒ라이프인
▲ 아우내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아우내쉼플스테이'. ⓒ라이프인

아우내공동체는 2013년 '아힘나 대안학교'에서 시작한 마을기업으로, 기억과 평화 사회적협동조합, 아리아리 협동조합, 주민신용협동조합,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가 '아우내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김종수 이사의 경우 기억과평화사회적협동조합(상임이사),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공동대표), 천안시 병천면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등에서 활동하며 공동체를 만들고 '협동조합 간 협동조합'을 시도하며 지역문제를 지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종수 이사는 "우리는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일정한 교육 공간이 필요했고 그러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학교를 운영했다. 천안에도 그런 과정을 통해 오게 됐는데, 몇 년 전 천안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큰 수해를 입은 적이 있다. 그때 학교 건물이 망가지면서 신입생을 받지 못하게 됐고, 우리 뜻을 이어 나갈 방법을 고민하다가 마을교육공동체로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지역사회로 '하산'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예전과 다른 방식의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만들자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래서 우리는 철저하게 개인의 삶을 보장하면서도 개개인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를 가지고 연대하는 방식, '협동조합 간 협동'을 공동체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협력할지,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애은성당. ⓒ라이프인
▲ 애은성당. ⓒ라이프인

박용성 신부는 과거에는 종교시설이 마을 안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종교시설이 담장으로 가로막히고 이웃들과 어울리지 않게 된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애은성당 안에서도 야학이 운영되는 등 마을공동체 활동이 이루어졌었는데 1990년대 이후 마을이 쇠락하면서 성당 역시 침체됐다.

박용성 신부는 이렇게 열악한 지역에도 공동체가 살아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그는 사제로 서품되기 전 아름다운가게,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박용성 신부는 경험적으로 지역의 가능성을 확신했고,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가깝게 관계를 맺으며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고자 했다.

우선, 성당이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재구성했다. 가장 먼저 담장을 허물었고, 성당 안에 카페를 만들어서 주민들이 모이고 작가 전시 등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애은성당은 코로나19 초창기 대구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을 때, 지역 교회 목회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센터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방정부 마을사업을 통해 성당 안에 조성한 마을식당과 마을책방은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만나고 세대 간 교류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마을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고 간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이곳이 아지트가 됐다. 예전에는 몇몇 아이들이 공원을 점령하고 버릇없는 행동을 꾸짖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큰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질 못한다"는 것. 또한 위드교회 정민철 목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 지회장)가 이사장으로 선임된 위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위드의료사협)의 주 사무실 역시 애은성당 안에 들어와 있다.

▲ 협동조합 청풍에서 운영 중인 공간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협동조합 청풍에서 운영 중인 공간들. 온라인 화면 갈무리.

김선아 이사가 속한 협동조합 청풍은 피자집에서 시작하여 현재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민박'과 '스트롱파이어 펍', 기념품 숍인 '진달래섬'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의 청년 상점, 외지의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선아 이사는 최근 청풍이 '강화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마을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와 관련하여 "우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활동하는 청년 상점이 30여 개 정도 있다. 업종도 책방, 비건 카페, 양조장 등 다양하다. 지역에 와서 무엇을 해서 먹고살 수 있을까, 어떤 삶의 경로가 있을까,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많이 하지만, 지역에서 살아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삶의 경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친구들과 컬래버레이션 하면서 '우리는 지역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강화도라는 지역이 새로운 삶의 경로를 찾아보는 실험의 장이 될 수 있게끔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선아 이사는 "즐겁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사업을 9년 정도 하다 보니까 공동의 가치관을 공유한 공동체가 되어야 지속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지향하는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면 우리와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강화 유니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화 유니버스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는 로컬, 주체성, 존중, 다양성, 소통, 재발견, 생태, 환경, 안심, 즐거움, 연결 등 11가지. 이 사업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600여 명이 강화도를 다녀갔고, 여러 로컬 콘텐츠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활동에 제약이 생겼던 예술가들은 지리적인 한계를 넘어 강화라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연결되고 작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 상인들에게 계속 손을 내밀었다. 김선아 이사는 "예전에는 우리가 상인 분들에게 가게 문 닫고 같이 축제하자고 하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하셨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문화·예술적 요소들이 서로 연결된 감각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축제 같은 행사를 할 때 가게를 닫고 함께하겠다고 말해주신다"라며 "이런 변화는 단순히 개인의 삶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개방적이고 외부인을 환대하는 곳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야 이주민이 왔을 때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착해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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