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사람들이 모였다, 지역이 삶터가 되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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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사람들이 모였다, 지역이 삶터가 되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간다"②
  • 2022.01.22 18:00
  • by 노윤정 기자
11:17

2022년 범의 해가 밝아온다. 라이프인은 지난해 사회적경제 전문 미디어에서 소셜 솔루션 미디어로의 확장을 모색하며 한 해 동안 사회혁신, 지역문제, 기후위기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고 있는 개인과 조직을 취재해왔다. 이에 앞서 라이프인은 '범상치 않은 수다회-범 내려온다'를 통해서 세 영역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눈 바 있다. 올해 역시 '대전환을 위한 발상의 전환, 대환(換)장 수다회'로 각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논의하며 2022년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지역문제 섹션에는 전영수 한양대학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좌장),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종수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 이사, 박용성 대구 애은성당 신부(이상 패널)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사회가 지역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진솔하고 날카로운 의견을 나누고, 언론으로서 라이프인이 지역문제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방향성을 고민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행사 내용을 기사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①에서 이어짐)

왜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나요?

▲ 강화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강화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 온라인 화면 갈무리.

한국 사회는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왔고,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이후 사람들은 로컬의 가치를 재발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터와 일터는 '서울'이다. 라이프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했고, 그 키워드로 '사람'과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를 상정했다.

하지만 좁게 봐서는 개인의 경험, 보다 넓게 봐서는 세대 간 경험의 차이에 따라 상상하고 원하는 공동체의 모습은 다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종수 협동조합 아우내공동체 이사, 박용성 애은성당 신부 역시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상이했다.

청년세대에 속하는 김선아 이사는 "공동체의 필요를 느끼거나 지역을 사랑해서 공동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직장 동료들과 강화도에 놀러 왔다가 청풍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껴서 자주 찾아갔다. 어느 날 보니까 게스트하우스 직원을 구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1~2년 정도 일해보면 재미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강화에 온 후 2년여가 지날 때까지 주소지는 여전히 서울로 되어 있었다.

▲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선아 협동조합 청풍 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나는 서울 사람이지만 잠시 강화도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강했던 김선아 이사가 강화도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김선아 이사는 "서울에서는 한 지역에서 20년 정도를 살았는데도 동네 친구나 단골 가게가 없었다. 그런데 강화에서는 2년 사는 동안 많은 동네 친구들이 생겼다. 이런 게 공동체구나, 다시 서울에 가면 이렇게 친구들이 많은 동네에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마을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일해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다음 세대를 위해서 자원을 나누고 공유해야 된다는 말을 들을 때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가 가진 게 없는데 왜 다음 세대를 위해 나눠야 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산마을고 친구들과 함께할 때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다른 도시로 떠나는 대신 강화도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나의 스무 살을 강화도에서 시작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 세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용성 신부와 김종수 이사는 기존에 경험했던 공동체의 힘과 역할, 그리고 지금의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용성 신부는 "청풍 사례처럼 젊은이들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마을의 문화를 찾아가는 일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종교시설이 열려야 한다. 종교시설이 예배드리지 않는 시간에는 청년들에게 공간을 내어줄 수도 있지 않나"고 종교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제안했다.

또한 "마을 안에 외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만들고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마을사업을 하고 있는 지역들이 겪는 문제 중 텃세 문제와 예산 문제가 가장 크다. 이런 부분에서 종교 공동체 같은 큰 공동체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수 이사 역시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동체가 운영하는 마을사업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을사업이 단발성 프로젝트, 실험적 차원에 머물게 되고 지역의 자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김종수 이사는 '로컬이 주목받고 있다'는 명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정말로 로컬, 지역을 생각하고 있는지 역으로 질문을 드리고 싶다. 지역에 살면서 느끼는 점은 지역문제를 이야기할 때 실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다만 대상이 된다. 주민들은 연구의 대상, 혹은 상품 개발의 대상이나 정책의 대상이고, 비주체적인 존재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촌 문제를 이야기할 때도, 농민들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꼭 컨설팅 업체가 함께한다"고 토로했다. 당사자인 농민, 주민들을 객체로 상정하고 주민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아울러 김종수 이사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하는 농촌 정책은 실패했다. 이제는 사람이 돌아오도록 하는 농촌 정책을 기성세대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요?

▲ 김종수 아우내공동체 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 김종수 아우내공동체 이사. 온라인 화면 갈무리.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혹은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요인이 필요하다. 이에 참석자들은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에 대하여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김종수 이사는 '자본', 정확히는 '자본으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이 있는 곳에서 도전했으면 좋겠다. 기업이나 시중 은행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 활동을 하지 않나. 사회공헌 활동을 흉내 내듯이 하지 말고, 지역에 있는 NPO, 협동조합,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들과 MOU를 맺고, 과감하게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우내공동체의 경우에도 주민신협과의 협약, 투자로 활동의 큰 전환을 맞은 바 있다.

김종수 이사는 이와 관련해 "신협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어부바하고 그것을 신협의 자랑거리로 삼으라고 말했다. 그렇게 할 때 활동가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지역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도 결국 자본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역에 시혜적으로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MOU 방식으로 간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역의 자생력을 높일 방안을 제언했다.

▲ 박용성 신부. 온라인 화면 갈무리.
▲ 박용성 신부. 온라인 화면 갈무리.

박용성 신부는 기존의 틀을 깨는 사람들 간의 '연대'를 이야기했다. 그는 "사회활동가로서, 종교인으로서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늘 생각한다. 답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라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기존 틀에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애은성당이 위치한) 평리동에 재개발 바람이 불었다. 이 동네에는 예전에도 다섯 번 정도의 재개발 이야기가 있었는데, 나는 그걸 바꿔보고 싶다. 재개발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기존 방식대로 살지 않아도, '거꾸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진 공동체가 더 많이 생기고, 그 공동체들이 서로 연결되고. 이런 연대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낼 큰 힘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선아 이사는 '협력의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생 때도 친구들과 팀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팀 프로젝트가 정말 협력의 경험이었을까? 구성원 개개인이 성장했는지,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면서 끝까지 함께했는지, 사람이 우선이 됐는지, 이런 것들이 성과의 지표가 되는 협력의 경험은 별로 해보지 못한 것 같다"고 운을 떼며 "이런 협력의 경험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왜 다음 세대를 위해서 내 것을 나눠줘야 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아닐까. 협력의 경험이 없다면 앞으로도 자본의 세대 전수만 이루어지지, 자본의 공유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협력의 경험은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 협동조합 청풍이 꾸준히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주민과 이주민,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무엇인가를 함께하고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김선아 이사는 "우리가 즐겁기 위해서, 우리 지역에 필요해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하지만,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협력의 경험도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꿈꾸고 있는 미래가 있다면?

▲ 협동조합 청풍은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 일환으로 강화 지역에 '강화유니버스'를 조성하고 있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 협동조합 청풍은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 일환으로 강화 지역에 '강화유니버스'를 조성하고 있다. 온라인 화면 갈무리.

지역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다. 동시에 기존과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곳이고, 협력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소외되어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이 가진 매력을 어떻게 널리 알릴 수 있을까? 참석자들에게 지역이 가진 매력과 살고 있는 지역에서 꿈꾸는 미래가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김선아 이사는 "사람들이 '강화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이전에 '강화에 자주 놀러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그래서 섬살이 프로그램 같은 것을 할 때도 참여자들에게 동네 친구를 소개해준다. 그러면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역과 그 친구의 삶에 대한 존중이 생기고, 그 마음이 지역살이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화 안에 더 많은 친구들이 있길 바라고, 재미있는 일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강화에 다녀간 친구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더 자주 방문하고, 그러다가 강화에 터전을 잡기도 하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한 마을에서 이어져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김선아 이사는 지역에서 문화적인 자산뿐 아니라 물질적인 자산도 만들고 나눌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아직 가진 자산이 너무 없다. 그래서 최근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작은 건물을 하나 짓고 있다. 이 건물은 동네 친구들과 같이 운영하면 어떨지 구상하고 있다. 돈도 많이 벌고 자산도 생겼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자산을 다음 세대 친구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웃으며 소망을 전했다.

▲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 역사관. ⓒ라이프인
▲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 역사관. ⓒ라이프인

이어 박용성 신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이 있다. 내 것을 지키려고 하는 마음만 갖고 있어서는 지역을 회복할 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키는 것이 아니라 열어주고 나눠주어야 새로운 것이 다시 채워진다. 그러한 힘이 세상으로 흘러가면서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며 "이타적 방식들이 거꾸로 살아가는 공간으로서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종수 이사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가치에 공감하고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확대·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기억할 때 많은 사람들이 유관순 열사는 쉽게 떠올리지만, 마찬가지로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김구응 열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풀뿌리에서 마을과 역사를 지켰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민(民)이 마을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아는 것은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아우내공동체가 역사 복원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례로, 아힘나평화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조성된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 역사관'은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대상으로 자행된 관동대학살의 진실을 규명하고 올바른 역사를 전승하기 위한 노력이 담긴 공간이다.

이어 김종수 이사는 '자원의 공유'를 강조하며 "민주주의라고 하면 정치적 의미의 민주주의만 떠올리기 쉽지만, 자본을 민이 함께 소유하는 자본의 민주화, 역사·문화의 민주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폭넓은 의미에서의 민주화가 이루어졌을 때, 마을의 진정한 매력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하여 지역을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 방법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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