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기후위기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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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기후위기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
기후위기와 먹거리 … 뭘 먹을까?
  • 2022.01.28 22:00
  • by 이진백 기자
11:21

2022년 범의 해가 밝아온다. 라이프인은 지난해 사회적경제 전문 미디어에서 소셜 솔루션 미디어로의 확장을 모색하며 한 해 동안 사회혁신, 지역문제, 기후위기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고 있는 개인과 조직을 취재해왔다. 이에 앞서 라이프인은 '범상치 않은 수다회-범 내려온다'를 통해서 세 영역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나눈 바 있다. 올해 역시 '대전환을 위한 발상의 전환, 대환(換)장 수다회'로 각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논의하며 2022년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기후위기 섹션에는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좌장), 방앗간컴퍼니 김민영 대표, 한국유기농연구소 유병덕 부소장, 니나의 밀밭 이하연 공방장(이상 패널)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어떤 먹거리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그리고 먹거리는 기후위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먹거리를 통해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진솔하고 날카로운 의견을 나누고, 언론으로서 라이프인이 기후위기 문제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방향성을 고민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했던 행사 내용을 기사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이 국가적인 화두로 주목받으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생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절박한 지금과다한 탄소배출을 근간으로 하는 관행농업의 대안으로써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농업과 먹거리를 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라이프인은 먹거리를 통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해 가는 4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2회 수다회(대전환을 위한 발상의 전환, 대환(換)장 수다회)'를 온라인 줌(Zoom)으로 개최했다.

'기후위기와 먹거리'를 주제로 열린 이번 수다회에는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와 김민영 방앗간컴퍼니 대표, 유병덕 한국유기농연구소 부소장, 이하연 니나의 밀밭 공방장이 참여했으며 라이프인 기자와 후원회원(라이프지기)들이 함께 했다.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대환(換)장 수다회 셋, 기후위기'에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생산자, 소비자들이 연대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농업·농촌의 사회적·공동체적·환경적 가치 창출을 위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 실천 방안으로 ▲소비기한을 통한 음식물 쓰레기 절감하기 ▲생태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농업 패러다임 전환하기 ▲농(農) 가치의 사회적 재발견 ▲생산과 유통, 소비 등 먹거리 체계 전환하기 등의 주장이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공유됐다. 

 단체 및 집중해서 하고 있는 활동 소개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 (이하 '정')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
▲ 김은정 소비자기후행동 상임대표

사단법인 소비자기후행동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비자운동 조직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아이쿱생협 조합원, 소비자 시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모여 조직됐다. 지난 2020년 12월 전국 100여 명의 소비자가 비대면 집담회를 통해 소비자기후행동에 대한 결의를 다졌고, 지난해 1월에는 조직화를 희망하는 회원 600여 명의 의지를 모아 총회를 개최했다. 지구를 생각하는 소비자가 직접 실천을 해야 나와 이웃 그리고 기업과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개선 활동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식품 소비기한 표시제도 지지 캠페인'을 펼쳤다. 유통 중심의 기한표시 대신 실제 먹을 수 있는 '소비기한'으로 표시제도를 바꾸자는 취지다. 지난해 6월 상임위를 통과하고 8월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오는 2023년부터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하반기부터는 'No 플라스틱 캠페인'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생수병 사용하지 않기,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를 부착해 미세섬유 배출 저감활동에 동참하기 등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실천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김민영 방앗간컴퍼니 대표 (이하 '영') 

▲ 김민영 방앗간컴퍼니 대표
▲ 김민영 방앗간컴퍼니 대표

외식업들이 대부분 가맹이나 프랜차이즈 형태로 많이 성장하는데 방앗간컴퍼니는 2014년부터 7년 동안 직영으로 5곳의 소녀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하는 농산물을 친환경, 유기농으로 기준하지는 않는다. 소규모 지역 생산자분들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생산자가 자발적으로 친환경·유기농업을 실천하는 것을 가장 장려하고 있다. 외식업에서 보면 국산 농산물만으로 100% 운영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일부 품목(발효장, 참기름 들깻가루 등)에서는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음식물 쓰레기가 가정에서 나오는 것보다 업소에서 나오는 것이 많다고 알고 있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유통기한 대신에 소비기한으로 변경되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잉여 농산물을 활용해서 매일 다른 반찬을 만들어 직영매장에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 식품 포장재만 해도 지금 저희가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 자체가 아예 없다. 물류가 자체적으로 이동을 할 때도 케이스 안에 넣는다든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100%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다. 2021년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캐주얼 다이닝 브랜드 하나를 런칭해서 신규매장 하나를 오픈했고, 2020년에는 지역의 건채소를 활용한 로컬티 카페 하나를 오픈했다. 도시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농산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이하연 니나의 밀밭 공방장(이하 '연')

▲ 이하연 니나의 밀밭 공방장
▲ 이하연 니나의 밀밭 공방장

전라북도 순창에서 2016년부터 밀농사를 짓고 있다. 서울에서 농사를 모르고 내려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밀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제일 쉬워 보여서 밀농사를 시작하게 됐는데 어려움이 많다. 그중 하나가 생산된 밀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특히 당시에는 밀 재고량이 많아 소비가 어려운 시기였고, (자체 생산량이 적어) 판매할 수 있는 루트조차 없는 상태였다. 생산된 밀로 빵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니나의 밀밭'이라는 공간을 만들어서 사람들과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판매에 대한 고민도 생겼지만 생산량이 많지도 않은데 굳이 택배로 판매를 해야하는 고민이 더 컸다. 그래서 지역에서 구매와 판매가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물이 '요일부엌 마슬'이라는 곳이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한 이웃 6명과 함께 했다. 쌀농사를 짓는 사람은 백반요리를, 밀농사 짓는 사람은 빵요리를 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요일을 채워가는 식당을 열었지만 아쉽게도 12월 말에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 

이상(理想)은 생산된 것들을 지역에서 소비하고 싶지만 지역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순창의 인구가 3만 명이 안 된 것이 몇 년 됐다. 현재 문제는 생산할 수 있는 인구와 소비할 수 있는 인구 둘 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유병덕 한국유기농연구소 부소장 (이하 '덕')

유병덕 한국유기농연구소 부소장.
▲ 유병덕 한국유기농연구소 부소장.

한국유기농연구소는 대한민국 유기농·친환경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힘쓰겠다는 꿈을 가지고 2013년 설립된 회사다.

국내에서 친환경 농업의 비중은 전체 농업의 5% 정도로 평균적으로 볼 때 유럽국가의 평균보다도 높다. 유기농은 하나의 생산양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친환경이나 유기농을 하나의 브랜드로 생각해 왔다. 어느 회사가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개별적으로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이 정책 자체가 브랜드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일반농산물과 구별하려고 '더 가치가 높고, 더 특별한 것이야'라고 마케팅을 하게 되었고 그 포인트가 바로 '농약 없음'이었다. 2000년대 초반 아토피나 천식 등 환경병이 많이 퍼졌을 때는 이러한 마케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통계적으로도 아토피 환자가 많이 줄었고 줄어드는 추세다. 유기농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일반농산물의 안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반농산물이 품질이 낮거나 혹은 안전하지 않으면 유기농이 인기가 많겠지만 일반농산물의 안전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기농을 더 찾아야 한다는 동기가 줄어들었다.

■ 활동과 기후위기의 연관성 

 = 유기농의 가치를 '농약 없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직ㆍ간접적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부분(약 24%)이 농업 분야에서 유래하는 만큼 농업은 기후위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 해결책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가에서 논농사·밭농사의 부산물로 가축을 키우고 가축분뇨를 퇴비화하여 다시 땅에 뿌려 작물을 키워내는 이른바 자원순환형 농업(경축순환농업)의 확산을 제시한다. 

= 겨울철에도 논과 들이 초록이라면 기후위기에 상당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소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이모작을 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갖게하는 부분인 것 같다.    

=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기후위기 등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지구촌의 문제가 진짜 내 삶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내 미래의 문제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상황이 현재 상황이 되어 피부로 와 닿는 것 같다.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아마 모든 문제의 시작인 것 같다. 단백질보다 채식이 차지하는 식단의 비중을 높여 식단을 구성하고자 하고 이런 조금씩의 노력들이 쌓이고 있다. 

= 단일 산업 영역으로는 축산업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다. 담대한 먹거리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육식 중심 사회를 탈(脫)육식과 채식 중심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 시대 우리 농업 생태계 변화를 위한 과제는?

= 협업의 즐거움과 소비패턴의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 생산자는 농산물 판매와 더불어 2,3차 가공품을 통해 보다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바뀌게 생산양식도 바뀌게 된다.

 =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은 단작 혹은 연작이 아닌 혼작과 윤작이다. 다양한 작물을 키워야 한다. 농업에 대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은 농업을 식량을 생산·공급하는 산업으로 보았다. 그런데 지금은 식량만의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 농촌에는 문화가 있고, 공동체라는 전통적인 정신과 관광, 체험 등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여러 가지 모든 것이 있는 곳이 바로 농촌이다. 식량농업을 중심으로만 보다 보니 '안전한 농산물', '안전한 식품' 쪽으로 지향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생각의 틀을 '안전한'에서 '건강한'으로 바꾸는 사고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는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안전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위험의 요소, 위험의 잠재성이 없게끔 뭔가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강한 것은 나쁜 것(억제해야 될 것, 안좋은 것) 중심에서 좋은 것 중심으로 시각을 바꾸면 그때부터는 건강이 추구되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그래서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고 결국 지금 기후위기에 맞닿아 있는 이 시점에서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농업양식(생태계 조성)을 추구하면 저절로 식품 안전도 따라오게 된다.    

■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라이프인이 어떤 방향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으면 좋을까?

 = 소비자들이 관심있어 하는 영역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면 좀 더 관심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시각에 눈높이를 맞추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눈높이에 맞는 구성으로 시작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 여러 언론을 보면 농업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의 농업을 조금 더 중요하게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 농업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과 더불어 농업에 눈을 돌리고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지구가 겪고 있는 이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농업은 단지 식량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꾸어야 할 매우 중요한 우리의 터전이다. 

 = 애독자가 단지 글을 읽는 것을 넘어 실천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일례로 체험농장 방문기 또는 상품 체험기 등과 같이 가벼운 콘텐츠들을 생산해 주시는 것이 어떨까 생각되고 농업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정말 재미있고 쉽게 따라 할 수 있겠다는 사례를 자주 보여주는 역할을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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