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오딧세이, 공자와 맹자④] 맹자의 생각: 실천을 통한 나와 세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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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오딧세이, 공자와 맹자④] 맹자의 생각: 실천을 통한 나와 세상의 변화
  • 2022.02.10 09:00
  • by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09:42

■ 인자무적(仁者無敵)의 왕도정치

맹자 초상화.
▲ 맹자 초상화.

맹자는 공자의 뜻을 이어받아 힘(覇道)과 사익(利)의 세상과는 다른 인의의 정치를 실현하려 노력했다. 『맹자』의 첫머리는 자기나라에게 이로운 대책을 알려달라는 양(위)나라 혜왕의 요청과 이에 대한 맹자의 준엄한 대답으로 시작한다. 

"임금께서는 어짊과 의로움에 대하여 말씀하시면 그뿐이실 터인데, 어찌하여 굳이 이익에 대하여 말씀하려 하십니까? 왕이 나라의 이익만을 말씀하시면 귀족들은 일족의 이익을, 나머지 백성은 자신의 이익만을 말하게 됩니다. 위아래가 온통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남의 것을 서로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어질면서도 그의 부모를 소홀히 한 사람은 없었으며, 의로우면서도 그의 임금을 뒤로하였던 사람은 없습니다."(양혜왕상:1). 

양혜왕은 절실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동쪽의 제(齊)나라에게 패해 맏아들이 죽었고, 서쪽으로는 진(秦)나라에게 땅을 700리나 빼앗겼다. 남쪽으로는 초(楚)나라에게 치욕을 당했다. 그런데도 맹자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만이 부국강병의 비책이라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높은 성과 깊은 해자, 예리한 갑옷과 무기, 넉넉한 식량도 백성의 신망이 없다면 나라를 보존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공손추하:35). 인자무적(仁者無敵), 어진 사람에게는 대적할 자가 없다는 것이다(양혜왕상:5).

■ 여민동락(與民同樂)의 분배와 복지

왕도정치의 중심은 백성이었다. 왕은 즐기는 것도 걱정하는 것도 모두 천하(백성)와 함께해야 왕도정치가 실현되는 것이었다(양혜왕하:11). 맹자는 늙은 홀아비와 과부, 자식 없는 독거노인, 아비 없는 아이를 천하의 외로운 백성(天下之窮民)이라고 칭하며 그들을 가장 먼저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양혜왕상:12). 백성을 구빈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살인자와 마찬가지다. 흉년에 사람이 굶주려 죽는다면, 그것은 마치 사람을 찔러 죽이고도 내가 아니라 무기가 죽였다고 변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런 그의 말에 양혜왕이 그나마 자신은 노력했다고 자랑하자 도긴개긴 '오십보백보'라고 일갈했다(양혜왕상:3). 

그래도 맹자는 공자보다는 현실적이었다. 일반 백성 모두가 가난 속에서도 정도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았다. 그래서 통치자는 백성의 생업 마련에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양혜왕상:7). 형벌과 세금을 가벼이 하고 예의도덕을 강조한다면, 강대국인 진나라와 초나라가 침략해 와도, 백성들의 호응으로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그는 토지의 평등분배를 위한 정전법(井田法)을 주장했다. 정전법은 정(井)자 모양으로 토지를 아홉 등분하고, 그중 일부(1/9)만 공동 작업하여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다. 나머지는 모두 농민에게 나누어준다(등문공상:51). 성(城)의 상인들에 대해서도 만약 독점적 지위를 이용(농단:壟斷)하지 않는다면, 점포세만 받고, 나머지 물품세, 통행세, 각종 생활잡세는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공손추상:30).

■ 백성은 귀(貴)하고 군주는 가볍고(經)

공자는 임금이 신하를 예(禮)로서 부리고, 신하는 임금을 진실(忠)로 섬겨야 한다고 말했다(팔일:19). 맹자에 이르면 이 관계 설정은 더욱 명확해진다. 백성이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 나라는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장 가볍다(진심하:241). 만약에 임금이 신하 보기를 흙이나 지푸라기처럼 대한다면 신하들은 임금을 적이나 원수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루하:96). 심지어 백성을 배반하는 임금은 죽여도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맹자』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읽어보자.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은(殷)나라 탕(湯)임금이 걸(桀)왕을 내쫓고, 주(周)나라 무(武)왕이 주(紂)왕을 쳐 죽였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전하는 기록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신하가 그의 임금을 죽여도 괜찮습니까? 
어짊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부르고, 의로움을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부릅니다. '잔'과 '적'에 속하는 사람을 한 사내라 부릅니다. 한 사내 주(紂)를 쳐 죽였다는 말은 들었으나, 임금을 죽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양혜왕하:15).

위와 같은 말에 명나라 태조 주원장(1328-1398)은 격노했다. 그래서 공자묘에 있는 맹자의 위패를 철거하고 『맹자』 가운데 85조목을 삭제해 버렸다. 그러나 위대한 사상은 한 때의 권력으로 억누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상의 힘은 긴 인류 역사의 열망을 반영하며 면면히 이어져온다. 맹자의 생각은 결국 살아남아 무도한 권력에 항거하려는 수많은 지식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 왕도정치의 기반(1): 인간의 착한 본성

맹자에게 있어서 성선설(性善說)은 도덕정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무기였다. 맹자는 인간 마음속에는 짐승과 구분되는 특유의 "차마 참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애가 엄금엄금 기어가 우물 속으로 떨어지려 할 때 황급히 달려가 그 아이를 구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어린아이 부모와 사귈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도 아니고, 마을사람이나 친구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를 바라기 때문도 아니며, 어린아이의 위험을 보고만 있었다는 자기에 대한 평판이 싫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아이를 구하게 되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아이를 구하고 마는 심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한 후 그는 유명한 인의예지의 사단(四端)론을 펼친다. 인간 마음속에 존재하는 측은히 여기는 마음 때문에 어짊(仁)이 시작되고, 잘못된 것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의로움(義)이 시작되며, 남에게 사양하는 마음 때문에 예의(禮)를 갖추게 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 때문에 지혜(智)가 시작된다(공손추상:31). 

그런데 실제 인간들은 왜 그리 각박해졌을까? 그것은 사람들이 착한 본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맹자는 이것을 우산(牛山)의 비유로 설명한다. 제나라 동쪽에 우산(牛山)이라는 헐벗은 산이 있었다. 산이 헐벗어진 이유는 사람이 도끼로 나무를 찍고 소와 양이 새싹을 뜯어먹었기 때문이지 원래부터 산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맹자는 말한다. "올바른 양육을 받기만 한다면 자라지 않는 물건이란 없으며, 진실로 올바른 양육을 받지 못한다면 소멸되지 않을 물건이란 없다."(고자상:153).  

■ 왕도정치의 기반(2): 호연지기(浩然之氣)

그러면 우리들의 마음은 어떻게 가꾸어가야 할까? 맹자는 인간이란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성군이던 요(堯)임금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면 요임금처럼 되고, 폭군이던 걸(桀) 임금과 같이 말하고 행동한다면 걸처럼 되는 것이다.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옳은 일(義)을 반복적으로 실천했을 때 호연지기라는 기운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 기운은 "의로움이 모여서 생겨나며", "잘 기르면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게 되는 것"이라 맹자는 설명한다. 그런데 호연지기란 금방 자라지 않는다. 이 점을 강조하며 설명한 것이 그 유명한 알묘조장(揠苗助長)이다. 

"송나라 사람 중에 그의 곡식 싹이 잘 자라지 않은 것을 걱정하여 곡식 싹을 뽑아 올려준 자가 있었지. 그는 멍청히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사람들에게 오늘은 너무 지쳤어! 난 곡식 싹이 자라는 것을 도와주고 왔지! 라고 말했다는 거야. 그래서 그의 아들이 밭으로 달려가 보니 곡식 싹은 모두 말라 죽어 있었네. 올바른 일이 유익하지 않다고 그것을 버려두는 사람은, 곡식 싹을 김매어주지 않는 사람과 같지. 그런데 올바른 일이라고 억지로 빨리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곡식 싹을 뽑아주는 사람과 같은 일이네. 모두 무익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지."(공손추상:25).     

의로운 행동은 지속적으로 축적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맹자는 그래서 의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물을 "아홉 길이나 파고도 샘에 미치지 못하면 우물 파는 일을 그만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진심상:210). 인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 힘찬 기상과 실천윤리

『논어』에는 공자의 눈물과 회환, 그리고 기쁨과 희망의 언어로 꽉 차 있다. 그러나 『맹자』 속에는 공익정신으로 똘똘 뭉친 당찬 한 인간의 모습만이 부각된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집필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40에 불혹(不惑)을 말했던 공자와 같이 맹자도 40에 부동심(不動心)을 말하고(공손추상:25), 대장부로서의 힘찬 기상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천하라는 넓은 거처에 몸을 담고, 천하의 올바른 자리에 서서, 천하의 위대한 도를 행하여야 하오. 뜻을 이루면 백성들과 더불어 위대한 도를 따라 일하고, 뜻을 얻지 못했을 적에 홀로 올바른 도를 행하는 것이오. 부하고 귀한 지위도 그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가난하고 천한 신분도 그의 뜻을 바꿔 놓지 못하며, 위압과 무력으로도 그를 굴복시키지 못하오. 이런 사람을 대장부라 하는 것이오."(등문공(하):57).

맹자가 가르쳐준 중요한 교훈은 한 사회의 도덕과 신뢰수준이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참여와 행동의 긴 축적을 통해서 늘어난다. 세상은 금방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뀌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러한 꾸준한 실천윤리는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도덕적 미덕은 일상의 교육과 반복된 실천을 통한 습관화에 의해 성장한다.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여름이 오는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건축을 해봐야 건축가가 되고, 뤼라를 연주해봐야 뤼라 연주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올바른 행동을 해야 올바른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행동을 해야 절제하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행동을 해야 용감한 사람이 된다."(『니코마코스윤리학』 2권). 위대한 선현의 이야기는 모두 어딘가 통한다. 
 

▲ 맹자언해(孟子諺解) : 『맹자(孟子)』에 토(吐)를 달고 우리말로 언해(諺解)한 책이다. 소장본은 영본(零本)으로 2권1책(제 5, 6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 맹자언해(孟子諺解) : 『맹자(孟子)』에 토(吐)를 달고 우리말로 언해(諺解)한 책이다. 소장본은 영본(零本)으로 2권1책(제 5, 6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공자와 맹자>의 전체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덕치라는 시대정신
2. 공자와 맹자의 삶
3. 공자의 생각
4. 맹자의 생각
5. 공자와 맹자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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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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