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왜 우리밀이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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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왜 우리밀이 중요할까?
  • 2022.03.02 18:27
  • by 송소연 기자
08:45
ⓒ임태희
ⓒ임태희

옥천의 금강밀, 순창의 백강밀, 구례의 앉은키밀, 제주의 검정밀, 보성의 새금강밀까지. 땅과 공기, 햇빛, 바람이 더해져 자란 밀에서는 각기 다른 맛과 향이 난다. 우리는 이미 하루에 한끼는 밀을 주식으로 먹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로 국산 밀은 수입 밀에 밀려 점점 더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나치게 따뜻했던 겨울과 봄추위, 긴 여름장마로 다가온 기후위기는 밀농사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라이프인은 우리밀 생산자, 가공업자, 소비자, 정부관계자에게 우리밀이 왜 중요한지, 우리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Q1. 우리밀과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Q2.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Q3. 지속가능한 우리밀 농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 임태희 우리밀 생산자. ⓒ임태희
▲ 임태희 우리밀 생산자. ⓒ임태희

농사짓는 목수 임태희 생산자

충북 괴산에서 밀농사와 집을 짓고, 농가밀과 몇 가지 소소한 농산물도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 괴산댁은 우리밀로 천연 발효빵과 수제맥주를 만듭니다. 10년 차 우리밀 농가로 올해는 5천여 평의 밭에서 백강, 금강, 앉은뱅이밀, 호밀를 심어 유기방식으로 재배하고 자가채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밀은 겨울에 농사를 짓기 때문에 황량한 겨울 들판을 푸르게 만들고, 탄소를 땅에 묶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밀을 많이 소비하고 수입을 줄인다면 탄소 거리가 짧아지지 않을까요? 밀을 재배해보니 화학비료나 제초제가 거의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풀이 나더라도 그냥 둡니다. 약재는 고소득인 대신에 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밀은 가만히 보고 즐거워하면 됩니다. 

하지만, 콩과 비교해도 1/7밖에 안 될 만큼 소득이 적어, 지속적으로 농사짓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밀 농사를 짓고, 빵을 만드는 사람의 수진이 높아져 농법이나 제분 과정도 바뀌었습니다. 기계식보다 맷돌 제분을 선호하면서 가공비용이 커지면서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간혹 "우리밀은 빵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프랑스 밀도 한때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자국의 밀을 살리려는 노력이 있었고, 지금의 프랑스 밀을 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밀의 어떤 점이 좋은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리라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소비가 늘면 농민들도 재배가 많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입니다.

▲ 우리밀 100%로 만든 '농가빵'의 식빵  ⓒ농가빵
▲ 우리밀 100%로 만든 '농가빵'의 식빵  ⓒ농가빵

'농가빵'의 조광현 대표

가장 좋은 밀가루는 그 지역의 자연을 품은 밀을 가지고 그 지역에서 제분한 밀가루라고 생각합니다. 고향인 충청북도 옥천에서 수입밀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 우리밀 100% 빵을 연구하고, 로컬푸드 매장과 온라인 판매, 체험 교육 등을 통해 우리밀,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과 올바른 음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입밀은 선착, 분류, 가공, 유통, 판매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에게 배송되기까지 많은 탄소가 발생합니다. 농산물의 세계화는 기후위기 시대를 불러온 이유 중 한 부분이지 않을까요? 농약 없이 토종밀을 재배해온 시절, 밀을 재배함에 있어 탄소배출이 거의 없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만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로컬푸드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밀을 계속 사용하고 판로가 늘어난다면, 밀 자급율이 높아져 경제순환구조가 안정되고 재배농가가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가격도 안정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수입밀이 우리밀의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국내 밀 자급률은 크게 오르지 않을까?' '우리밀로 질 좋은 제품을 만들고, 판로가 유지된다면 농민, 가공업자은 안정적인 생산과 가공을 하고,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거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산과 전문제분소가 함께 있는 지역은 우리밀 밀가루의 가격 변동이 크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해마다 큰 폭으로 가격이 인상되는데, 각 지역에 우리밀 전문 제분소가 있다면 운송비도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 아이쿱생협은 우리밀 밀가루. ⓒ 아이쿱생협
▲ 아이쿱생협은 우리밀 밀가루. ⓒ 아이쿱생협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김정희 회장

아이쿱생협과 우리밀, 이렇게 단어를 붙여 보았을 때 조합원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들은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우선 오래전부터 조합을 이용해 오신 분들이라면 '우리쌀 지키기,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생각나겠지요. 그 이후 우리밀에 대한 조합원들의 사랑과 직원 그룹의 노력은 단순히 구호차원이 아니라 국내에서 단일한 조직으로 가장 많은 우리밀을 소비하고, 우리밀 글루텐과 176종에 이르는 다양한 우리밀 제품을 개발·이용 하는 것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이슈는 식량주권과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농법과 관련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70년대 80.5%에서 50년이 지난 지금 21%로 하락했습니다. 1인당 밀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자급률은 0.8%로 대부분 수입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수입밀은 장거리 수송으로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깁니다. 농약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는 물론이고 수입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이슈가 크지요. 농사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계절 편향성도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중요 단서입니다. 겨울철 우리밀 재배가 증가한다면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대기중 탄소를 주로 배출해 온 계절적 탄소 배출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탄소농법이라고 일컫는 무경운·저경운, 기타 농업기술 개선이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방법으로도 유효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우리밀 소비에 있어서는 최종 소비단계의 소비자 중심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우리밀 품종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밀의 경우는 생산-가공 단계가 다른 먹거리에 비해 발전 수준이 낮기 때문에 정부의 밀품종 및 기술 개발과 보급, 수입밀에 비해 높은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생산, 재고 관리 등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밀의 중요성을 알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산을 하는 우리밀 생산자들이 계속해서 생산을 이어가도록 기업들은 우리밀에 관심을 가지고 상품개발도 다양화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에만 반응하지 않고, 건강, 기후, 식량자급 등의 특별한 가치에 기반한 소비를 합니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생산의 동인에는 소비자들이 선택이라는 요인이 가장 큽니다. 우리밀이 가지는 가치에 동의하는 소비자들이 장바구니 투표로 동의를 보여주신다면 지속가능한 우리밀 생산이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 국산 밀 생산단지 사례집 '밀이 자란다 미래가 자란다' ⓒ농림축산식품부
▲ 국산 밀 생산단지 사례집 '밀이 자란다 미래가 자란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곽기형 사무관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에서 맥류 기획 업무를 맡아 국산 밀의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농업진흥청을 통한 품종개량, 빵, 제면에서 특성이 잘 발현되도록 하기 위한 순도 개선 등을 위해 종자 보급, 재배, 관리 등 다방면으로 지원 중입니다. 우리밀 생산단지 조성 및 확대, 생산된 밀의 정부 비축, 계약 재배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밀의 확산은 식량자급 문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현재 국산밀의 확산이 더딘 이유는 가격과 품질, 두 가지 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밀의 경우 밀 자체보다 밀가루를 이용한 소비가 많은데, 국산이 수입보다 3배가량 비싸고, 수입밀이 빵과 면 재료의 특성에 잘 맞춰져 있습니다. 올해로 국산밀 확산을 위한 사업이 실질적으로 2년 차에 들어갑니다. 생산단지 수는 지난해 39개에서 올해 51개, 올해 말에는 55개 이상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재배 면적은 재작년 5224ha에서 지난해 6224ha로 늘어났고, 올해는 1만ha까지 늘 예정입니다.

국산밀 확산은 생산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소비가 받쳐줘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소비기반이 약한 상황이라 정부가 비축을 확대하고 있는데, 재작년에 853t에서 지난해 8401t, 올해는 1만4000t까지 수매 예정입니다. 이렇게 생산량을 늘리고, 생산기반을 확충해 가면서 소비기반도 함께 늘려갈 계획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소비기반은 민간영역이라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먼저 우리밀 제품의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알아봐 준다면 우리밀의 자급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우리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공익적 기능을 제고하고,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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