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스완' 저자 존 엘킹턴 "변화 위한 여정, 이제 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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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스완' 저자 존 엘킹턴 "변화 위한 여정, 이제 막 시작"
'그린 스완' 저자 존 엘킹턴(John Elkington) 서면 인터뷰
  • 2022.04.20 18:34
  • by 노윤정 기자

녹색 백조를 뜻하는 '그린 스완'(Green Swan)이라는 말은 2020년 1월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 또는 금융의 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금융위기를 가리키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파생한 말로, 급격한 기후변화가 몰고 올 충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린 스완>의 저자 존 엘킹턴은 여기에 '해결책'의 개념을 더하여, 그린 스완을 '시장의 변화를 촉진하는 개념이자 해결책'으로서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사회·정치·환경 등을 모두 아울러 회복과 재생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라이프인은 4월 한 달간 기후변화가 초래할 경제 위기로서의 그린 스완과 지속가능한 미래 경제 모델로서의 그린 스완을 모두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리가 2030년까지 어떤 형태의 부의 창출을 이룩하든 간에, 그 결과가 자연환경 및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적극적으로 회복, 재생시킬 능력의 여부가 궁극적인 시험 대상이 될 것이다."(<그린 스완>, 36~37쪽)

작가 존 엘킹턴은 자신의 저서 <그린 스완>에서 현재 인류가 아주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으며, 그린 스완이 급진적인 변화를 일으켜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자연, 경제가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다. '지속가능경영의 선구자'라고 표현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 그리고 모든 사람의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가치를 위해 헌신해온 그는 인류가 기후위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도 낙관적인 미래를 이야기한다. 엘킹턴은 이 위기 속에서 무엇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 존 엘킹턴(John Elkington). ⓒ존 엘킹턴 저널
▲ 존 엘킹턴(John Elkington). ⓒ존 엘킹턴 저널

■ 그린 스완이 '위기' 아닌 위기의 '해결책'인 이유

엘킹턴은 많은 책을 저술한 작가이자 환경 데이터 서비스(Environmental Data Services, ENDS), 볼란스 벤처스(Volans Ventures), 서스테인어빌러티(SustainAbility)와 같은 사회적기업들의 공동 설립자다. 또한, 수십 개 조직의 이사와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세계자연기금(WWF)이나 그린피스와 같은 NGO들과 긴밀히 협업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현장 경험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많은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 중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 이하 TBL)이다.

TBL은 기업이 사회, 환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고안된 회계 프레임워크로, 기업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해당 영역에서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하나의 도구다. 기업이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지구'에도 이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엘킹턴은 "TBL과 같은 개념들이 그들이 해결하길 기대했던 '사악한 문제들'(wicked problems)을 해결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악한 문제들이란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살인자 칼로리(obesity and chronic disease), 항생제 내성 문제가 초래한 슈퍼버그, 지구 기온을 급격히 상승시킨 탄소, 심각하게 증가한 우주 쓰레기와 같이,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하나의 문제가 또 다른 문제의 전조 현상이 되는 등의 이유로 인하여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컫는다.

엘킹턴의 지적은 TBL을 비롯하여 그와 유사한 목적을 가진 개념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길 기대했으나, 원했던 만큼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TBL과 같은 개념들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세 가지 가치 각 영역에서의 진보를 통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형태의 가치 사이의 '절충'에 관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에 엘킹턴은 "TBL은 프레임워크이자 일련의 도구다. 반면 그린 스완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안에 그려진 종류의 도전과제에 대한 시장·사회·정치적 해결책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TBL 개념 또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여 '재창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엘킹턴이 말하는 '그린 스완'이라는 개념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린 스완을 단순히 '기후변화가 촉발하는 경제·금융위기'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위기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엘킹턴은 국제결제은행이 제시한 그린 스완의 정의를 '좁은 의미의 정의'라고 말하며 "내가 정의한 그린 스완의 개념은 국제결제은행의 정의보다 앞서 이야기한 것으로, 그린 스완이 단순히 기후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광범위하고 다양한 도전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낙관적으로 들리는 말이다. 심각한 기후위기를 목도하고 몸으로 체감하며 암울한 미래 전망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 이 시점에서 엘킹턴의 관점은 일견 지나치게 희망적이지 않은가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전문가들조차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물론 엘킹턴 역시 이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여러 방면에서 봤을 때 '너무 늦었다'는 말은 사실이다. 전 세계의 야생동물을 생각해보면, 내가 일해온 세월 동안 야생동물의 70%가 사라졌다(세계자연기금과 런던동물학회가 발표한 '2020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척추동물 개체 수가 평균 68% 감소했으며 담수종 개체 수는 84% 줄었다. -편집자 주-). 나를 '환경'이라는 세계로 데려와 준 동물은 장어(eel)였다. 7살 때 내가 처음 장어를 만난 이후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에서는 야생 장어의 개체 수가 90% 이상 줄어들었다. 이 사실에 나는 화가 났다. 이제 문제는 시스템을 어떻게 재생하느냐는 것이다. 지금 마주한 이 골목을 지나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다. 가장 큰 희망은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보다 더 앞서 전망해야 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비즈니스에 대한 정책과 시장의 압박을 유지하고 증가시켜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야 말로 변화해야 하는 시점이며, 우리는 충분히 회복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 지속가능성과 공존할 때 가능하다. 엘킹턴이 말한 '비즈니스에 대한 정책과 시장의 압박' 역시 자본이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제언이다. 또한 엘킹턴은 자본주의를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 나아가도록 할 때 핵심적인 아이디어로서 "기업들이 재정적 수익에 대해 최소한 '본전'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이제 사회적·환경적 수익에 대해서도 같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 "그린 스완 여정, 이제 막 시작한 것"

ⓒ더난출판사
ⓒ더난출판

엘킹턴은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서 그린 스완이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기업의 변화와 역할을 특히 중요하게 언급한다. 이와 관련하여 엘킹턴은 "대부분의 경우 기업은 정치인들보다 더 유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탄생하는 혁신의 상당 부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ESG 경영이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TBL 개념과는 물론, 그린 스완 개념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다. 과연 지금의 ESG 경영 열풍은 그린 스완이 우리 사회와 경제, 자연을 재생하도록 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이를 묻자 엘킹턴은 "ESG와 관련한 움직임들은 TBL 의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분명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디딤돌이다"고 말했다. 동시에 "일종의 광풍(feeding frenzy)이기도 하다. 그리고 'ESG 워싱'이 너무 많다"며 "유럽연합(EU)이 ESG 분야를 다루는 분류법을 만들었을 때, 2조 달러 상당의 금융자산이 'ESG'라는 라벨을 떼야 했다. 이 사례는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엘킹턴은 기업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가 현재 마주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부-책임-복제-회복력-재생 등의 단계로 이어지는 '패러다임 변화의 5단계'로 설명했다. 이중 우리는 '회복력'과 '재생'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엘킹턴은 이 회복력과 재생의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을 '생존(Survival)'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영위하는 경제와 사회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경제와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기업, 도시 또는 산업 부문이 그렇지 않다면, 그 결과는 고통스러울 것이고 종말에 이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그린 스완'이 제시하는 방향에 가까워져 있을까. 엘킹턴은 "그린 스완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그린 스완이 재생 에너지 생산과 배터리 기술과 같은 분야에서 빠르게 부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략 8~10% 정도의 성공을 향해 가고 있다. 따라서 여정은 이제 막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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