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 "어르신 위한 AI 말동무 인형, 치매·우울증 예방까지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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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 "어르신 위한 AI 말동무 인형, 치매·우울증 예방까지 꿈꿔요"
기술로 일상을 바꾸는 사람들③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
  • 2022.05.23 10:00
  • by 노윤정 기자
07:37

코로나19 상황과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과 노동위기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많은 것 달라지고 있는 '전환의 시대'. 우리는 저성장과 고용불안, 저출산·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의 확대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서 사회혁신, 사회적 가치, ESG의 사회까지 '사회적인 것(the social)'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유는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의 성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난제(wicked problem)를 누가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일 것이다. '라이프인'과 한겨레 '서울&'은 생활 속 난제를 지나치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에 기술을 접목해 기존과 다른 차원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생활인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와 미스터마인드에서 개발한 말동무 인형들. ⓒ라이프인
▲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와 미스터마인드에서 개발한 말동무 인형들. ⓒ라이프인

우리 사회는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향해 가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 2020~2040년). 해당 수치는 2040년이 되면 35.3%로 급증할 전망이다. 갈수록 고령자 돌봄 수요는 급증하고 가족 안에서 돌봄을 온전히 책임지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 보니 고령층 우울증과 고독사, 노인성 치매 환자 증가와 같은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많은 고령자가 겪는 우울과 고립감 등의 정신건강 문제와 치매는 사회적 관계 강화를 통해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고령자들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건강을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미스터마인드는 2017년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주력 기술은 자연어 처리 기술이다. 김 대표는 2016년 인공지능 챗봇 플랫폼을 개발했다가, 대기업들이 무료 챗봇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그 시기에 진인사컴퍼니라는 회사의 제안으로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접목한 인공지능 인형을 처음 만들었다.

당시 개발한 인공지능 인형은 아이 돌봄을 위한 제품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스터마인드가 제작하고 있는 돌봄 로봇(이하 말동무 인형)은 고령층 돌봄에 특화돼 있다. 김 대표는 처음 만든 인형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려 가져갔다가 뜻밖의 장면을 목격하고 말동무 인형을 개발하게 됐다.

"어머니가 무릎이 아프다는 말씀을 인형에 하시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 나에게는 하지 않았던 이야기다. 자식에게는 걱정 끼치기 싫어서 말하지 않는 이야기를 인형에는 털어놓는 것이다."
 

▲ 한 어르신이 말동무 인형 '초롱이'를 보면서 미소 짓는 모습. ⓒ미스터마인드
▲ 한 어르신이 말동무 인형 '초롱이'를 보면서 미소 짓는 모습. ⓒ미스터마인드

김 대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부모들은 아픈 곳이나 힘들 일이 생겨도 자식들에게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면 이렇게 나 대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머니의 상태를 나에게 알려줄 친구를 만들어 보자. 그렇게 미스터마인드는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독거노인 돌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연어 처리 기술이라는 용어가 생소할 수 있으나, 사실 우리에게 그리 낯선 기술은 아니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여 명령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떠올려 보면 자연어 처리 기술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다. 이 기술의 핵심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미스터마인드가 개발한 말동무 인형은 기존의 인공지능 스피커와 차이가 있다. 바로 고령층 중에서도 혼자 사는 노인을 대상으로 특화됐다는 점이다. 비유하자면 인공지능 스피커는 정보를 전달하고 지시어에 따른 명령을 수행하는 '비서'라고 할 수 있고, 말동무 인형은 정서적인 교감을 주 목적으로 하는 '친구' 혹은 '손주'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알려 달라고 했을 때, 인공지능 스피커는 해당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정확한 수치로 알려준다. 하지만 말동무 인형은 '어르신 집 주변에는 확진된 사람이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안심시켜 준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감성 대화'라고 표현한다."

바로 이 감성 대화가 말동무 인형의 주요 기능이다. 그리고 또 다른 주요 기능으로는 '아바타 톡'이 있다. 보호자가 원격 방식으로 말동무 인형을 통해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다.

또한 말동무 인형은 '능동대화'가 가능하다. 사용자가 질문하지 않아도 '어르신, 약 드실 시간이에요', '나른하시죠, 신나는 노래 틀어 드릴게요'라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먼저 교감을 시도한다. 인형이 때때로 말을 걸어오니 노인들은 나를 돌봐 주는 존재가 함께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이 역시 혼자 사는 고령층 환경에 맞추어 특화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말동무 인형의 또 다른 특화 기능은 인지 카드 기능이다. 인형이 인식 가능한 카드를 활용해 사용자가 오엑스(OX) 퀴즈를 풀도록 하는 기능인데, 해당 퀴즈에는 치매나 우울증 등을 진단할 수 있도록 각색된 문진표가 포함돼 있다. 사용자의 답변을 데이터로 저장해 추적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보호자에게 알려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하도록 한다.
 

▲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가 말동무 인형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라이프인
▲ 김동원 미스터마인드 대표가 말동무 인형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라이프인

뿐만 아니다. 이렇게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상징후를 '발견'하는 차원을 넘어서 '예측'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치매 진단을 받은 사용자의 대화 및 퀴즈 답변 패턴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사용자는 수개월 내에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고령자들은 치매 검사를 위해 병원이나 기관을 이용하길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말동무 인형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바탕으로 치매 의심 징후를 파악하기에, 고령자들의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이처럼 미스터마인드가 제공하는 돌봄은 고령층의 특성을 고민하고 반영했다. 바로 이 점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고령층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공공의 필요와도 부합한다. 공공은 복지 수요층 맞춤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보급함으로써 공공 복지를 강화하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인 미스터마인드는 공공 판로를 개척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자체마다 다른 캐릭터와 이름으로 제작하는 커스터마이징 형태의 납품도 미스터마인드의 특장점이다. 미스터마인드는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서울 서초구와 은평구 및 인천 동구, 광주 서구, 충북 괴산 등 22개 지자체와 말동무 인형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다.

미스터마인드가 보유한 기술의 강점은 타깃층에 특화돼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지금 살아가는 사람한테 이로워야 한다. 우리는 지금 당장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만들고자 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장에 내보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차근차근 발전시켜 가자는 것이 우리가 생각한 방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스터마인드가 강조하는 사업 철학 중 하나도 "우리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이롭게 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고 사용할 것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We want AI to help the world, so we need to think carefully about how we build and use it)이다.
 

▲ 미스터마인드가 개발한 말동무 인형들. ⓒ라이프인
▲ 미스터마인드가 개발한 말동무 인형들. ⓒ라이프인

이를 위해 미스터마인드는 내년에 기업·정부 간 거래(B2G)에 이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그리고 말동무 인형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매 예측 알고리즘을 만들고, 현재 기술을 노인질병을 예측하는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단기적 목표다. 이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고령층의 치매, 우울증, 고독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미스터마인드가 보유한 자연어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 인류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어르신의 치매, 우울증, 자살 모두 전조 증상이 있다고 한다. 그 전조 증상은 어르신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림이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늘 어르신 곁에 있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로 전조를 찾아내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한겨레 서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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