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실사,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밝히고 실현하는 수단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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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실사,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밝히고 실현하는 수단이어야"
‘ESG 제도화 포럼-환경, 인권, 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제의 국제적 현황과 한국의 과제’ 개최
  • 2022.06.18 12:00
  • by 노윤정 기자
▲ ⓒ라이프인
▲ 'ESG 제도화 포럼-환경, 인권, 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제의 국제적 현황과 한국의 과제'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라이프인

기업의 지속가능성,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뜻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역시 점점 더 중요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ESG 경영을 촉진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2월 기업의 공급망 인권 침해와 환경 훼손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법안'(공급망 실사 의무화)을 공개했으며,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판별하는 분류 체계인 'EU 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역시 관련 법제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논의하는 자리로서 'ESG 제도화 포럼-환경, 인권, 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제의 국제적 현황과 한국의 과제'가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특히 '인권 실사'에 주목하여 논의를 진행했다. 인권 실사란, 기업이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부정적 영향을 방지·완화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결정하여 공표하는 제반 활동을 의미한다.

■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어떻게 법으로 규정할 것인가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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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ESG 경영특위 위원장)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첫 번째 주제 발제는 민창욱 변호사(법무법인(유) 지평 ESG센터)가 '인권·환경·거버넌스 실사 의무화 법제의 국제 동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민 변호사는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면서 많은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문제가 되면서 인권 실사 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국제연합(UN) 인권이사회는 UNGPs(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를 제정하여 기업은 사업장이 있는 국가의 인권 보호 수준과 상관없이 보편적 인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에서 인권 실사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 실사를 통해 기업의 자체 활동은 물론 공급망 전 영역에서 실재적이고 잠재적인 인권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실사' 개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 가이드라인'(2011)과 '책임 있는 기업 행동을 위한 실사 가이던스'(2018) 발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제도화 과정의 유형을 보면 ▲아동노동 등 부정적 영향이 확인된 특정 이슈에 대한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법제(네덜란드의 '아동노동실사법' 등) ▲국제사회가 승인한 인권 목록 전반 등에 대하여 포괄적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법제(독일의 '공급망 실사법', 노르웨이의 '투명성법' 등)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으며, 나라마다 실사의 범위, 공급망의 범위, 적용 기업의 범위는 다르다.

민 면호사는 이러한 국제 동향에서 얻을 수 있는 법제화 시사점으로 ▲실사법의 적용 대상, 실사 대상 기업, 실사 대상 항목 등 검토 ▲실사 의무 내용, 행정제재 이외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기존 국내법 체계와의 정합 여부 등 검토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주제 발제를 맡은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ESG 기초 연구(Ⅱ)-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인권 실사(due diligence) 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인권 실사 법제화를 위한 입법 방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장 연구위원은 인권 실사 제도 도입을 위한 토대로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경영 가이드라인', 법무부 '기업 인권 경영 표준지침(안)', 법무부 '인권정책기본법(안)' 등을 살펴봤다. 특히 인권정책기본법안에 담긴 '기업과 인권' 규정을 분석하며 "정부가 기업의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도록 하고, 기업은 경영 활동에 의한 인권 침해 피해자의 권리 구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는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에 관한 지침과 평가 지표 등을 마련하도록 했다"고 부연한 뒤, 해당 내용들이 인권 실사 법제화에 근거가 될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UNGPs 등에서 설명하는 인권 실사의 공통적인 요소를 ▲인권정책선언 수립 ▲인권영향평가 실시 ▲투명성 확보(평가 결과 공개)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해당 세 요소를 포함해서 인권 실사 제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인권 실사 제도화를 위해 입법 형식, 적용 대상, 기업 의무의 구체적 내용, 제재 여부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기업에 인권 실사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관련 내용을 보고 또는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마지막으로 "인권 실사가 ESG 경영 차원에서 기업들의 이미지 포장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기업 규모 편차 등 고려해야"…인권 실사 법제화 둘러싼 이견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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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정토론을 통해 인권 실사 제도화를 위한 현장의 구체적인 의견들이 제시됐다. 우선 UNGC 합국협회의 이은경 실장은 기업의 상황 및 규모, 수준 편차를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협력사의 인권 침해 여부를 확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협력사들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 방안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가 통합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기업들의 혼란을 줄이고,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조금 더 세밀하게 규모나 역량 편차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EU의 지속가능금융실행계획, 공정한 전환을 위한 펀드 조성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ESG 제도화가 정책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되도록 거버넌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ESG경영실장은 ESG 제도화와 관련하여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슈들을 설명했다. 현재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 기준 발표, 택소노미, 공급망 실사 의무화 지침이다. 특히 공급망 실사는 역외 기업(현지 사업장이 있는 해외기업들)도 적용 대상이 되어 국내 수출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슈다. 윤 실장은 이 같은 국제 동향에 대한 대응으로서 기업들에는 대기업-중소기업의 ESG 협력 강화, ESG 관련 데이터 관리 및 디지털화 전략 추진, 중소기업도 공급망 실사 법제화에 적극 대응 필요 등을 강조했으며, 정부에는 민관합동 ESG 컨트롤 타워 신설 통해 국내 기업 ESG 활동 정책 지원, 정책 당국의 규제 최소화 필요 등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각자 속도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소연 법무부 인권정책과 과장은 "중소·중견기업이라도 인권 침해적인 환경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가치를 현실에 어떻게 적용하고, 어떻게 인권 친화적인 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막연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간한 '2021 기업과 인권 길라잡이'에는 자체 진단표를 통해 현 기업 상태를 파악하고, 기업 규모에 따른 인권 정책 로드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해당 내용을 영문판 보급,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확산하고 실제 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정 과장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과 인권정책기본법안에 대해 "기본법안에 들어간 내용은 규제적인 부분이 아니라 선언적인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아직 이견이 있는 부분들이 있다"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이다.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석민 국가인권위원회 전문관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경영 보고지침'을 소개했다. 해당 지침은 모든 공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인권경영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지침화하고 기업이 평가하여 보고할 수 있도록 할지를 정한 것이다. 그 안에는 인권경영 체계 수립, 인권영향 평가 및 피해자 구제 절차, 인권경영 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지침을 민간기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로, 윤 전문관은 "시범사업을 통해 민간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실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그것과 관련해서 법안도 통과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정신영 미국변호사는 어필이 속한 기업과인권네트워크의 활동을 기반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정 변호사는 정부가 UNGPs 채택 이후에도 관련 정책 도입에는 소극적이며 개별 법제에 인권 실사 개념이나 방법론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ESG를 어떻게 강화할지 논의하기보다 기업이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하지 않고도 기업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몇 년 전 공공기관의 인권영향평가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제도가 기업 인권 침해 여부를 식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장치로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사례를 들며 "인권 실사는 우리가 합의하고 있는 인권의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체 사업과 공급망을 통틀어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가 발생하는 경우 기업에 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지금처럼 다른 사람과 환경을 착취하는 방식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해 책임져야 할 때가 왔다. 그런 관점에서 법이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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