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 "장애인·경단녀도 전문인이 될 수 있다는 사례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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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 "장애인·경단녀도 전문인이 될 수 있다는 사례 만들어요"
기술로 일상을 바꾸는 사람들 ⑤ 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사회취약층 AI전문가 양성으로 '사회적 가치 생태계' 확산한다
포용적 고용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
  • 2022.07.15 08:00
  • by 이진백 기자
07:14

코로나19 상황과 기후위기, 4차 산업혁명과 노동위기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많은 것 달라지고 있는 '전환의 시대'. 우리는 저성장과 고용불안, 저출산·고령화 등의 인구구조 변화,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의 확대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서 사회혁신, 사회적 가치, ESG의 사회까지 '사회적인 것(the social)'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유는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의 성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난제(wicked problem)를 누가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때문일 것이다. '라이프인'과 한겨레 '서울&'은 생활 속 난제를 지나치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에 기술을 접목해 기존과 다른 차원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생활인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가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 중심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가 인공지능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데이터 중심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잘나가던 ‘삼성맨’, 돌연 퇴사한 까닭은?”, "균형적 사회발전에 귀감이 될 소프트웨어 전문가", "IT 전문가 꿈꾸는 장애인 직원들…그 길에 작은 사다리 놓아주고파". 언론 매체에서 다룬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관련 기사의 제목들이다.

"사회취약자들도 전문인이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 테스트웍스는 시작됐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테스트웍스 본사에서 만난 윤석원 대표는 회사의 창업 배경을 이같이 소개했다.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실태조사(여성가족부,2019)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10명 중 4명은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일터로 다시 복귀하지 못한다. 또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한국장애인고용공단,2021)에 따르면 한국의 발달장애인 중 단지 28.0% 만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 임금근로자(618,515명) 중 67.8%가 비정규직 근로자(419,575명)다.

2015년 6월 설립된 테스트웍스는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사회 혁신을 추구하며,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다양성을 실천하고 있는 인공지능 데이터 및 검증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국내 최초 자율주행 AI 데이터 가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테스트웍스는 사회적 가치 실현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15년 창업 당시 2명이던 직원은 170명으로 늘었다. 전체 임직원 170명 중 26.5%가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발달장애인 17명, 청각장애인 13명 등 장애인 직원 30명과 경력단절여성 15명이 함께 일한다. 이들은 현 직무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많은 사장님들이 직원들 급여줄 때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직원들 급여 줄 때가 제일 좋아요. 직원들에게 나가는 그 월급이 어떤 직원들한테는 그게 돈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정말 내가 사회인으로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저는 월급날이 되게 좋더라고요." 

윤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미국 코넬대학교로 유학을 가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SW) 품질관리 전문가로 일했다. 그가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경력단절여성 20명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SW) 테스터(Tester)' 양성교육을 진행했다. 소프트웨어 테스트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며 오류 및 결함을 찾아내는 업무를 말한다. 그는 교육을 진행하면서 경력단절 여성의 열정과 그 열정으로 일궈낸 결과들에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실제로 교육생들이 관련 국제자격증(ISTQB) 시험에서 80% 이상 합격의 쾌거를 이뤄냈다.

"국제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두 달 반 동안 하루 4시간 씩 총 200시간을 진행했죠.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합격률이 40%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저희 교육생은 80% 이상이 합격을 했어요. 정말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차별이란 벽에 가려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죠." 

'선한 사회에 기여하는 기술혁신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테스트웍스의 미션(Mission)이다. 이러한 핵심가치를 정립하기 위한 비전의 핵심은 ▲임팩트 ▲협업 ▲성장 ▲장인정신 등 4가지다. 

테스트웍스는 인공지능 테이터 가공 및 분야에서 장점 기반의 직무설계와 고용을 통해 '포용적 고용'(inclusive hiring)을 실현하고 있다. 4차 산업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 데이터셋(data set) 구축과 자동화 플랫폼 기술력에 다양한 계층의 강점을 살려, 성별·나이·장애·국적과 관계없이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이들에게 포용적 고용의 기회를 제공해 자부심과 성장의 기쁨을 느끼게 하고 있다. 포용적 고용을 통한 발달장애인과 경력단절여성 등 여러 취업 취약계층의 자립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컴퓨터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검사,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등과 같은 일은 상당한 전문지식과 경험, 숙련도가  필요하므로 발달장애인 등이 수행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즉 발달장애인은 정보기술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윤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정보기술 업무를 못 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데이터셋 구축 업무는 상당한 인내와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으로서 오히려 발달장애인의 강점과 더 매칭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자폐장애인은 한 가지에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테스트 업무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청각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시각적으로 예민해 시각 데이터 작업에 일반인보다 능숙하다고 말한다. 그는 장애인이 일반인보다 좋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음에도 그동안 사회적 편견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와 더불어 테스트웍스는 또 다른 취업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취업을 통한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임신·출산·육아와 가족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하였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여성은 나이가 많다는 등의 여러 이유로 취업에 제약을 겪고 있다. 테스트웍스는 취업에 제약을 겪고 있는 경력단절여성에게 취업 연계형 디지털 교육(인공지능 데이터 라벨러 및 소프트웨어 테스터 양성과정)을 한다. 교육 이수자들이 교육 과정 완료 후 일자리로 연계 및 관련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실무 중심 교육을 실시해 역량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고, 조직 적응을 위한 기초 교육을 통해 교육 수료생들이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사진上) 지난해 12월8이~9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AI Summit Seoul 2021 컨퍼런스 부스에서 테스트웍스 AI 연구개발팀 박예성 연구원이 블랙올리브(blackolive) 3D Point Cloud 데이터 가공 도구의 데모 시연을 하고 있다. ▲ (사진下) 4월13~15일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2022' 테스트웍스 전시 부스에서 테스트웍스 AI 연구개발팀 임정현 수석이 블랙올리브 3D Point Cloud 데이터 가공 도구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의 갈무리. 
▲ (사진上) 지난해 12월8이~9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AI Summit Seoul 2021 컨퍼런스 부스에서 테스트웍스 AI 연구개발팀 박예성 연구원이 블랙올리브(blackolive) 3D Point Cloud 데이터 가공 도구의 데모 시연을 하고 있다. ▲ (사진下) 4월13~15일 코엑스에서 열린 'AI Expo 2022' 테스트웍스 전시 부스에서 테스트웍스 AI 연구개발팀 임정현 수석이 블랙올리브 3D Point Cloud 데이터 가공 도구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상의 갈무리. ⓒ테스트웍스

테스트웍스가 만들어내고 있는 성과는 안팎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테스트웍스가 창립 5주년을 맞이하여 임직원들과 특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직원들은 회사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임직원들은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다 함께 살아가는 기업에서 일할 수 있어 기쁩니다.", "장애인이 서로를 존중하며 차별 없이 공평하게 일할 수 있는 복지 환경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여겨집니다.", "상호존중과 배려가 늘 함께 하는 분위기라서 매우 좋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좋은 회사 '테스트웍스'"라며 5주년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테스트웍스는 지난 4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주최로 열린 '한국판 뉴딜 추진 유공자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또한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으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유망 중소기업 중 하나로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  

"당분간은 국내에서 디지털 뉴딜 사업에 집중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해외에 나가 세계 각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AI서비스 기업을 만들 계획입니다." 윤 대표가 밝힌 포부다. 

 

※ 본 기사는 '한겨레 서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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