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박람회] '협동조합 공제' 길이 열리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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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박람회] '협동조합 공제' 길이 열리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9일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 부대행사로 '일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좋은 삶을 위해 협동조합 공제 이제는 시작하자!' 섹션 진행
  • 2022.07.14 18:45
  • by 노윤정 기자
▲ 공제 포럼 '일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좋은 삶을 위해 협동조합 공제 이제는 시작하자!'가 9일 경주화백컨베션센터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 공제 포럼 '일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좋은 삶을 위해 협동조합 공제 이제는 시작하자!'가 9일 경주화백컨베션센터에서 열렸다. ⓒ라이프인

우리 사회 노동시장과 사회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노동시장 변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불안정 노동의 증가'일 것이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기존의 고용관계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노동법과 사회복지에서는 소외되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안전망을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바로 '공제' 사업이다. 특히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강조해온 협동조합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공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해 오고 있다.

이에 제4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의 부대행사로, 9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좋은 삶을 위해 협동조합 공제 이제는 시작하자!' 섹션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다양한 공제 사례들을 살펴보며 공제가 우리 일상과 그리 멀리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환기하고, 우리 사회에서 공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 개정 방안을 논의했다.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라이프인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은 '시민주도 자조기반 국내외 공제 역사 및 현황'을 주제로 주제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국가 공동체로부터 얼마나 보장받고 지원받을 수 있을까. 얼마큼 자신의 삶을 국가 공동체에 마음 편하게 맡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운을 뗐다. 시민들이 기존 연금의 '3층 보장제도'로 삶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층 보장제도란 정부의 공적연금(1층), 퇴직연금 등 기업 보장 연금(2층), 개인연금(3층)을 의미하는데, 김 사무총장은 전통적 가족의 해체와 높아진 노인 빈곤율, 기업복지의 사각지대 등의 이유로 3층 보장제도가 당장의 삶과 노후를 보장하기 어려워졌다고 봤다.

이와 같은 설명 이후, 김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적 노동단체인 조선노동공제회부터 이어진 국내 노동공제의 역사와 노동공제 현황을 설명했다. 노동공제회의 필요성을 ▲노동복지조직 ▲노동자 이해대변조직 ▲노동연대조직 등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창립한 노동공제연합 풀빵을 소개했다. 풀빵은 공제품목 운영, 공제 관련 교육과 학습, 회원조직 자문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회원조직이 공제 품목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공제품목을 개발하고 해당 품목을 회원조직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 가고 있다. 공제품목으로는 매월 6천 원의 공제료에 상병공제·재해사망공제·명절 선물 등의 내용이 포함된 '기본공제'와 매월 5~20만 원을 3년 또는 5년 만기로 불입하는 '적립형 공제', 비상금이 필요할 때 0~2% 이자로 본인이 적립한 금액의 3배까지 대출할 수 있는 '비상금고(공동금고)' 등이 있다.

김 사무총장은 풀빵에 가입한 봉제인공제회, 대리운전노동조합 경기지부,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 좋은이웃 등 회원조직이 시행한 노동공제 사례를 전했다. 또한 해외의 공제제도를 설명하며 공제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설명했으며 "영국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에 밀려 위축됐던 공제와 상호부조 사업이 최근 부활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삶이 힘들어질 때 노동자와 시민들은 동료와 이웃을 찾게 된다. 이웃과의 연대로 삶을 지켜 나가자는 것은 누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 ⓒ라이프인
▲ 임병덕 씨엔 협동조합 이사. ⓒ라이프인

이어진 두 발제는 실제 현장에서 시행된 공제 사업 사례를 통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제 사업의 모습을 보여줬다. 임병덕 씨엔 협동조합 이사는 과거의 경험에서 느낀 프리랜서 노동자 공제의 필요성과 프리랜서들의 지속가능한 노동 활동을 위한 공제 제도 개선에 관해 이야기했다.

프리랜서 노동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지만 프리랜서 노동자의 노동문제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현실이다.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기도 어려워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렵고, 그렇다고 하여 자영업자도 아니기 때문에 기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리 사회에 이러한 불안정 노동시장이 얼마나 크게 형성돼 있는지 보여준 사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서울시에서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지원금을 등을 지급했을 때였다. 당시 서울시 홈페이지 내 검색 순위가 가장 높았던 키워드가 바로 프리랜서 지원금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프리랜서 노동자의 공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임 이사는 공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아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법제화되지 않았고 무법지대의 노동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벨기에 Smart. 모델(예술인을 위한 상호협동조합)을 따와서 공제 모델로 프리랜서 협동조합 창업을 지원하며 자조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프리랜서 법안 및 담당 부처가 없기에 겪었던 애로사항을 전했다.

▲ 정덕용 전국주민협동조합연합회·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함께 정책위원장. ⓒ라이프인
▲ 정덕용 전국주민협동조합연합회·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함께 정책위원장. ⓒ라이프인

정덕용 전국주민협동조합연합회·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함께 정책위원장은 '생활안전망을 위한 공제 상품 및 제도 개선 제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안전망 공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가장 강조하는 건 조합원이다. 조합원은 출자자이자 경영자이자 이용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의 상호부조에 기반하여 최소한의 부담으로 조합원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생활안전망 공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국주민협동연합회가 시행 중인 '3.3.3. 프로젝트', 만인의 연대(조합원의 문화·의료 공제), 만원의 연대(자활기업, 사회적기업 간의 신용 공제) 등을 소개했으며, "이런 활동들을 통해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조금만 협력하면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회연대공제를 제안하고, 공제 관련 법을 논의하고 토론하며 연대 지점들을 찾다 보면 공제 문화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향숙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라이프인
▲ 이향숙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 ⓒ라이프인

이후 공제사업 법제화를 검토하고 전망하는 발제가 이어졌다. 이향숙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본과 독일, 영국 등 해외의 상호부조 및 공조 관련 법 사례를 통해서 시사점을 찾아보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점검했다.

해외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제 관련 제도의 특징은 이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나라별로 다른 공제사업 근거법과 소관부처 ▲공제사업 성장과 사업 규모 확대에 따라 규제 조항 정비 ▲공제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 등이다.

이와 같은 공제 관련 제도의 특성에서 국내 상호부조 및 공제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한 시사점을 찾자면 ▲상호부조 및 공제 성장에 따른 법제도 정비 필요 ▲상호부조 및 공제 특성을 반영한 규제 필요 ▲협동조합 기본법과 개별법 간 체계 정당성 확보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공제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법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체계적 제도 설계를 위해 시범사업을 시행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협동조합 기본법에서 개별 조합의 상호부조 사업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라이프인
▲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라이프인

마지막으로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은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을 통한 공제 사업 활성화 등 각종 공제 관련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앞선 발제들에서 이야기했던 노동공제, 자활공제, 기업공제(밴드) 등을 하나로 묶을 공제기본법과 관련하여 "기본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우선 협동조합 기본법을 개정해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상호부조 사업이 가능한 곳은 사회적협동조합(주 사업 이외의 사업), 협동조합연합회(회원 조직에 사유가 생긴 경우 상호부조금 지급)이다. 공제사업이 가능한 곳은 협동조합뿐인데 회원조합의 조합원은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액대출 사업은 사회적협동조합과 협동조합연합회(정관에 따라 회원에 대한 금융지원 사업)에서 가능하다.

이에 강 위원장은 ▲일반협동조합은 왜 사회적협동조합이 수행할 수 있는 상호부조와 소액대출 사업이 불가한가 ▲사회적협동조합은 왜 협동조합연합회가 수행할 수 있는 공제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가 ▲협동조합연합회는 왜 회원(조직)만을 대상으로 공제사업을 수행해야 하는가 ▲사회적협동조합 상호부조 사업은 왜 금전지급 방식으로 한정돼야 하는가 ▲소액대출을 포함한 상호부조 사업을 왜 (상호부조 회비 및 적립금이 아니라) 출자금 한도 내에서 수행하도록 하는가 ▲협동조합의 상호부조, 공제사업, 소액대출 사업에 대한 감독이 적절한가 등 6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지적한 문제들을 반영하여 협동조합 기본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하며 "공제사업은 협동조합에 있어 조합원 간 유대를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 이창형 사무관은 "현장의 의견 수렴을 계기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공제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다만 공제 수요가 많다는 점을 우리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상의 문제로 공제가 필요한데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황을 현장과 협조해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는 어떻게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답하기가 어렵다. 그걸 검토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생협 공제가 시행되어 사례가 쌓인다면 다른 공제 관련 법 개정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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