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과 수익성, 공공기관 최우선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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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과 수익성, 공공기관 최우선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 2022.08.26 12:30
  • by 김용원 객원연구위원(나라살림연구소)
05:57
▲ 정부서울청사.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 정부서울청사.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새 정부가 들어서자 새로운 정책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방향의 정책이 제시되었다. 현재 공공기관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공공기관에 대해 새 정부가 제시한 정책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에 제일 중요한 것이 생산성과 효율성일까? 공공기관의 목표가 일반 기업처럼 돈을 잘 버는 '수익성'이라면 생산성과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수익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공공기관의 목표가 수익성이라면 우리는 전기, 수도, 교통과 같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대부분의 기본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지금의 가격으로 이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자료. ⓒ김용원
▲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자료. ⓒ김용원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전기와 철도 모두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말은 공공기관이 전기와 철도를 공급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계속하려는 사기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공공기관이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공을 위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적정한 수준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공공기관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생산성과 효율성 또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이 수익성을 고민하지 않으면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도로 나빠지는, 말 그대로 방만한 경영이 이루어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은 '공공성'과 '수익성'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이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니, 공공기관이 추구해야 할 가치 중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 셈이다. 그러면 이러한 정부의 지적은 맞는 것일까? 지금 공공기관은 수익성이라는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앞서 확인했듯이 공공기관은 구조적으로 손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에 부채가 발생하고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공공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부채의 증가를 무작정 허용할 수는 없다. 대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부채가 늘어난다고 해도 부채비율(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 적정하게 관리된다면 부채의 절대액 증가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 알리오& 통계청 자료. ⓒ김용원
▲ 알리오& 통계청 자료. ⓒ김용원

위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은 일반 기업 평균보다 높다. 사실 구조적으로 적자가 발생하기 쉬운 공공기관의 특성을 감안하면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이 일반 기업보다 높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 공공기관의 부채비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채비율의 개선도만 살펴보면 일반 기업보다 공공기관이 훨씬 큰 폭으로 좋아지고 있다(공공기관 부채비율 220.0% →151.9%, 기업 부채비율 147.5%→118.3%). 결국 공공기관이 수익성을 무시한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지적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무색하게도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요소를 정비하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평가 제도에 재무성과 지표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성과 수익성 실현을 위한 공공기관 정책, 특히 수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 그런데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가치는 상충되기 쉽다. 한 쪽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한 쪽이 무시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정책은 공공성과 수익성 모두가 적정하게 실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은 과연 두 가지 가치가 모두 실현되도록 충분히 검토한 것일까? 나쁘지 않은 재무 상황을 방만한 경영이라 정의하고 일방적으로 수익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평가가 4월과 6월 두 달 사이에 극단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월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공시하면서 자산이 부채보다 증가해 부채비율이 소폭 감소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런데 6월에는 돌연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두 달 사이에 공공기관의 경영 지표가 확 나빠질 수 있는 것일까? 

이쯤 되면 새 정부가 공공기관의 목표를 '수익성'에 두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에 수익성이라는 목표와 가치는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추구해야 하는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 중 수익성이 최우선 목표여야 할까? 사실 수익성이 최우선의 목표라면 공공기관은 적자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흑자를 얻기 쉽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공의 재화와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공공기관의 특성 때문에 가격을 마구 높여도 국민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높아진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이 우리가 공공기관에 원하는 모습일까?

공공기관에 공공성과 수익성은 버릴 수 없는 목표이다. 그러나 둘 중 우선해야 할 것은 '공공성'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전기, 수도, 교통 등의 재화와 서비스가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공급된다면 결과는 가격 폭등 내지 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질 저하뿐일 것이다. 이미 우리는 역사 속 민영화(민영화를 의미하는 영단어가 'Privatization'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유화라는 표현이 보다 적합하다)의 사례에서 그러한 것을 사실로 확인했다. 공공기관의 최우선 목표는 공공성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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