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 위한 필수사항"…중소·중견기업의 탄소 중립 전환,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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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 위한 필수사항"…중소·중견기업의 탄소 중립 전환,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제3회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 12일 경기도 안산시 스퀘어호텔에서 개최…중소·중견기업의 탄소 중립 전환 방안 논의
  • 2022.10.14 12:28
  • by 노윤정 기자
▲ 12일 경기도 안산 스퀘어호텔에서 '제3회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이 열렸다. ⓒ라이프인
▲ 12일 경기도 안산 스퀘어호텔에서 '제3회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이 열렸다. ⓒ라이프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내년 1월부터 시범 시행된다. 해당 제도의 핵심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포함된 탄소배출량에 EU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과 연동된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다. EU로 수출하는 기업에는 일종의 추가 관세로 작용하게 되니, 국내 수출기업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다. 미국 상원의회에서는 지난 6월 CBAM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청정경쟁법안(CCA)을 발의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기업들의 책임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제3회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이하 탄소감축포럼)이 12일 경기도 안산시 스퀘어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산업단지에 소재한 제조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살펴보고 탄소 감축 방안을 도출·적용함으로써 기업의 탄소 중립 달성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 만큼 지원기관과 학계, 연구소는 물론 지자체와 여러 기업에서도 많은 관계자가 참석했다.

윤종수 탄소감축포럼 공동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기업이 현장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파악하고 정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대응기금과 같은 기금들을 지금보다 열 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적극적인 탄소 중립 전환에 나서도록)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고 주민들이 지자체와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지역마다 만들어 가야 탄소 중립 달성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라이프인
▲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라이프인

또한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은 "앞으로 탄소배출량을 파악하고 감축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기업 영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데 탄소배출량 산출이 대단히 어렵다"며 "그래서 그린클래스멤버십(GCM)을 만들었다. 이 기업이 이렇게 탄소를 줄이고 있다고 우리가 대신 말해드리려는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 시작한 뒤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산출하고 줄일 것인지 함께 노력하자"고 말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 중소·중견기업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방안은?

▲ 남기웅 SEP협동조합 부이사장이 '글로벌 공급망 대응을 위한 DX 기반 탄소 중립 해외 특화 산단 구축-베트남 신발 클러스터 특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1부 첫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라이프인
▲ 남기웅 SEP협동조합 부이사장이 '글로벌 공급망 대응을 위한 DX 기반 탄소 중립 해외 특화 산단 구축-베트남 신발 클러스터 특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1부 첫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라이프인

1부 '기업 대응 탄소 중립 섹션'에서는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색했다. SEP협동조합 남기웅 부이사장은 '글로벌 공급망 대응을 위한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 기반 탄소 중립 해외 특화 산단 구축-베트남 신발 클러스터 특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넷제로(Net-Zero) 산업단지를 조성한 배경을 설명했다. 넷제로 산업단지에서는 수열·폐열에너지 활용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탄소 중립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남 부이사장은 "공장 전체를 3D 스캐닝하여 산업단지 내에서 유해 물질이 어떻게 확산되는지, 어떻게 회피해야 하는지 파악하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넷제로 산업단지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탄소 중립 산업단지 모델을 실증하여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에너지·제조·안전·기상 등 다양한 데이터의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실질적 탄소 감축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국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종의 동반 해외 진출 등을 도모하고, 친환경 산업단지 조성, 주기적 모니터링을 통한 대기오염 대응, 지역의 친환경 수용성 확보 등 환경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수종 SEP협동조합 본부장은 중견·중소기업이 탄소 중립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와 탄소 중립 대응 방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김 본부장은 우선 기업들이 스스로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량적 온실가스 배출량과 탄소 감축 방안 및 실행 여건을 분석하고,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탄소 중립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업장-제품-기업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김 본부장은 사업장에서 에너지 관점의 탄소 중립을 위한 기본 자료 마련, 자사 제품의 탄소배출량 파악, ESG 보고서 등 외부 요구에 대응할 기업 자료 준비 등을 제언했다.

이처럼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데이터 수집 및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서는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인력과 비용 투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며 정부 지원 사업과 고객사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공학대학원 김경국 원장은 '기업 맞춤형 탄소 중립 전문인력 양성과 공급'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원장은 탄소 중립 인재 양성의 비전과 목표로서 'DX 기반의 산업 맞춤형 탄소배출 진단 평가 및 온실가스 감출 솔루션 제시를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전문인재 양성'을 제시한 뒤, 산학 연계를 통한 인재 양성 과정을 소개했다. 현재 한국공학대학교는 탄소 중립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분야 특성화를 통해 단과대학과 특성화 학부 개편, 친환경캠퍼스 구축, 탄소중립혁신센터 개소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김 원장은 "고급 인재 양성 쪽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산업 현장의 니즈에 맞추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한국공학대학교에서는 학사과정부터 탄소 중립과 관련한 다양한 전공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김 원장은 재교육을 통해 기 종사자들의 실무 역량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탄소 중립은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공급망 내 공동 노력 및 지원 필요 역설

▲ 이방실 SK하이닉스 부사장. ⓒ라이프인
▲ 이방실 SK하이닉스 부사장. ⓒ라이프인

이어진 2부 '대·중 상생 탄소 중립 섹션'에서는 탄소 중립을 위한 대기업의 책임과 공급망 내에서 대기업-중견·중소기업의 협력 방안을 살펴봤다.

해당 섹션에서 조석 현대일렉트릭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 대응을 위한 국가 지원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조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와 향후 예상 전개를 진단하며, 현재 전 세계가 맞닥뜨린 에너지 위기 요인을 ▲자국 내 셰일가스 개발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자신하게 된 미국의 정책 변화 ▲전쟁 등의 요인으로 에너지 위기를 맞으며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게 된 EU의 정책 변화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과 경제성장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의 갈등 ▲세대 간 갈등(현재와 미래의 충돌) 등으로 설명했다.

또한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원칙에 충실한 정책,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적절한 에너지 가격 정책을 통해 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을 억제하고, 다양한 에너지원을 실사구시적으로 믹스하여 활용하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 구체적 실천 대안을 제시하고, 갈등 관리를 차분히 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방실 SK하이닉스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탄소 중립과 ESG 경영 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부사장은 ESG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ESG 의사결정 체계, 탄소관리위원회를 통한 전사적이고 밀착적인 환경 영향 관리, ESG경영을 왜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여 구상한 ESG 전략 프레임워크(PRISM) 등을 설명했으며, "ESG경영을 왜 해야 하고 어떤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지속적이고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직간접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을 공유했으며, "스코프3(Scope3, 전체 공급망 탄소배출량) 중 원부자재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가장 크다"고 설명하며 스코프1, 2(직접배출, 간접배출)를 줄이기 위한 협력사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이 부사장은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협력사들과 친환경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에코 얼라이언스'라는 협력체를 구성했다.
 

▲ 제3회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이 열린 안산 스퀘어호텔 그랜드볼룸홀 로비에서는 기업 주도 탄소 감축 사례 전시가 이루어졌다. ⓒ라이프인
▲ 제3회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이 열린 안산 스퀘어호텔 그랜드볼룸홀 로비에서는 기업 주도 탄소 감축 사례 전시가 이루어졌다. ⓒ라이프인

두 번째 섹션 마지막 발제는 SEP협동조합 남기웅 부이사장이 맡아 기업 주도 탄소 중립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롯데칠성음료의 자발적 탄소 감축, 현대일렉트릭의 반월시화산단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 사업, SEP협동조합의 에너지 경영 시스템 검토·분석 보고, 엔베스트의 LCA(환경전과정평가) 기반 탄소 보고서, 켐토피아의 ESH(환경·안전·보건) 보고서, 태산솔루젼스의 E-그린버튼, 동양피스톤의 에너지 효율화 플랫폼 구축, 땅스파이어의 산업단지 에너지 통합 관리 플랫폼 구축, 녹색프리미엄 재생에너지 설치 지원 사업, 필즈엔지니어링의 폐가스 배출 저감 및 재활용 솔루션 등의 사례를 공유했으며, 해당 사례들은 이날 행사장 로비에도 전시됐다.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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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좌담회 '기업의 탄소 중립 대응과 정부의 지원 정책'에서는 기업 실무자들과 정부 정책 담당자들의 토의가 이어졌다. 박성윤 대덕전자 이사는 "정부의 여러 지원 사업이 우리 같은 작은 회사까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여러 정부 기관에서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는가. 체감하기가 많이 어렵다"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또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실무자가 (탄소배출량 절감을 위한) 솔루션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중견기업이 소외되기 쉬운 정부 정책, 고객사가 요구하는 탄소배출량 측정·보고의 어려움 등 실무자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과 나성화 과장은 탄소배출 측정·보고·검증(MRV)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신뢰성 있는 검인증기관의 수가 적고, 해당 기관의 검인증 결과가 국제상호인정 대상 범위에 들어가는 경우는 더 적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 과장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EU 등과 논의를 지속하며 국제상호인정 대상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민간의 검인증기관들을 지원하고 수를 늘리고, 탄소 중립 관련 기술에 투자할 시 세금을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유휘종 소장은 한국형 RE100 개요 및 추진현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 소장은 재생에너지 이행 수단으로서 ▲녹색 프리미엄 ▲인증서(REC) 구매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 ▲지분참여 ▲자체건설 등 5가지를 제시한 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전기요금 외에 자발적으로 프리미엄을 추가로 부담하는 '녹색 프리미엄'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 프리미엄은 '그린 워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나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이 미흡한 국내 사정상 녹색 프리미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에 유 소장은 자가용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협력사 지원, 망사용료 지원, 한국형 RE100 참여사에 금리 우대 등 현재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진행 중인 지원 사업을 소개했으며 "녹색 프리미엄 판매 수입을 펀드로 만들어서 RE100 전용 재생에너지 단지를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RE100 컨설팅 데스크도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한편 민간주도탄소감축포럼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민간의 적극적인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지자체, 대학, 기업, 민간단체들이 모여 지난 6월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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