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 봉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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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깅 봉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2022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 참가자 3人 인터뷰
  • 2022.11.11 15:04
  • by 노윤정 기자
10:00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원봉사의 이미지는 호혜성에 기반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한 활동이다. 그런데 최근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자원봉사가 '선한 활동'의 차원을 넘어 우리 일상과 사회를 바꾸어 가는 '운동'으로서 주목받는 것이다. 이에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도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 '자원봉사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특히, 현재 우리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주목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탄소 중립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원봉사는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원봉사가 어떻게 '일상'이 될 수 있을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라이프인은 자원봉사 패러다임의 전환 및 자원봉사 일상화에 대한 담론과 일상 속에서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다섯 차례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 주]

 

① "자원봉사 패러다임 전환, '사회문제 해결하는 봉사활동'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② 여행과 자원봉사가 만나다? 여행길에 플로깅 한번 해볼까
③ 플로깅 봉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리 이야기 한번 들어 볼래?
④ 위기의 시대, 우리는 자원봉사를 이렇게 바꿨다
⑤ 당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 '2022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한 (시계 방향으로) 김가연 씨, 최상규 씨, 유현석 씨. 본인 제공.
▲ '2022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한 (시계 방향으로) 김가연 씨, 최상규 씨, 유현석 씨. 본인 제공.

"지구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잠시 빌린 것이라는 말이 있다."

몇 달 전,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보던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미션을 수행하며 여행하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이날 미션 중 하나는 바로 경관이 수려한 트레킹 코스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것, 즉 플로깅(Plogging, 줍깅)이었다.

플로깅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감상이 떠올랐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플로깅의 개념을 설명하고 출연진과 직접 실천하다니 플로깅에 관심 있는 인구가 그만큼 늘었구나, 그만큼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구나, 이런 새삼스러운 감상이 들었다. 동시에 '여행하면서도 저런 환경 정화 활동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따라왔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이하 중앙센터)는 이처럼 여행 중 환경 정화 활동에 참여하며 쉽게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자원봉사 활동에 느끼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2022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을 고안했다. '2022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은 중앙센터가 전국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플로깅 여행 코스를 설계하고 다양한 보상을 포함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캠페인이다.(관련 기사: 여행과 자원봉사가 만나다? 여행길에 플로깅 한번 해볼까)

하지만 자원봉사도 플로깅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선뜻 시작하기 망설여지는 일이다.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고, 즐겁자고 떠나는 여행에서 하기에는 '재미없고 번거로운' 활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번 들어봤다. "어떻게 플로깅을 시작했나요? 실제로 해보니까 어떤가요?"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한 세 사람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 "우리 함께 행복을 주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최상규 씨. 본인 제공.
▲ 최상규 씨. 본인 제공.

부산에서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클린부산(Clean Busan)' 대표 최상규 씨는 스스로를 '15년 넘게 배우가 되기 위해서 나 자신만을 위하며 살아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연기에 뜻을 두고 남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달려왔다는 것. 그렇게 15년 넘는 시간이 흐르며 최 씨는 인생의 방향을 새로이 고민하게 됐다. 바로 그때, 장애를 갖고 있을 뿐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며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는 한 유튜버의 영상을 접했고 '내가 저 사람보다 건강한 신체는 갖고 있을지 몰라도 중요한 것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일을 계기로 최 씨는 자신이 가진 것들에 만족하고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 국토종단, 무박 100km 행군 등. 그러한 시도들 끝에 찾은 방법이 바로 봉사활동이었다.

최 씨는 "봉사 중에서도 누구든 쉽게 거부감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플로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거라면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난해 '광안리 해수욕장 쓰레기 줍깅 100일'을 진행했고, 올해에는 '광안리, 해운대, 송정 해수욕장 쓰레기줍깅 100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이미 플로깅을 실천해 오고 있었기에 중앙센터에서 캠페인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도 흔쾌히 참여했다.

최 씨는 플로깅 활동을 할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하자고 권유하곤 한다. 그러나 선뜻 같이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드물었다. 이를 전하며 최 씨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행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하기까지 마음먹기가 어려운 것이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에도 벅차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원봉사에 참여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에 최 씨는 "그래서 나는 봉사가 재미있는 활동이라는 점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웃긴 사진이나 릴스(인스타그램의 숏폼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재미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저기에 가서 함께하면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물론 자원봉사의 의미와 가치에 공감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쉽게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즐거움도 함께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다면

'플로깅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라고 생각해요. 쓰레기를 주우면 기분도 정화되고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행복해지더라고요. 그리고 플로깅을 시작했을 때 알게 된 동생이 해준 말이 있어요. '우리는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야. 남이 버리는 행복을 줍는 거지.' 그 말이 엄청 와 닿았습니다. 한 번도 쓰레기를 주우면서 짜증났던 적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와, 이런 쓰레기를 주웠어!'라고 하면서 서로 자랑하기도 했거든요. 얼마 전에는 1970년대 버려진 아이스크림 봉지를 주웠어요. 바다에서 50년 동안 있다가 나온 선물이었죠. 여러분도 함께 행복을 주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 "내가 좋아하는 산에서 게임하듯이 플로깅을"

▲ 김가연 씨. 본인 제공.
▲ 김가연 씨. 본인 제공.

평소 등산을 즐기는 김가연 씨는 우연히 플로깅 키트를 받은 것을 계기로 플로깅 활동을 시작했다. 등산을 하며 주변의 쓰레기까지 치우니, 좋아하는 산을 스스로 가꾸고 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그렇게 김 씨는 플로깅에 푹 빠져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에 대해 알게 됐고,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 김가연 씨가 플로깅 활동 중 한 시민에게 받은 네잎클로버. 본인 제공.
▲ 김가연 씨가 플로깅 활동 중 한 시민에게 받은 네잎클로버. 본인 제공.

'게임처럼 즐겁게 플로깅을 즐길 수 있었다.' 김 씨가 전한 캠페인 참여 소감이다. 봉투 하나, 집게 하나 들고 게임하듯이 쓰레기를 채워 넣다 보면 어느덧 봉투가 가득 차 있었다는 설명. 그러면서 김 씨는 "응원해 주는 분들, 함께 쓰레기를 주워 주는 분들, 그런 분들을 마주치면 보람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다며 정성스럽게 코팅한 네잎클로버를 받은 적도 있다. 지갑에서 네잎클로버를 꺼내 건네며 행운을 빌어 주셨던 분을 떠올리면 아직도 뿌듯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실 플로깅이 자원봉사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자원봉사를 면대면의 좁은 의미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며 인식이 바뀌었다.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것, 결국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모두 자원봉사였다"고 플로깅에 참여하며 느낀 인식 변화를 밝혔다.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다면

어느 날, 장벽에 가로막히기만 하는 제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사실 다 변명인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 위치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어요. 생각보다 자원봉사에는 많은 종류가 있더라고요. 헌혈을 하고, 헌혈 사은품을 받는 대신 기부권을 택해 기부하고, 헌혈증을 기부할 수도 있었고요. 소아암환자를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기부하고, 사후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각종 SNS 챌린지에 참여했죠. 그 외에도 제가 생각해내지 못했을 뿐, 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있을 거예요. 여러분도 오늘은 용기를 내어, 현재 할 수 있는 자원봉사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아주 가벼운 것부터 말이예요.

■ 플로깅을 통한 취미와 봉사의 만남

▲ 유현석 씨. 본인 제공.
▲ 유현석 씨. 본인 제공.

유현석 씨는 올해 회사 동료의 권유로 경상남도청년봉사단 창원성산 팀에 가입했다. 자원봉사 활동에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참여 방법은 몰랐던 그는 봉사단에 가입한 뒤 회사 업무가 바쁜 와중에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플로깅 활동을 접했다. 경상남도청년봉사단이 속해 있는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역시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 코스 중 하나인 '봉암수원지 플로깅 코스'를 개발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는 터.

특히 유 씨는 "플로깅 활동이 원래의 취미를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 같아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영상 제작이 취미인 그는 여행을 다닐 때도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 두곤 했다고. 이렇게 그는 자신이 취미로 즐기던 활동과 자원봉사 사이의 접점을 찾고 일상 안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실천해 나갔다.

유 씨는 캠페인에 참여하며 가족과 함께 봉암수원지 플로깅 코스, 봉사단 단원들과 경남 거제의 '기적의 길 플로깅 코스'를 방문했다. 그리고 본인 재능을 살려 봉암수원지 플로깅 코스 홍보 영상을 직접 제작했는데, 영상에는 봉암수원지 일원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환경 정화 활동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영상은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 유튜브 채널에 공개돼 있다: [경상남도청년봉사단]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 / 봉암수원지)

유 씨는 캠페인 참여 소감을 전하며 "봉사자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실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활동으로 자원봉사가 또 다른 취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생각보다 자원봉사자가 할 일이 무궁무진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개인의 취미와 재능을 나누는 일 또한 자원봉사와 연결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자원봉사에 관심이 있다면

'필요한 준비물은 없다. 몸과 마음가짐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면 높았던 장벽이 그저 나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벽'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 가볍게 '플로깅 캠페인'에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평소 산책 나갈 때 복장 그대로, 추가로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가방 하나만 있으면 플로깅 캠페인의 모든 준비가 끝나요. 코스도 '안녕 함께할게' 홈페이지(중앙센터에서 운영하는 캠페인 홈페이지. -편집주 주-)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자원봉사는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참여 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분들이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하고 함께 행동하며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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