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처음이라' 길잡이가 없으면 누구나 헤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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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처음이라' 길잡이가 없으면 누구나 헤맬 수 있어
일하는 청년들의 자립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이정현 사무국장 인터뷰
  • 2022.11.21 11:00
  • by 정화령 기자

청소년에서 소(少)를 빼면 청년(靑年)이 된다. 청소년은 일반적으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사이의 나이를 말하니, 청년은 더 이상 어리고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법적 지위를 따져보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만 19세가 되면 민법으로 규정한 성년으로 인정받는다. 모든 권한이 부모나 법정대리인에서 자신에게 위임된다. 하지만 삶의 연속선상에서 청소년과 청년, 미성년과 성년을 한순간에 구분 짓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나왔을 때 막막하고 당황스러움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성인초기의 불안과 어려움을 동료나 가정 내 애착 관계로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하지만 누구나 대학이나 가정에서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에 재학하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이나, 보육시설에서 자라 성인이 되어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그리고 제도로 구분되지는 않지만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는 이런 청년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사회에 적응하여 최종적으로는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위기에 처한 청소년에게 대안 교육을 고민하던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2013년에 창립했다. 첫 기수는 4명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연간 5~60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공적인 지원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처한 상황과 어떤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일하는 학교의 이정현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좌)일하는학교 배영선 활동가 (우) 이정현 사무국장. ⓒ라이프인 
▲ (좌)일하는학교 배영선 활동가 (우) 이정현 사무국장. ⓒ라이프인 

Q. '일하는학교'라는 이름이 인상 깊다

우리가 가장 중요히 생각하는 건 '직접 경험'이다. 다양한 지역의 사업장에서 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나의 학교 역할을 하자는 의미를 품고 있다. 예전에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의 지원이 많았는데, 그 규모로는 한계가 있어서 취업의 중간단계 역할을 할 사업장을 찾아 연결하는 게 주요 임무이다. 

그런 곳들을 '일 배움터'라고 하고 있다. 청년들의 상황과 목표가 천차만별이고 일반적으로 인턴십에 참여하는 수준보다 훨씬 준비가 덜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경이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도하는 거라, 일 배움터에서 적응하고 최종적으로는 취업하는 걸 목표로 한다. 


Q.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도 다양할 것 같은데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주로 학교 밖 청소년들의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취업지도하는 정도를 구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제도 안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진 않지만, 사회 진출이 힘든 청년들의 사례가 너무 다양했다. 진학하지 않고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니트(NEET) 청년, 보호종료 청년 외에도 우울증을 심하게 앓거나 가정이 있어도 충분한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 등 여러 사례가 있다. 청소년기에는 일단 제도의 보호 아래 있지만 스무 살이 되면 (외부)분위기가 급변한다. 복지 지원은 대부분 사라지는데 갑자기 취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은 교육의 한계만 가진 것이 아니다. 학교를 그만두는 과정에서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고 당연히 빈곤에 처하는 비율도 매우 높다. 일할 능력이나 정서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에 나가면 결과가 좋지 않다. 그런 사례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년을 위한 학교를 시작하게 됐다. 


Q.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구성원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주요 구성원으로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160여 명, 후원 회원도 그 정도이다. 조합원 구성은 강사‧사업주‧후원자‧청년 조합원으로 다양하다. 직접 카페를 운영하면서 고용하고 수익을 내지만 그걸로는 부족해서 성남시의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이나 일자리 사업 등 공모나 지원 사업도 수행한다. 그리고 청년들을 사업장으로 파견하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합원의 힘이 필요하다. 물론 조합원이 아닌 강사나 사업주분들도 계시고, 멘토로 시작했다가 조금씩 참여도를 높이는 경우도 많다. 뜻에 동참하여 다양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져 있다. 


Q. 청년들의 진로 찾기 프로그램 소개를 부탁드린다

 ▲ 일하는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 포스터. ⓒ라이프인 
 ▲ 일하는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 포스터. ⓒ라이프인 

'일에 대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발굴해서 그곳이 또 하나의 학교 역할을 하도록 제공하는데, 청년들이 겪는 상황이 모두 달라서 시행착오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지원 프로그램 기간이 끝나도 오랜 시간을 두고 모니터링을 한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1단계인 '길 찾기 학교'와 2단계 '꽃길'이 있다. 이곳에서 3~4개월 동안 여러 분야를 체험하며 내게 맞는 길을 찾아보고,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기면 꽃길 프로그램에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교육기관으로 연결하는 등 구체적인 취업 준비를 한다.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참여하는 건 아니라 취업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학교에 다시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그 후에는 소모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서 네트워크를 유지한다. 최근에는 IT 분야 취업을 원하면서 코딩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있는데, 직접 교육에는 어려움이 있어 외부 기관에 연결해주고 개발자 멘토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Q. 청년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청년의 주거 문제는 활용할 제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문제도 해결을 해봐야 실력이 느는데, 지원 제도는 '청년들이 이미 정보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사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서 그런 능력들이 키워지는데, 그 경험이 없는 청년들은 제도가 있어도 소외된다. 그래서 진로나 꿈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사자는 '내가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지' 잘 모르고 결국 자기 탓을 한다. 작심삼일이라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연습 없이 1년 동안 알아서 계획하고 필요한 자원을 찾아 지내보라고 하면 누구나 비슷한 상황일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제도의 지원을 받지 않는 다수에게도 도움은 필요하다. 생활시설에 살지는 않았지만, 부모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한 청년들이 보편적으로 지원받을 틀이 갖춰졌으면 한다. 


Q. 일하는 학교를 거쳐 간 청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우리는 '졸업'의 개념 없이 한 번 들어오면 오래오래 만나자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정해진 프로그램 기간이 있지만, 재참여도 가능하고, 진로 문제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풀어간다. 

인턴십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가장 많이 진행한다. 사경조직은 미숙하거나 돌발 행동에도 바로 판단하지 않고 포용력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사회적협동조합 꽃피는신뢰'와 맞춤형 휠체어 제작 업체인 사회적기업 '휠라인'에서 많은 인턴십을 고용했다.

1기 참여자 4명 중 3명은 지금 조합원으로 활동 중이다.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등 직장인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 비영리 재단 상근 간사나 복지‧보육 분야에서 오래도록 경력을 쌓고 있는 친구들도 생각난다. 가정 내 갈등으로 수년 동안 은둔과 정서적 어려움을 심각하게 겪다가 우리와 함께하며 차츰 외부활동을 시작하고, 재능을 살려 교육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청년도 있다. 

 

 ▲ 일하는학교의 지원 프로그램 결과물과 사진 및 전경. ⓒ라이프인
 ▲ 일하는학교의 지원 프로그램 결과물과 사진 및 전경. ⓒ라이프인

Q.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공간이 재건축할 예정이라 새로운 곳을 계약하고 준비 중이다. 곧 이사해야 하는데 최근 인테리어 등 제반 비용이 너무 올라서 어려움이 생겨 새 공간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 10년의 경험을 살려 바리스타 교육실과 공유주방, 작업실, 정보교육 공간 등 활용도 높은 전문 공간을 꾸릴 예정이다. 

12월까지 모금을 진행하고 공사를 시작할 계획인데, 의미에 공감하시는 분들의 많은 후원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전문 공간을 준비하는 만큼, 각 분야에 관련된 기업에서 조성을 위해 도움에 참여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일하는학교 홈페이지 
ⓒ일하는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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