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노동계급의 역사는 산업민주주의를 향한 광범위한 운동이었으며, 협동조합 운동은 그중 한 줄기다."
영국의 사회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개혁가인 저자는 내셔널 미니멈을 통해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복지국가의 원칙을 세웠다. '나의 도제시절', '산업민주주의' 등의 저자인 비어트리스 웹(Beatrice Webb, 1858~1943)은 영국 노동당의 이념을 이끌었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집권한 노동당은 영국을 복지국가로 만들었다. 이렇게 그녀는 복지국가 이론가, 페이비언 사회주의자로 알려졌지만, 그녀의 사상적 여정은 노동자의 구체적 삶에 대한 체험과 노동조합, 협동조합 활동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작됐다.
노동자의 구체적 실천 양식으로 노동조합, 협동조합은 그녀 평생의 화두였다. 특히 그녀는 산업민주주의 관점에서 협동조합을 이해했으며, 이미 30대 초반에 협동조합 운동론을 구축했다.
'영국 협동조합 운동'은 비어트리스 웹의 초기 저작이다. 결혼 전인 1891년 비어트리스 포터(Beatrice Potter) 이름으로 발표됐다.
그녀는 이 책에서 민주적 결사체의 한 형태인 영국 협동조합 운동의 기원과 성장을 개괄한다. 생산자 협동조합 운동이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고찰하고, 로치데일 협동조합 운동을 분석하면서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이야말로 협동조합 운동의 고유한 본질을 실현했다고 평가한다.
그녀는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은 이용실적배당으로 이윤을 제거했으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민주주의로 공동체 전체의 지배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연합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해 형성된 도매협동조합은 소비자 전체가 생산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고, 이는 곧 공동체 전체를 위한 생산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산 영역에서 소비자 통제를 실현한 협동조합 운동은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결합하면서 생산자와 함께 산업민주주의를 실현한다.
비어트리스 웹은 영국 노동당의 이념을 이끌었고, 영국 복지국가의 기초를 세웠다. 그녀가 이해한 소비자는 공동체 전체 구성원 즉, 시민이었다. 협동조합을 자발적 소비자 결사체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를 강제적 소비자 결사체로, 그 본질에서 동일한 소비자 결사체로 이해했다. 이런 맥락에서 비어트리스의 협동조합론과 복지국가론은 연속성을 갖는다. 자발적 결사체 운동은 강제적 결사체의 정치 민주주의와 공진화하면서, 모든 시민의 복리가 보장되고 모두가 기회의 평등을 누리며 공동체에 봉사하는 사회로 나아간다.
협동조합 운동은 민주적 자치를 통해 보편적 복지국가 정치 운동을 강화하고, 복지국가는 노동자 삶의 수준을 높여 협동조합 회원을 확대한다. 협동조합 운동을 결사체 운동과 정치 운동의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비어트리스 웹의 독특한 협동조합론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참여로 확장되는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어 한 세기를 훌쩍 넘어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그녀에게 협동조합 운동은 노동조합과 함께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기초였다. '영국 협동조합 운동'은 민주주의를 향한 민중의 역동적 흐름 속에서 협동조합 운동의 전개 과정을 드러내면서 그 본질적 의미를 포착해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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